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고요한 숲 속에 울려 퍼지는 자연의 대화!
살아 있음에 대한 기쁨과 놀라움을 아로새기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과 식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소통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소통할까? 식물이 들을 수 있고, 버섯이 볼 수 있다는데, 사실일까? 허풍을 떨고 능수능란하게 속임수를 구사하는 건 인간만의 전유물인 걸까? 그렇지 않다. 새들과 물고기, 심지어 달팽이들까지, 어떤 면에서 그들의 소통법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 책에서 우리는 체내수정을 해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대서양 몰리(물고기)에서부터 자신을 노리는 천적을 속이기 위한 암호를 발신하는 지빠귀,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방향을 바꾸는 옥수수 뿌리, 공중변소를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토끼, 눈 대신 세포를 이용해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플라나리아까지, 기상천외한 생물들의, 더 기상천외한 소통의 기술을 만나게 된다.
의사소통은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생명이 시작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연결해주었다. 꽃은 특정 시각 신호를 보내면 수분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이런 ‘자연의 언어’를 꿰뚫어 보는 시선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놀라운 통찰력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잊지 말길. 판타 레이!(그리스어로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이다)
숲이 고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제대로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과 식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소통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소통할까? 식물이 들을 수 있고, 버섯이 볼 수 있다는데, 사실일까? 허풍을 떨고 능수능란하게 속임수를 구사하는 건 인간만의 전유물인 걸까? 그렇지 않다. 새들과 물고기, 심지어 달팽이들까지, 어떤 면에서 그들의 소통법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생명은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어디에 빛이 있고 물이 있고, 어디로 가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지, 어느 쪽에 먹이가 있고 어느 쪽에 천적이 있는지와 같은 정보는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의사소통이 필수다. 인간도 속한 커다란 전체, 즉 생태계는 생명체들 간의 이런 정보 교환과 무생물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치열하게 작동함으로써 형성된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색과 형태 및 움직임 같은 시각적 정보를 의사소통을 위해 이용하지만, 인간이 아닌 생명체 중 카멜레온이나 오징어 같은 친구들이 아닌 이상 대체로 시각적 정보로 신호를 보낼 수 없다. 그러므로 생명체는 매우 다채로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전자에너지나 색소를 이용하기도 하고, 냄새로 화학정보를 송신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독일의 여성 행동생물학자 마들렌 치게는 이 책에서 바이오커뮤니케이션(Biocommunication)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바이오는 ‘생명’을 뜻하고, 라틴어에서 유래한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를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바이오커뮤니케이션은 ‘생명체들 사이의 활발한 정보 전달’이다.
의사소통이 필요한 건 인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환경 정보를 감지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같은 언어를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에 대한 반응도 전혀 달라진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인간의 언어는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자연의 생물들이 나누는 대화법에 비하면 말이다. 때문에 인간은 종종 일상에서 정보 교환의 한계를 느낀다. 이에 대해 마들렌 치게는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생물들의 소통에 관한 비밀이 그걸 해결할 열쇠가 될 거라고.
이 책에서 우리는 체내수정을 해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대서양 몰리(물고기)에서부터 자신을 노리는 천적을 속이기 위한 암호를 발신하는 지빠귀,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방향을 바꾸는 옥수수 뿌리, 공중변소를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토끼, 눈 대신 세포를 이용해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플라나리아까지, 기상천외한 생물들의, 더 기상천외한 소통의 기술을 만나게 된다.
단세포 생물부터 균류, 식물, 동물에 이르기까지
고요한 숲 속에 울려 퍼지는 자연의 오케스트라!
