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과학이야
그래프 뒤에 서 있던 사람의 이야기
이 책에서 과학은 공부하고 외우는 ‘지식’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고정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풀어가는 작가의 글은 모든 문제의 해결은 정확한 질문을 찾는 데에서 출발하며, 능동적인 사고방식이 얼마나 삶의 방향성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는지 보여준다.
또한 일상의 의외성을 발견하는 작가의 통찰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다. 사실 식물을 연구했던 작가에게 화분 선물은 조금 떨떠름하다. 살아있는 식물을 주고받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기이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예뻐서 사고, 뒀을 때 예쁜 곳에 두는 행동을 경계한다. 반려 식물에게 살아가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밝힌다. 이 책은 익숙해서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들을 포착해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나는 사소한 돌연변이로 살기로 했다
열등감을 가지게 만든 것도, 절망에 빠진 자신을 구원해준 것도 과학이었다. 작가는 오랜 기간 과학을 배우고 익힌 전문가이지만, 현재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는 연구자는 아니다. 그래서 남들은 화려하게 피어나는 커다란 꽃봉오리들 같았고, 자신은 비척대다가 말라비틀어진 잡초 같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작가는 더 이상 꽃이 피네 마네를 고민하지 않는다. 때 이른 발아는 식물을 죽이기 때문이다. 씨앗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라 싹을 틔우는 타이밍을 아는 것이다. 작가는 발아 호르몬 농도가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낸 뒤라면 세상으로 한 발 삐죽 내밀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도, 자신의 마음을 달래는 일도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여기엔 연구 성과 대신 감정의 생채기가 있고,
경이로운 발견 대신 한 인간의 가능성이 있다.”
유튜브 <안될과학> 궤도, <1분 과학> 이재범 추천!
이 책은 인생을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확신’이 아니라 ‘변화’임을 깨닫게 해준다. 과학자들의 연구 방식을 살펴보면 먼저 실험을 통해 어떤 조각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조립해서 결과물을 만든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에는 보지 못하던 사실의 조각을 발견하게 된다. 새롭게 찾은 조각을 들고 과거의 조립물을 수정한다. 단, 전에 있던 사실을 수정한다고 해서 비난하지 않는다. 그때 당시로서는 그것이 합리적인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한계를 인정하고,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과학은 발전했다. 오히려 과거의 불완전한 연구가 발판이 된다고 생각한다. 행복과 불안 사이에서 꾸역꾸역 맡은 일을 하기도 지칠 때 읽기를 권한다. 과학이 지닌 힘과 위안을 새삼 깨닫게 만들고, 불행 앞에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