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The Earthian Tales어션 테일즈 No.1 - alone

The Earthian Tales어션 테일즈 No.1 - alone

저자
김보영 외 지음
출판사
아작
출판일
2021-12-31
등록일
2022-05-09
파일포맷
PDF
파일크기
54MB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PC PHONE TABLET 프로그램 수동설치 뷰어프로그램 설치 안내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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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구에서, 지구인들이,
계절마다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이야기,
SF 전문 계간 문학잡지 〈어션 테일즈〉가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한국 SF가 황금기에 접어들었다고들 합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한국 작가가 쓴 SF가 줄 세워져 있는 모습은 처음이니까요. 소설에 이어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웹툰으로도… 한때는 그저 마니악한 장르로만 여겨졌던 SF는 새로운 이야기에 목말라 있던 이들에게 발굴되고 재평가받아, 누구나 볼 수 있는 하늘 위로 쏘아 올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SF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언제나 변치 않고 하늘에 붙박여 있었습니다.SF를 만들어내는 이야기꾼들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누가 봐도, 보지 않아도 꾸준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빛이 그곳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각자의 시간을, 공간을, 세상을 성실히 다져온 이야기꾼들은 그 빛을 반사해
저 먼 지면에 스민 밤을 밝혀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일 년에 네 번, 계절이 올 때마다 찾아올 어션 테일즈의 시작을 알립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아레시보 천문대의 전파망원경이 지난 2020년 붕괴되었다. 당초 철거가 예정되어 있긴 했지만, 지지탑을 이어주던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9백 톤 무게의 철제 구조물이 반사경에 떨어져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은 것이다. 2016년 중국의 직경 5백 미터 구면 전파망원경(FAST)이 등장하기 전까지 지구에서 가장 큰 단일 망원경이었던 아레시보 천문대의 전파망원경은 외계인들에게 보내는 ‘아레시보 메시지’로도 유명하다. 아레시보 메시지는 1974년 11월 16일 주파수 변조 전파 방식을 통해 우주 공간을 향해 쏘아 보낸 방송이다. 이 메시지에는 1에서 10까지의 숫자, DNA를 구성하는 주요 물질의 원자 번호, 지구의 인간 개체 수 등의 정보를 담았는데, 아레시보 메시지는 전파에 의한 능동적 ‘외계 지적 생명체 찾기’(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SETI) 활동의 첫 사례로 알려져 있다.

아레시보 메시지가 향한 곳은 지구에서 2만5천 광년 떨어져 있는 허큘리스 대성단으로, 전파가 도달하는 데에만 2만5천 년이 걸리고, 메시지를 받은 누군가가 바로 답장을 쓴다고 해도 다시 2만5천 년이 더 걸릴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높은 확률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그 답장을 확인하기는 어렵겠지만, 일찍이 SF 작가 아서 C. 클라크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관하여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리 말고 더 있거나, 우리뿐이거나. 그 두 가능성이 모두 끔찍하다.”

한국의 SF 작가 김보영이 2009년에 발표한 단편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는, 조금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지구인의 메시지를 받은 외계인들이 그 메시지의 뜻이 무엇인가 궁리하는 소설인데, 길이는 짧지만 김보영의 걸작 중 하나다. 작품에서 지구인이 보내온 메시지는 1,679자리 2진수인 아레시보 메시지보다 훨씬 단순한 딱 하나의 문장으로, 바로 소설의 제목인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두고 수많은 학자들이 토론을 벌이지만, 결과적으로 지구인이 보내온 메시지의 정확한 의미를 해독해내는 것은 결국 지구인과 비슷한 생체 리듬을 가진, 그래서 외계인 사회에서는 ‘장애를 가진’ 소수자다.

클라크는 방대한 우주에서 인류가 홀로 지적인 생명체로 존재하든, 혹은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든 그 두 가능성이 모두 끔찍하다고 말했지만, 적어도 김보영에게 묻는다면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얼룩진 지구가 훨씬 더 끔찍한 곳이라고 대답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역시 높은 확률로, 한국의 SF 작가들은 심지어 외계인을 비롯한 다른 문명이나 소수자, 그리고 약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우호적이다. 외계인 아버지와 지구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라현의 이야기를 다룬 천선란의 소설 <어떤 물질의 사랑>에서 천선란은 어머니의 입을 빌려 말한다.

“너는 지구인이니까. 네가 이곳에서 태어났으니까. 지구인일 수도 있고 외계인일 수도 있지만 그건 걱정 마. 이곳에 있는 모두가 서로에게 외계인이니까.”

