내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언니 대신 네가 약혼해야겠다.”
청천벽력 같은 아버지의 한 마디가 스무 살 은현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이 약혼 이야기, 없던 걸로 해주세요.”
열 살이나 어린 당돌한 여자아이가 그의 맘속에 자리를 잡았다. 단 20분 만에.
꿩 대신 닭도 아니고, 언니 대신 집안의 정혼자와 결혼하라니?
게다가 상대는 태어날 때부터 몸에 밴 듯한 자신감과 오만함으로 무장을 한 남자.
아무리 부자에 미남일지라도 은현으로서는 당연히 이 결혼이 죽어도 싫다.
그런데 이 남자, 너무나도 산뜻하게 싫으면 말라고 하는데……, 왠지 자존심이 상한다.
"내가 결혼을 취소한 이유는 한 가지야. 네가 싫다고 했으니까. 네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로라도 결혼까지 갈 수도 있었던 건 알지? 하지만 난 네가 나를 그렇게 싫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은현은 그 말에 발끈해 그를 돌아보았다.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그녀의 비꼬는 어조에 그의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네게 기회를 주려고 해. 충분히 경험해보고 충분히 생각해볼 시간. 널 자꾸 보면 내 인내심도 바닥을 보일 것 같아 연락을 안 하려 했어. 하지만 생각을 바꾸었지. 네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게. 원한다면 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주지. 어때?"
순간 은현의 얼굴이 불타올랐다.
뭐야? 이 남자 어째서 이토록 자신만만한 거지?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뛰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