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의 정치학 - 왜 진보 언론조차 노무현·문재인을 공격하는가?
문재인은 어떻게 왕따가 되었을까?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언론이 완성하는 왕따의 계보학
김대중은 정치 인생 내내 ‘빨갱이’ 프레임과 맞서 싸웠다. 국외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해 투쟁하고 남북한의 긴장관계 완화를 위해 기여했고, 그 공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지성으로 평가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화해와 포용을 기본 태도로 남북한 간의 긴장관계를 완화하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추진한 햇볕정책이 ‘빨갱이 정부의 북한 퍼주기’로 왜곡됐다. ‘김대중의 후예’로 호남의 지지를 업고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은 ‘빨갱이’에 ‘막말’ 프레임에 시달렸다. 국민의 정부 때보다 인사와 지역개발 지원 정책에 호남을 더 배려했음에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을 주도한 ‘배신자’, ‘호남 홀대론’의 공격을 받았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의 남자’로 민정수석을 지낸 ‘노무현의 후예’ 문재인은 정계 입문과 동시에 앞선 두 왕따 대통령의 유산을 물려받음은 물론,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까지 더해져 왕따 정치인의 계보를 이었다. 언론은 국민의 정부가 공들인 햇볕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참여정부에 물었고, 정동영의 대통령선거 패배 원인이 참여정부의 실패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재인이 대선에 출마하자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과거 실패의 책임을 모두 그에게 전가했다. 조기숙 교수는 언론이 만들고 반문?비문이 완성해가는 ‘기승전’-문재인 전략의 부당함을 언론의 보도자료와 통계자료를 근거로 들어 낱낱이 분석한다. 이 내용은 인기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7회에 걸쳐 공개해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조?중?동과 한?경?오(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은 왜 유독 문재인에게만 가혹할까?
정치학자 조기숙의 ‘구좌파’ 진보언론에 관한 비판적 분석
“우리 편한테서 부당한 비판을 들으면 많이 아픕니다. 그럴 땐 혼자 소주 한잔 마십니다.” 문재인의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후 비슷한 말을 했다. 보수언론의 비판은 정치적 생각이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별로 아파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보언론의 비판적인 사설이나 칼럼에는 많이 아파했다.
왜 진보언론조차 노무현?문재인을 비판할까? 조기숙 교수는 대략 일곱 가지로 원인을 설명한다. 우리 편을 옹호하는 것은 언론의 사명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우리 편에게 더 가혹하게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진보언론의 양심 결벽증, 시간과 재정이 부족한 진보언론의 열악한 업무 환경, 폐쇄적인 엘리티즘, 비판적 효능감 혹은 스톡홀름 신드롬, 언론의 특권을 이용해 스스로 킹메이커가 되고자 하는 바람, 언론권력의 사유화, 노무현과의 이념적?문화적 갈등이 그것이다. 진보언론의 이런 특성들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조기숙 교수는 진보언론을 ‘구좌파’로 규정한다. 흔히 좌는 진보, 우는 보수라는 주장은 20세기까지는 맞지만 21세기는 틀리다고 지적한다. 좌파 안에서도 갈등이 존재하며, 특히 문화적 갈등을 기준으로 구좌파와 신좌파로 구분되는데 집단주의?권위주의 문화가 강한 진보언론을 구좌파로, 탈권위?탈물질의 가치를 중시하는 진영을 신좌파로 구분한다. 신좌파로 상징되는 대표 인물이 노무현이다.
언론의 ‘기승전-문재인’ 보도에도 왜 문재인의 지지도는 계속 올라갈까?
노사모부터 촛불 시민까지, 탈이념?탈권위를 지향하는 신좌파의 탄생
세계사에서 신좌파의 등장은 프랑스 68혁명 세대다. “상상력에 권력을!”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경찰을 없애야 한다”는 그들의 대표 구호에서 보듯, 신좌파의 특징은 탈권위를 추구한다. 한국 정치사에서 신좌파는 노무현과 함께 등장했다. 그를 지지한 노사모부터 팟캐스트 열풍을 선도한 ‘나꼼수’, 이명박 정권 때부터 광장으로 나오기 시작해 박근혜 탄핵까지 이끌어낸 촛불 시민 등이 대표적인 신좌파운동이다. 21세기 정치 지형도는 신좌파에 의해 새로 쓰이고 있으며, 신좌파운동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한국이 앞선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68혁명과 달리 평화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신좌파의 또 다른 특징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행동한다는 점이다. 촛불 시민들도 지도자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반문?비문이 문재인에게 지지자들을 관리하라 운운하는 것은 새로 등장한 신좌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하자마자 진보언론까지 가세한 편향된 보도에 공격받았다. 2008년 촛불집회가 갈수록 거세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초를 누구 돈으로 샀냐”고 물었고 검찰은 즉각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착수했다. 검증되지 않은 뉴스가 생중계되듯 쏟아졌고, 정치인의 말보다 언론을 더 신뢰하는 시민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마저 언론을 신뢰하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자살을 결심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후에야 언론보도의 편향성을 ?駭事?시민들이 깨어나기 시작했고, 이제 왕따 문재인을 지지하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왕따 당하는 사람은 책임이 없는가?
왕따를 완성하는 사람들과 왕따를 해결하는 사람들
흔히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으면 왕따가 성립된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구조와 집단의 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왕따가 성립되기 어렵다. 왕따 현상은 피해자와 가해자는 물론 동조자, 방관자 그 외에도 강화자가 있어야 비로소 성립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왕따 현상을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방어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 피해자 : 왕따의 대상이 되는 사람. 그가 속한 집단의 일원들과는 다른 그의 뭔가가 타인을 불편하게 한다. 신체적 약점뿐 아니라 질투심을 자아낼 만큼 매우 예쁘거나 공부를 아주 잘해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 가해자 : 힘 있는 사람, 권력이나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 왕따를 지목하고 언어나 신체적 공격을 가한다. 가해자는 수많은 동조자를 필요로 한다. 피해자를 괴롭힐 때 옆에서 격려하고 환호할수록 더 큰 쾌감을 느끼고 왕따를 지속하고 싶다는 동기를 얻기 때문이다.
? 동조자 : 가해자를 격려하고 환호하는 사람.
? 방관자 : 왕따는 주위 많은 방관자의 묵인 아래 이루어진다. 왕따를 목격하고 단 한 사람이라도 이를 말리거나 제지하면 왕따는 지속되지 않는다.
? 강화자reinforcer : 과거에는 자신도 왕따였는데, 자신보다 더 약 한 사람이 나타나서 왕따를 당하게 되면 가해자의 앞잡이가 되어 피해자를 더 가혹하게 괴롭히는 사람이다. 때로는 강화자가 가해자보다 더 심한 해를 입히기도 한다.
? 방어자 : 왕따 현상의 잘못을 인지하고 그 사실을 알리며 비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