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제23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출간
대상 수상작에 김멜라의 <제 꿈 꾸세요> 선정!
한국 단편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하는 이효석문학상 선정은 오정희, 구효서, 김동식, 편혜영, 이경재가 심사위원단이 되어 진행되었다. 김멜라, 김지연, 백수린, 위수정, 이주혜, 정한아의 작품을 최종심에 올렸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가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대상 수상작 〈제 꿈 꾸세요〉는 주인공 ‘나’가 죽음의 가이드 ‘챔바’를 만나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나’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오히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일어났을 때 웃게 되는 꿈”을 꾸게 하도록 시도한다. “악몽의 형식이 아니라 귀엽고 사랑스럽고, 또 가장 복된 방식”(편혜영)을 취하는 이 소설은 죽음을 무겁게 말하지 않고 있다. 귀여운 ‘챔바’를 따라 곁에 있는 사람들의 꿈을 차례로 방문하려는 ‘나’를 보며 우리는 오늘 밤 “좋은 꿈”꾸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맑은 마음들이 만나지면서 깨끗하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작품”(오정희)이며, 어쩌면 망자들이 저세상에서 보내는 산뜻하고 다정한 안부임을, 이 소설이 대신 말해주고 있다.
대상 수상작가 김멜라의 자선작으로 신작 〈메께라 께라〉 발표!
기수상작가 이서수의 자선작 〈연희동의 밤〉 수록!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는 대상 및 우수상 수상작 총 6개 작품 이외에도 대상 수상작가와 기수상작가의 자선작이 수록되어 알찬 구성을 이뤘다. 기수상작가 이서수 소설가는 2021년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 이후 장편소설 《헬프 미 시스터》를 출간하며 2021년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 당시 “세대 간의 가족 얘기를 노동과 버무려서 쓸” 예정이라고 말했던 포부를 지켜냈다. 자선작 〈연희동의 밤〉은 우연히 연희동 LP바에서 정태춘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들은 계기로 썼다. 지금 이 시대를 두고 “기념비를 세우는 게 촌스러워진 시대”라고 말하는 주인공 ‘나’를 통해 N포 세대를 넘어 현실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젊은 층의 시대상을 소설 속에 적극 반영한다.
대상 수상작가 김멜라 소설가의 자선작 〈메께라 께라〉는 어느 지면에도 발표한 적 없는 신작이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잠깐 동안 주인공 ‘나’(소낭)는 제주도 “오름 어느 옴팡진 데”에 살고 있는 꾸모(할아버지)에게 맡겨지고 ‘안나 여사’와 ‘옥토끼’를 만나 하루하루를 보낸다. 제목에서처럼 “메께라”는 “어머나!” 하고 놀라는 감탄사로 자주 쓰이는 제주 사투리다. ‘나’는 “오름의 말”(제주 사투리)을 전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낯선 곳에서 ‘안나 여사’와 ‘옥토끼’가 부르는 노래로 한마음이 되고 만다. 소설 속 제주 사투리는 입말로 살려두었다. ‘나’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말의 뜻을 유추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노랫말처럼 끝나지 않고 연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마침내 “내 마음의 옴팡진 곳”에 고인 기억이 추억이 될지 모른다는 믿음을, 갓 태어난 동생 ‘오롬’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용기를.
◆ 제23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소개
누군가의 꿈에 찾아가 어떤 말을 해야 한다면
김멜라 <제 꿈 꾸세요>
주인공 ‘나’는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아몬드크런치크랜베리초코바를 먹다 목이 막힌 것이다. “이 상황이 죽음으로 끝날 수 있음”을 알아차린 ‘나’는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오자 노래를 부르는 챔바를 만난다. 천사가 아닐는지, 그러지 않고서야 “청색증으로 얼굴이 파랗게 된” ‘나’를 이끌고 공중부양할 리가 없다. 챔바는 길손이 된 ‘나’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가이드였다. ‘나’에게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릴 기회를 준다. ‘나’는 누구의 꿈속으로 가게 될까? 가서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동시에 시체를 보고 충격을 당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지?
그럼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은 거잖아
김지연 <포기>
민재는 고동으로 잠적했다. ‘나’(미선)와 호두(도영호)는 그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냥 잠적한 게 아니라, “여기저기서 돈을 조금씩 빌린 다음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민재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과거에 민재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졌을 신세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이 ‘나’에게 전활 걸어 민재를 얼른 찾아 돈을 받고 싶어 한다기보다 민재의 안부를 훨씬 더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그런 신세들 때문에” 민재는 썩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서 그를 조금 이해해보려는 시도를 몇 차례 해본다. 최악이 아니면 좋겠다는 믿음으로, 과연 민재는 다시 돌아올까?
