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교토
한 달의 느긋한 일상 산책
좋아하는 카페에 몇 번이고 들러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골목길 서점에 눌러앉아 보고 싶은 책을 잔뜩 볼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살아보는 여행의 매력이지 않을까.
느리게 걷고 마음껏 음미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1만 명에 달하는 SNS 스타 주아현. 여행은 물론 남다른 패션 감각과 일상 사진으로 수많은 팔로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그녀는 관광지를 탐방하는 여행보다 동네의 골목골목을 산책하며 노래 듣는 걸 더 좋아하는 여행자다. 소소한 것들을 사랑하고 그 모든 것을 사진이나 글로 기록한다. 때문에 교토라는 도시와 사랑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관광지도 있지만 어떤 동네는 아주 깊은 산골짜기에 들어온 듯 한적하다. 또 어떤 곳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 예스럽고, 어떨 때는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 저자가 기록한 교토의 매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책을 통해 확인해보자.
교토에서의 한 달 살이
부모님의 품에서, 학교라는 소속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버렸다. 처음으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떠나온 여행. 그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어린 시절 접한 만화나 책, 사진 등을 통해 일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짱구네 가족이 둘러앉아 귤을 까먹던 코타츠, <카드캡터 체리> 속에서 요정이 좋아하던 말랑말랑한 푸딩, <아따맘마>에 나오던 낫토나 오니기리 같은 음식들, 만화 속 캐릭터들이 입고 다니던 리본 달린 교복까지. 그 마음이 어느새 여행에 대한 로망으로 번져 중독이다시피 일본을 찾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오래도록 머물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 건 교토가 유일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채운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게 아닌, 늦잠을 자고 좋아하는 곳은 몇 번이나 찾아가보는 여행. 그렇게 인생에 있어 한 달이라는 공백을 만들었다. 지금, 그곳에 살아보기 위해.
특별한 일 없이도 매일이 특별한
책에서는 교토에서 보낸 한 달간의 일상과 서른 곳이 넘는 카페와 숍을 소개하며 그 공간의 분위기를 전한다. 저자의 글에는 화려한 미사여구나 대담한 청춘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진 않다. 벚꽃이 피기 시작한 봄날, 골목골목을 거닐면서 좋아하는 공간들에 대한 따뜻한 인상을 전할 뿐이다. 우리의 매일이 언제나 특별한 에피소드로 꾸려지는 것은 아니듯, 그녀의 여행 역시 어느 날은 가만한 시간만이 기록돼 있다. 그럼에도 이 여행이, 이 순간이 특별하다 말할 수 있는 것은 ‘행복’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옳은 여행은 없다. 행복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필름카메라 속 다정한 인상
주아현의 사진은 다정하다. 필름카메라 특유의 감성과 아날로그한 교토의 분위기가 맞물려 따뜻한 색감을 자아낸다. 『하루하루 교토』에는 분홍빛으로 물든 4월부터 푸른 녹음이 번진 5월의 교토가 담겨 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한 도시에서 머물며 시간의 변화를 담았다. 단순히 계절의 변화만이 아니라 낮과 밤 등 순간순간의 시간까지 기록되어 있다. 그녀의 사진을 보면 교토와 나라에 대한 따뜻한 인상을 받게 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은 여행을 꿈꾸게 되고,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은 그리워질 것이다. 저자가 누군가의 기록을 통해 여행에 대한 꿈을 갖게 된 것처럼, 이 책도 누군가에게는 여행에 대한 작은 동경으로 남았으면 한다. 무거운 머리를 내려놓고, 짧은 시간이나마 쉬어가는 페이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