한국 SF가 황금기를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여느 장르처럼 그저 한두 명의 스타 작가가 반짝 인기를 끌고 있는 게 아니라, ‘불모지’ 소리를 들으면서도 오랫동안 꾸준히 좋은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들과 신인 작가들의 조화와 다양성이 담보되어 있기 때문일 터다.

크고 작은 SF 공모전들이 눈에 띄게 늘었는가 하면, 다양한 주제의 앤솔러지들이 쏟아져 나오고, 심지어 전자책 플랫폼들이 앞다투어 SF 단편을 자체 출간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쉽고 불안한 것은 전문 잡지의 부재 혹은 부족이다. 공모전과 앤솔러지가 꽃다발처럼 화려하긴 하지만, 한편으로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SF 잡지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그 잡지들이 남긴 족적은 분명하고, 또 대단했다.

마침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과학문화활동지원사업의 일환으로 ‘SF 잡지’ 창간을 지원받아 몇 달 간의 준비를 거쳐 드디어 독자들에게 ‘SF 전문 계간지’를 선보이게 되었다.

제호를 두고 오래 고민했지만, 여러 제안 중에 낯선 알파벳의 나열보다 의미 있는 ‘지구인들이 만든 이야기’라는 의미를 담은 를 선정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중 절반은 외계인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구에서 태어났으면 외계인 여러분도 모두 지구인 아니겠는가. 이처럼 ‘지구인’이라는 말은 필연코 ‘외계인’이라는 말을 전제로 하는 법이어서, ‘지금?여기’와는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지구인들의 경이로운 이야기를 모아보고 싶었다.

지구인들이 만든 이야기, 수많은 SF가 있고, 또 그만큼 수많은 SF에 대한 정의가 있지만, 그 모든 SF를 아우를 말이기도 하다. 또한 결과적으로 ‘지구인이 만든 이야기들’의 영어 약어 ‘E.T.’가 외계인을 뜻하는 ‘E.T.(Extra Terrestrial)’가 된 것 역시 우연이 아닐 듯하다. 본 잡지는 지구인들이 만든 이야기들을 다루겠지만 외계인들의 투고도 물론 환영이다.

첫 호의 ‘느슨한’ 주제는 ‘Alone’, 즉 ‘홀로’이다. 팬데믹 2년차를 보내며 역사상 유래 없는 ‘자가격리’의 시절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지구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글의 수록은 형식별로 묶지 않고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자의 의식의 흐름을 따랐지만 글 소개는 형식별로 묶어서 다룬다. 명색이 잡지니만큼 어느 글을 먼저 읽어도 무난할 것이다.

픽션의 시작은 언제든 믿고 읽을 수 있는 김창규(<바이러스들>)와 정보라(<소금창고>), 그리고 곽재식(<백세 포스터 그리기 대회>)이 주제를 아우르는 초단편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거기에 제1회 포스텍 SF 어워드 미니픽션 부문에서 “이번 공모전의 최대 성과”라는 찬사를 받으며 당선한 박경만의 작품 <식>을 더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주제와 잘 맞아떨어졌다.

제8회 SF 어워드 웹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작가 시아란의 단편 <세상에서 오직 나 혼자만이>와 제6회 SF 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 수상 작가 심너울의 <공회전>은 두 작품 모두 각각 다른 이유로 고군분투하는 대학원생을 다룬 이야기다. 시원하게 한바탕 웃게 되면서도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작품들이다. 제1회 포스텍 SF 어워드 단편 소설 부문에서 당선작으로 선정된 이하진의 <어떤 사람의 연속성>이 이어진다. 이공계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포스텍 SF 어워드의 첫 당선작으로 조금의 부족함이 없다. 《슈뢰딩거의 아이들》로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최의택의 단편 <보육교사 죽이기>는 오랜 시간 다양한 글로 닦아온 작가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단편은 최근 웹소설 《슬기로운 문명생활》 연재를 마친 위래의 하드 SF <르네 브라운을 잊었는가>다. 독자들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유니크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더 찾아보게 될 것이다.

제7회 SF 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 수상 작가 이경희의 신작 중편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는 픽션의 대미를 장식하는 소설로 이경희가 장편뿐만 아니라 중단편에도 숨길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작가라는 점을 확인시킨다.

단편을 실은 이하진, 최의택 두 작가의 인터뷰를 작품과 함께 수록했다. 2021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문윤성 SF 문학상’과 ‘포스텍 SF 어워드’의 당선자들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함을 대신할 수 있길 바란다. 보태서 이번에 소설집 《극히 드문 개들만이》를 펴내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이나경의 인터뷰를 실었다. ‘장르’라는 구속에 스스로를 얽매지 않으면서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작가의 건필을 응원한다.

