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으로 가는 문
단, 13일 만에 완성한, 전성기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최고 걸작!
<로커스> 선정 ‘올타임 베스트 SF’에 세 차례나 선정!
전 세계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하인라인 최고 인기작!
다섯 번째 한국어판, 김창규 작가 번역으로 전격 출간!
댄 데이비스는 일상에 유용한 로봇을 발명해내거나 말하는 고양이 피트와 한잔하는 것이 너무도 즐거운 천재 공학자다. 하지만 사업 감각이 탁월한 절친 마일스와 미모와 법률, 회계적 지식을 겸비한 약혼녀 벨에게 회사 운영을 맡기고 발명에만 몰두하던 그는 믿었던 두 사람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고 만다. 한순간에 자신의 회사와 절친, 사랑하는 여인까지 모두 잃고 만 그는 낙심한 채 이제 유일한 친구 고양이 피트와 냉동 수면에 들어가기로 결심하는데….
만약 당신이 하인라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면, 당신은 SF를 읽은 적이 없는 거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읽은 적이 없다면, 당신은 하인라인을 읽은 적이 없는 거다.
- 알렉스 크랩월드
짧고, 빠르며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다!
- 조 월튼
하인라인의 작품 중에서 잘 숙성된 최고의 소설
《여름으로 가는 문》은 기업 사기, 저온 가사상태, 시간여행, 핵전쟁의 영향으로 형성된 서로 다른 두 개의 미래를 다룬 재기 넘치는 하드 SF다. 로버트 하인라인이 그 시기에 발표한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느긋한 태도, 유창한 언변, 서민적인 스타일이 주인공의 고양이와 관련된 일화와 결합한 결과 이처럼 매력적인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하인라인은 알프레드 베스터와 나눈 인터뷰에서, 사실 이 작품에 첫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본인의 고양이라고 밝혔다. 콜로라도에서 겨울을 보내는 동안 그의 고양이는 집 안의 여러 문을 전전하면서 침울한 얼굴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하인라인의 아내는 고양이가 눈밭을 동경하는 게 아니라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느라 그런다고 설명해주었다. 하인라인은 아내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 단 13일 만에 이 작품을 썼다. 그리고 바로 이 작품을 통해 여름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물론 이 작품은 하인라인이 1939년에 첫 작품인 <생명선>을 발표한 뒤로 계속 탐구하던 관심사 및 주제와 연계되어 있다.
<생명선>은 SF라는 장르를 정립했던 존 W. 캠벨의 잡지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에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그 작품은 일찌감치 군에 복무한 경력이 있는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전역한) 30대가 새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하인라인은 다시 군대로 돌아갔다. 《여름으로 가는 문》은 그가 50세이던 1957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작품의 내용으로 보아 짐작할 수 있듯 그의 스토리텔링 실력이 정점을 찍던 시기의 소설이었다.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는 고양이 피트의 주인이기도 한 화자는 전형적인 하인라인 소설 속 주인공답게 ‘유능한’ 사람이다. 대니얼 분 데이비스는 개인주의적이고 재능이 있는 기술자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에 ‘개인의 자유와 자립’(2장)이라는 관념을 불어넣으려 했다. 주인공 댄은 일명 ‘6주 전쟁’이라고 불리는 국지적인 핵전쟁 기간 동안 군에 복무한 뒤 1970년에 전역하고, 군대에서 파생된 기술을 이용해 가사용 로봇들을 발명한다. 댄은 하인라인 소설의 주인공답게 기업과 연관되기를 거부하고 홀로 일한다. 하지만 야심 있는 동업자와 불성실한 약혼자 때문에 자신이 일군 사업에서 쫓겨난다.
댄은 저온 가사상태, 즉 ‘장기수면’에 강제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말 그대로 축출된다. 장기수면이란 미래에 치료법이 개발될 것을 희망하는 말기 환자나, 모험심에 사로잡힌 탐험가나, 투자금의 복리계산을 통해 한몫을 크게 잡으려는 사람들이 요금을 지급하고 받는 서비스이다. 하인라인은 SF 장르를 잘 아는 작가였다. 그가 소설 1장에서 언급하듯이, 이런 이야기는 H. G. 웰스의 1899년작 《잠든 이들이 깨어날 때》를 통해 알려져 있었다. 후대 작가들은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런 아이디어들을 다시 끄집어내고 깊이 탐구하면서, 일종의 긴 대화와 같은 형태로 발전시켰다. <요크셔 이브닝 포스트>에 실린 당시의 서평에 따르면 ‘하인라인은 가사상태 이론의 말미를 수정한 다음 한 번 더 비튼’ 셈이었다.
하인라인은 1970년의 미래상을 보여준 다음, 댄을 2000년에 깨우면서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같은 작업을 한 번 더 수행한다. 댄은 자신이 알고 있던 전문기술이 시대에 뒤떨어졌기 때문에 잠시 길을 잃는다. 하지만 하인라인 소설의 유능한 주인공은 오래 방황하는 법이 없다. 댄은 30년 전 자신이 힘을 더해 세웠던 기업의 이름을 이어받은 회사에서 일하다가 곧 사직한다. 그리고 자신이 저온 상태로 얼어붙은 ‘다음’에 출원했다는 특허의 증거를 찾아 나선다. 그는 추적 끝에 원시적이고 실험적인 시간여행장치를 찾아내고, 1970년으로 돌아가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로 결심한다…. 더 이상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이쯤에서 줄이지만, 고양이를 구하는 것이 댄의 최우선 목표라는 점만은 꼭 말해두고 싶다.
