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어른은 어떻게 돼? - 각자의 속도로, 서로의 리듬으로

어른은 어떻게 돼? - 각자의 속도로, 서로의 리듬으로

저자
박철현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출판일
2018-09-03
등록일
2018-11-30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34MB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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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도쿄에 살고 있습니다. 아, 애는 넷이구요.”
오늘도 한 걸음, 천천히 성장하는 도쿄 미우네 일상다반사
각자의 속도로, 서로의 리듬으로, 그렇게 어른이 된다


“그러니까 이 책을, 독자들은 ‘17년 전에 일본 땅에 도피성 유학을 떠난 한국인 청년이 일본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하다가 시간이 흘러 중년의 아저씨가 됐는데 어라? 식구가 네 명이나 늘었네? 돈도 잘 못 버는 것 같은데 이 아저씨 이제 어떡하지? 이번 생은 망해야 정상인데, 어? 잘 살고 있네’라는 느낌으로 읽어주신다면 무지하게 감사하겠다.”(프롤로그 중에서)

박철현 에세이 《어른은 어떻게 돼?》는 도쿄 사는 여섯 식구의 다정한 가족 이야기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닮은 유쾌한 가족의 사랑이 무겁지 않게, 일상의 풍경이 힘겹지 않게 펼쳐진다. 저널리스트, 술집 주인을 거쳐 지금은 인테리어 업체(노가다) 대표를 맡고 있는 아빠 박철현. 사회 통념이라는 잣대로 보면 ‘성공한 삶’의 범주와 거리가 멀지만 자기 나름의 길과 궤적을 따라,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그는 아버지가 되고,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어른은 어떻게 돼?》에는 한국인 아빠 박철현 외에 일본인 엄마 미와코, 네 아이 미우, 유나, 준, 시온이 등장한다. 떠들썩한 동시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이 가족의 이야기는 총 4부, 3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 속에서 가족은 만나고, 관계를 맺고, 성장하며, 때로는 이별한다. 이 가족의 일상 속 작고 소중한 발견을 통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어른은 이렇게 각자의 속도로, 서로의 리듬으로, 한 뼘씩 되어가는 게 아닐까 하고.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천천히 한 걸음 내딛는 속에서 변화가 일어난다고 저자는 담담하게 말하는 것 같다.
책 제목이기도 한 “어른은 어떻게 돼?”는 첫째 딸 미우의 질문이다. 아빠 박철현은 대답을 망설인다. “어 그거? 아빠도 잘 모르겠는데?” 우리 모두 겪어서 알고 있다. 스무 살이 넘으면 저절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어른이란 매일의 일상 속에서 배우고 발견하고 깨달아가며 어느새 ‘되어가는’ 거라는 걸. 그 과정을 의미한다는 걸.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 함께 지내온 13년 시간 속 이야기들을 펼쳐보자. 거기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라고.

“꿈은 파티시에, 취미는 캐치볼.”
미우네 가족을 소개합니다


이 이야기의 실질적 주인공은 첫째 딸 미우이지만 독자 각자의 위치와 관점에 따라 엄마이자 아내 미와코의 마음으로, 누나와 동생에 끼인 셋째 준의 마음으로, 아빠이자 서술자 박철현의 눈으로 따라갈 수도 있다. 우선 그가 소개하는 가족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첫째 딸 다카하시 미우(박미우), 현재 고가네이 미나미중학교 1학년. 특기는 달리기 취미는 캐치볼.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그거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라며 약간의 반항끼를 보이는 나이가 되었지만 이내 “음… 파티셰”라고 수줍게 말하기도 한다.
둘째 딸 다카하시 유나(박유나), 언니를 챙기고 동생을 돌보는 중간보스. 장래희망은 그림 그리는 사람. 작화법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와 전부 베낄 정도의 열성.
셋째 아들 다카하시 준(박준), 레고마스터를 꿈꾸는 태권소년. 누나들의 사랑을 빼앗아 간 막내와 사이가 안 좋았지만 어느 순간 극복했다.
넷째 아들 다카하시 시온(박시온), 질풍노도의 최초 반항기 3세를 웃어가며 그냥 넘겨버렸고 바깥만 나가면 사랑받는다. 유치원에서는 몇몇 여자아이들의 애정 공세에 시달린다.
아내 다카하시 미와코, 탁월한 지도력으로 네 명의 자 식과 부족한 남편과 함께 지내준다. 온갖 능력의 소유자인데 특히 옷, 잡화 만들기나 이발 등의 능력은 소비절약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단 운전대를 잡으면 사람이 변한다.