네컷 도트 만화집 《무슨 만화》로 유명한 OOO(오오오, 로 읽는다고 저자 인터뷰를 검색해보고 알게 되었다) 작가의 카툰 이 텍스트에 지친 독자들을 다독여준다면, 두 학부생 만화 작가 루토와 진규의 그래픽노블 <중력의 눈밭에 너와>와 <시간여행에 대한 구 패러다임>은 신인 작가들의 패기를 엿볼 수 있다. 각각 4회씩 연재를 예정하고 있으니 느긋하게 감상하셔도 좋을 것이다.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인 황인찬이 ‘alone’을 주제로 쓴 시 <당신 영혼의 소실>, <개완>, <발명>은 각각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하다. 작가의 시 다섯 편을 엮어 얼마 전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는데, 감독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고호관의 주제 에세이 <고독한 인류, 고독한 SF>는 창간호의 주제를 ‘홀로’로 결정한 까닭을 고전 SF를 통해 잘 보여준다. 김보영의 창작 에세이 <당신이 먼저 있고 그 다음에 장르가 있다>는 창작자와 독자들 모두에게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평론가 이지용의 SF 잡지에 대한 이야기 와 심완선의 연재글 는 장르에 대한 담론을 펼치는 마중물이 되리라 기대한다. 해도연의 ‘SF TMI’ <드카르 궤도 양자폭탄 투하 사건의 진위>는 소설로 다 느끼지 못하는 작가의 유머 감각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이 연재는 ‘물화생지’ 과목별로 나눠 작가를 달리해 계속될 기획이다. 다음 호에 실릴 남세오의 물리 TMI를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다. 《고기로 태어나서》의 작가 한승태가 마무리하는 에세이 <어떤 속삭임의 발생>은 첫 호 원고를 받아본 후 즉시 연재를 결정했다. ‘지구인들이 만든 이야기’에 ‘지구인이 경험한 이야기’가 딱 한 편 실려야 한다면 한승태 작가의 글을 계속 실을 수 있길 바란다.

가장 많은 작가가 참여하고, 또 가장 신경을 쓴 리뷰 코너는 ‘Memento SF’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취향의, 초호화 라인업의 작가들(구한나리, 박문영, 심완선, 이서영, 전삼혜, 전혜진, 정명섭, 정이담, 홍지운)이 “가능하면 최근 1년 내로 발표된 한국 작가 작품 중 마음에 드신 작품을 소개해주세요”라는 편집부의 요청에 응해주셨다. 처음이라 빠진 작품이 많겠지만 3개월에 한 번씩 소개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독자들이 놓치는 주요 작품은 꽤 드물어지지 않을까.

<당신이 놓쳤을지 모르는 책>은 ‘Memento SF’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작품을 해외 작품과 아울러 소개하는 코너로 번역과 창작 모두에서 빛나는 성취를 이룬 이수현 작가의 안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시간요원이 내일의 SF를 전해드립니다>에서는 SF 전문 팟캐스트 ‘서바이벌 SF 키트’가 게임, 영화, 해외소설을 망라해 신작 정보를 알뜰히 챙겨준다.

창간호를 기념한 마지막 두 개의 기사 꼭지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한국소설을 책임지는, 교보문고의 구환회 MD와 알라딘의 김효선 MD가 각각 “장르소설의 주인공, 누가 될까” “2020년대의 SF, 누가 읽고 쓰는가”를 주제로 한국 SF의 과거와 현재를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밝힌다.

촉박한 기한에도 불구하고, 한 분 빠짐없이 기한 내로 마감을 지켜주셔서 엎드려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모든 것이 백지 상태일 때 준비위원으로 참여해 잡지의 방향성과 기틀을 잡아준 박해울, 심너울, 이경희, 천선란, 해도연 다섯 분의 작가께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올봄 아작은 그간 누적된 잘못에 대해 작가들께 사과문을 발표하고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하나하나 개선해가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저자의 저작권을 존중하고,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 데 소홀하다면 지금껏 받은 질책보다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잡지를 창간하면서, 매호 창간호이자 마지막 잡지가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만들고자 한다. 앞서 클라크의 말을 재인용하자면, 제대로 개선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우리의 앞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외계인들도 이 잡지를 보거나, 보는 게 우리뿐이거나.”

? 2021년 12월, 편집장 최재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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