그녀에게는 틀림없이 앵무새가 전부였다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옥미는 수필 쓰기 수업을 듣는다. 수필 쓰기가 곧 과제였지만 한 줄도 쓰지 못하고 매번 집으로 돌아오지만 말이다. 혼자 사는 그녀는 지난 6년 동안 정해진 일과를 반복해온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 앵무새 한 마리가 생겼다. 사위가 잠시 맡아 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이 작은 새 한 마리가 가져다준 일상의 균열은 컸다. 어느 날엔 앵무새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의사는 “죄송하지만 그렇게 키우시면 안” 된다고 처방했다. 이후로 그녀는 앵무새 키우기에 하루를 쏟는다. 그렇게 앵무새와 두 달간의 동거는 그녀에게 무엇을 깨닫게 했을까?
어떤 마음은 없는 듯, 죽이고 사는 게 어른인 거지.
위수정 <아무도>
‘나’(희진)는 남편 수형과 별거하기로 하고 새로 구한 원룸에서 아버지를 마주한다. “언제나 단정”한 아버지를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대로변에 다른 여자와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목도한 ‘나’, 가끔씩 그때 그 장면을 떠올리며 납득해보려고 애쓰지만 오히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되묻게 된다. ‘나’는 수형을 두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나’는 수형과 어떻게 될까? 아니면 사랑한다는 그 사람과는?
무엇이 자꾸 우리를 겁쟁이로 만들까?
이주혜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나’와 수라 언니, 미예 세 사람이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린데 그날은 날씨가 좋았다. 미예가 팬데믹 혼란 속에서 홀아버지를 여의고 이를 위로하고자 만나는 자리였다. 그러다 수라 언니의 코로나 확진 소식이 들려오고 세 사람의 우정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코로나 확진에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에게 사과를 하고, 고립에 대한 공포를 느끼며 격려할 수 없는 나날들. 세 사람의 우정은 결코 인간관계로 끝나지 않고 엄마이자 아내인 여성의 역할을 조명한다. 그러면서 ‘나’는 계속해서 “이 바이러스의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되물으면서 분노를 표출해야 할 곳은 대체 어디인지 고민한다.
매달 오백십이만 삼천사백 원은 달랐다
정한아 <지난밤 내 꿈에>
‘나’는 희곡 쓰는 애인 인철과 함께 살며 겨우 삶을 연명하고 있다. 공모전 예심만 통과하며 일을 다시 구하기 시작한 인철, 급기야 ‘나’는 갑작스레 자궁의 혹을 떼는 수술을 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엄마는 매달 ‘나’의 통장에 들어올 거라는 말과 함께 오백십이만 삼천사백 원이 담긴 봉투를 건넨다. 한센 협동농장에서 나오는 보상금이었다. 엄마는 그것을 고스란히 딸인 ‘나’에게 주기로 한 것이다. 한센병력이 있는 ‘나’의 외할머니, 그리고 고아원에 잠시 맡겨지며 스스로를 고아라고 말하는 엄마, 그리고 ‘나’는 매달 오백십이만 삼천사백 원을 받고 할머니를, 엄마를, 이해하는 날이 올까?
◆ 이효석문학상
한 해 최고의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가에게 수여하는 문학상.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밀도 높은 이야기를 선보이며, 탁월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우리가 지금 가장 뜨겁게 주목해야 할 작가와 작품의 보고寶庫다.
제22회 수상작 이서수_미조의 시대
제21회 수상작 최윤_소유의 문법
제20회 수상작 장은진_외진 곳
제19회 수상작 권여선_모르는 영역
제18회 수상작 강영숙_어른의 맛
제17회 수상작 조해진_산책자의 행복
제16회 수상작 전성태_두 번의 자화상
제15회 수상작 황정은_누가
제14회 수상작 윤성희_이틀
제13회 수상작 김중혁_요요
제12회 수상작 윤고은_해마, 날다
제11회 수상작 이기호_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제10회 수상작 편혜영_토끼의 묘
제9회 수상작 김애란_칼자국
제8회 수상작 박민규_누런 강 배 한 척
제7회 수상작 정지아_풍경
제6회 수상작 구효서_소금가마니
제5회 수상작 정이현_타인의 고독
제4회 수상작 윤대녕_찔레꽃 기념관
제3회 수상작 이혜경_꽃그늘 아래
제2회 수상작 성석제_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제1회 수상작 이순원_아비의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