본 소설은 하인라인의 중기 작품에 해당하며 그가 창작활동을 하는 내내 탐구했던 소재로 가득 차 있다. 유능한 인물상은 <달을 판 사나이>(1950)에 등장하는 악덕 우주사업가 델로스 D. 해리먼으로부터 시작해서 《므두셀라의 아이들》(1967)의 불멸자 라자러스 롱에 이르기까지 두루 찾아볼 수 있다. 라자러스 롱이야말로 자신의 시간선에 직접 관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그 아이디어는 하인라인의 인상적인 고전 단편들, 즉 <자신의 구두끈을 당겨서>(1941)와 <너희 모든 좀비는>(1959)에서 다시 등장한다. 전쟁과 그 파생기술로 세상이 재편된다는 아이디어는 《스타십 트루퍼스》(1959) 같은 작품에서 자세히 다루어졌다. 《여름으로 가는 문》의 냉동수면 기술 역시 본래는 핵전쟁 발발 이후에 깨워서 활용하기 위해 예비 병력을 대피호에 보존하는 기술로 묘사된다.
하지만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본 작품은 아주 전형적인 하인라인 풍인 동시에 하인라인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여타 소설들보다 앞서 출간되었다. 그런 대표작으로는 《스타십 트루퍼스》, 자유연애와 신비주의를 다룬 대하 문제작 《낯선 땅의 이방인》(1961), 거칠고 인상적인 행성간 전쟁담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1966)이 있다. 하인라인은 해당 작품들 속에서 이른바 ‘이성적 무정부주의자’(《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 등장하는 표현이다)라는, 작가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새로운 인물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그 사상가는 대니얼 분 데이비스의 극단적인 형태이며, 원칙적으로 정부를 혐오하지만 실질적인 필요성 때문에 제한된 형태로 존재하는 행정부 정도는 인정하는 인물이다. 한편 하인라인의 유능한 주인공들은 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서 그와 같은 견해로부터 어느 정도는 뒤로 물러서 있는 편이다. 그런 유형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작품의 경우, 하인라인은 복잡하고 폭넓게 적용되는 가계 조직을 이야기의 중심 구조와 결부시켜버린다.
실제로 《여름으로 가는 문》에 그런 경향이 보인다. 댄은 사업 동료의 의붓딸인 리키와 독특한 ‘로맨스’를 이어간다. 작중 1970년 시점에서 리키는 열한 살이고 댄은 성인 남성이다. 그 연애 문제는 시간도약을 통해 두 사람이 적정한 연령대에서 재회한 후에야 해결되지만, 현대 독자가 읽기에는 분명 불편한 요소다. 하지만 리키라는 인물은 하인라인이 자신의 인생을 향해 건네는 다양한 애정 표현 가운데 하나다. ‘리키’는 하인라인의 아내인 버지니아의 미들네임이다.
《여름으로 가는 문》에는 단기간에 완성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흔적들이 있다. 이 이야기에는 독자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기술적인 비약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가지나 존재한다. 냉동수면과 시간여행이 그것이다. 시간여행의 경우 심지어 이야기 전개상 꼭 필요한 순간에 딱 맞춰 등장한다. 또한 하인라인은 ‘6주 전쟁’의 결과를 다소 두루뭉술하게 서술한다. 워싱턴 D.C.를 파괴한 전쟁이건만 그 피해는 지나치게 짧은 기간만 지속되고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처럼 어물쩍 넘어간 지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 작품은 처음 출간된 이래 엄청난 인기를 누려왔다.
하인라인은 여러 초기 작품을 통해 ‘미래사’를 구현했고 그 영향력은 상당히 컸다. 미래사에 속하는 이야기들은 다양한 전쟁과 혁명을 통해 작품이 쓰였던 시대를 진보적으로 확장해나가고, 희망찬 미래와 우주 진출로 이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젊은 상상력을 크게 자극했다. 마찬가지로 《여름으로 가는 문》에 등장하는 하인라인 풍 주인공의 매력과 앞날의 가능성을 향한 작가의 활력 넘치는 시각에 푹 빠지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대니얼 분 데이비스는 “미래가 과거보다는 낫다”고 말한다(12장). “세계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인간의 정신이 환경에 적응하고, 환경을 더 좋게 바꾸기 때문이다. 양손과, 공구와, 상식과, 과학과, 기술을 통해서.”
로버트 하인라인은 1988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리고 그 뒤로도 한동안, 장르 형성에 크게 기여하고 장르 자체를 주도했다. 비록 마지막에는 SF에 모범 사례와 더불어 논쟁거리를 남긴 셈이 되었다 해도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여름으로 가는 문》은 고전 장르 SF의 한 부분인 동시에, 중기에 접어든 하인라인의 작품 중에서 잘 숙성된 최고의 소설이다. 즐기시길.
- 스티븐 백스터,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