“신기하네, 왜 그때 안 뛰었지? 이렇게 즐거운데.”
아다치 미츠루의 청춘만화처럼, 매일 한 뼘씩 크는 아이들


“이 책은 내가 썼지만 많은 부분은 매일의 일상에서 소중한 이야기들을 제공해준 나의 가족에게 빚진 바 크다. 네 아이에게 참 고맙다. 공부를 안 하고 매일같이 노니 쓸거리가 풍성했다. 시키지도 않은 자원봉사를 하고, 동네축제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고, 새벽에는 학교 소프트볼부 연습을 하러 나섰다. 심지어 그들이 하는 공부나 숙제도 글의 소재가 됐다.”(등장인물 소개 중에서)

미우, 유나, 준, 시온 네 아이들은 공부하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부모가 공부하라는 말도 안 한다. 다만 신문에 글도 쓰고 인테리어도 하고 술집도 하는 아빠를 보고 커서 그런지, 알아서 흥밋거리를 찾아 나선다. 그 덕분에 책도 나올 수 있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시키지도 않은 자원봉사를 왜 이리 많이 하냐는 아빠의 질문에 그저 “보육원 아이들이 좋아하니까”라고 대답하는 아이, 달리기 경기에서 뛰지 않아 걱정했던 아이가 수년이 흘러 “신기하네, 왜 그때 안 뛰었지? 이렇게 즐거운데”라며 성장한 모습들, 그리고 영화를 전공한 아빠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도전하며 “아빠 나 연극해도 돼”라고 질문하는 순간까지. 일상 속에서 한 뼘씩 천천히 성장하는 이야기들에 매료되고 만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H2》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 나올 법한 아이들의 모습들. 그런 만화와 영화를 보면서 늘 부럽다는 생각을 해온 독자라면, 이 일상 속에서 발견하고 건진 소중한 이야기와 목소리들에 설레임과 이끌림을 느끼게 된다.

에피소드 하나
“아빠 직업? 신문에 글도 쓰고, 인테리어도 하고, 술집도 하고 그래.”
되고 싶은 어른은 되지 못했지만 불행하지 않습니다


하루는 도쿄의 유흥가 우에노에서 술집을 운영하던 저자가 인테리어 업체로 직장을 옮긴 즈음 딸 미우가 하소연한다. “그러면 안 되는데... 친구들이랑 나중에 우에노 공원 놀러가면 아빠 가게 가서 노래 부르기로 했단 말이야.” 미우의 친구들도 덩달아 말을 보탠다. “네, 진짜 그러기로 했어요. 미우가 아빠상 술집 마스터 겸 칼럼니스트라고.” 둘은 술집을 계속 해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술집 마스터라는 직업, 사회적 지위가 높고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지만 아이들은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은 더 좋아한다. 친구 아빠 직업이 의사인데 하나도 재미없다고, 미우가 부럽다고. 아이들은 직업의 귀천을 모른다. 귀천을 알려주고 ‘너는 저렇게 되지 마라’, ‘공부 하지 않으면 저렇게 돼’라는 말을 하고 차별의 기준을 설정하는 건 다 어른들이다.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자부하는 저자조차 술집 마스터나 노가다가 아니라 ‘칼럼니스트’를 고집해왔던 터라, 아이가 부모를 성장시키기도 한다는 말이 퍽 와닿는다. 저자는 그날 밤 페이스북 프로필을 바꾼다. ‘노가다 뛰는 칼럼니스트’로.

에피소드 둘
“다카하시 미우입니다. 하지만 박미우이기도 해요.”
가르치지 않아도 배우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배우는 아빠


아이들은 한국인 아빠, 일본인 엄마의 성을 동시에 쓴다. 박미우이기도 하고 다카하시 미우이기도 한 것이다. 이름은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 미우가 보여준, 무겁지 않지만 오래 생각해볼 에피소드가 있다. 일본에서는 혼혈을 보통 ‘하프 half’라고 표현한다. 절반씩 피가 섞였다는 건데 이 하프라는 표현이 부정적 의미라고 받아들여져 요즘엔 하프 대신 ‘더블 double’이라는 표현을 의식적으로 쓰는 매체나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박철현의 네 아이들도 당연히 더블 전도사다. 미우나 유나 클래스에는 더블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두셋씩 반드시 있다. 누가 봐도 더블의 외모를 한 미우 친구 카렌이 집에 놀러 온 날, 러시아 엄마와 일본인 아빠 사이에 태어난 아이인데 둘의 대화가 꽤 재밌다.
발단은 카렌이 미우에게 “너 정말 하프야?”라고 물은 데서 시작됐다. 카렌 입장에서는 외모상 순수한 일본인과 아무런 차이가 안 나는 미우가 ‘혼혈’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은 듯 물은 것인데 이 질문에 미우가 “응. 근데 하프 아니고 더블이 맞아”라고 답한 것이다. 카렌이 되묻는다. “왜 더블이야? 하프 아닌가” “하프는 2분의 1이잖아. 더블은 2이고.” “그런가” “카렌은 2분의 1이 좋아? 2가 좋아” “당연히 2가 좋지.” “그럼 앞으로 더블이라고 말해. 너 러시아어 하지” “응. 엄마한테 배워서 조금 하지.” “봐봐. 일본어도 하고 러시아어도 하니까 더블이잖아.” “와! 진짜 그러네!”
옆에서 듣고 있던 저자 박철현마저 설득된다. 누가 가르쳐줬냐는 아빠의 물음에 “아니. 그냥 평소 내 생각”이라고 대답하는 미우. 설명하기 어렵고, 아이들에게 괜한 짐을 지운 거 같아 미안해했던 박철현. 이름이니 정체성이니 무겁게만 생각해왔던 문제를, 그걸 직접 겪고 생활하는 딸 미우는 이렇게 유연하고 솔직하게 다가간 것이다. 편견이나 동정어린 시선, 차이와 차별하는 마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들의 독백을 대화로, 좋은 질문으로 이끌어주는 것
그것이 아빠의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날의 용기를 북돋는 담백하고 건강한 가족의 일상


책에서 저자 박철현의 목소리보다 돋보이는 건 그의 시선이다. 저자가 아예 보이지 않는 에세이는 아니지만 그는 주인공보다는 아이들의 뒤, 주변부에 서고자 한다. 이 글은 전적으로 저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가족의 세계이지만, 그는 일방적으로 판단하거나 옳고 그름을 가르지 않는다. 대신 처음 만나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고 호기심에 의해서 다음 스텝을 밟고 움직여가는 아이들을 투명한 렌즈로 비출 뿐이다. 좋은 질문으로 이끌어주고 용기를 북돋고. 그것이 아빠의 역할이라고 그는 여긴다. 아이들의 일상을 그리는 것, 그들 곁에서 가만히 바라보는 것, 그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이를 통해 독백을 대화로 만드는 것 그게 최선이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어른은 어떻게 돼?》에 담긴 일상의 에피소드 속에 커다란 불행이나 중대한 사건은 부각되지 않는다. 다만 우리 모두가 겪어온 것처럼 어려움과 즐거움, 그걸 경험하고 교훈을 발견해가는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스며 있다. 그 속에서 박철현이라는 아버지 역시 한 뼘 성장한다. 아버지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이의 정서와 공명하고 사건사고를 옆에서 바라봐주는 시간 속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그는 깨닫는다. 사회가 바라는 기준보다는 자기 뿌리를 단단히 하고 자기 일과 삶게 충실하려 애쓰는 모습도 읽힌다. 이게 성장이 아니면 무엇일까? 늘 남과 비교당하고 괴로워했던 그는 이제 한 집안의 가장으로,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런 이야기이다. 이 가족의 담백하고 건강한 일상을 통해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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