단세포 생물부터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는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체를 갖추고 있다. 이 수용체를 이용해 서식지 주변의 환경 정보를 감지하고 다른 생명체와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빛에 민감한 눈과 같은 감각세포를 이용해 전기적 에너지를 포착하기도 하며, 귀로는 음향 정보를 얻고, 후각세포는 냄새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지구상의 어디에서든 그리고 어떤 가혹한 조건에서든 생명체가 살고 있다.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없는 녹조류 같은 단세포 생물은 양분을 공급받기 위해서 타 생물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도청을 하는 등 스파이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짚신벌레 같은 단세포 생물은 수많은 생명체의 식단에서 가장 위에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앉은 자리에서 순순히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전략을 마련해두었다. 짚신벌레의 천적은 자기도 모르게 ‘살해 의도’를 들키고 만다. 그들이 화학 정보를 전송하기 때문이다. 짚신벌레의 표면에는 천적의 화학정보를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다. 그래서 이 단세포 생물은 천적의 냄새 분자가 수용체에 닿자마자 즉시 반응할 수 있다. 짚신벌레는 예를 들어 코벌레의 등장을 감지하면 그에 대한 반응으로 ‘트리코시스트(Trichocyst)’라는 화살을 쏜다. 만약 짚신벌레가 공격자를 너무 늦게 발견하여 이미 맞닥뜨린 상황이라면, 유턴과 후퇴를 위해 이 화살을 발사한다. 이런 탈출 전략은 짚신벌레에게 시간을 벌어준다.
- <먹고 먹히다> 중에서
생존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동물은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혹은 죽은 척이라도 할 수 있지만, 식물은 정착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오직 싸움만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식물은 가시나 독 혹은 화학적 신호를 사용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식물은 인간의 눈을 피해 땅속으로 뿌리를 내려 다른 식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때 발산하는 화학 물질의 종류만 해도 무려 100가지 이상이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가 언제나 평화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늘송이버섯은 바이오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균근 버섯인데, 이 버섯은 숙주식물의 언어를 정확히 사용한다. 비늘송이버섯은 혼합림과 침엽수림에서 나무들과 공생관계를 맺는데, 가문비나무도 그중 하나다. 예나대학의 미생물학자들은, 이 버섯이 ‘인돌-3-아세트산’이라는 화학 물질을 나무와 똑같이 생산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식물 역시 세포 성장을 위해 이 화학 물질을 생산한다. 송이버섯은 나무파트너에게 세포성장을 ‘설득’하고자 할 때마다 인돌-3-아세트산을 방출한다. 식물세포가 많을수록 버섯 역시 공생파트너와 더 촘촘하게 연결하여 양분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맛보기로 조금만!> 중에서
생물의 의사소통에 관한 습성을 살펴볼 때 거미는 일류 강도라 할 수 있고, 뉴질랜드에 사는 반딧불이는 먹잇감을 잡기 위해 가짜 불빛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고래가 초음파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범고래 중에서 물개나 바다사자, 돌고래 같은 사냥감을 선호하는 무리와 연어를 좋아하는 무리들은 서로 다른 소통 유형을 보인다. 돌고래나 바다사자 같은 먹잇감들은 수킬로미터 밖에서 범고래의 외침을 들을 수 있다. 때문에 이런 먹이를 원하는 범고래들은 가능한 침묵한 채 헤엄쳐 접근해온다. 청력이 좋지 않은 연어들을 사냥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소통의 기술이다.
생명체가 사회에서 함께 생존해 나가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다양한 생명체가 마주치거나 심지어 한 공간에서 공유 생활을 하는 경우라면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동물들에게는 이것이 곧 먹이나 짝짓기 상대를 둘러싼 싸움이다. 생명체 간의 의사소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으려면 정보가 이를 수신하는 생명체에게 정확히 도달되어야 하는데, 생명체 간의 정보망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러므로 만약 환경 조건이 변하면 어떻게 될까?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중요한 조건은 변화해 가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며, 결국 그것은 진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과학이 일깨워준 새로운 바이오커뮤니케이션의 세계.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정보를 주고받는다!”
점점 정확해지는 과학 방법들 덕분에 인간은 과거에 알지 못했던 바이오커뮤니케이션 세계를 이제는 또렷이 볼 수 있게 되었다. 가령, 현대의 인간은 오늘날 냄새 물질 정보를 받은 유기체의 반응을 세포 차원까지 추적할 수 있다. 18세기의 자연 과학자들은 (당시에) 버섯을 생명이 없는 광물로 분류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버섯이 어떤 의사소통 능력을 가졌는지까지 안다!
유용한 의사소통에 관해 우리가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모범은 우리 주변에 사는 생명체들이다. 그들의 생존은 같은 공간에 사는 수많은 다른 생명체와 얼마나 성공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조화롭게 사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은 정보의 발신과 수신을 통해 ‘무지’를 줄인다. 다시 말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뒤에는 전보다 아는 것이 더 많아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새로운 정보, 즉 유용한 지식을 얻어 일상에 닥친 결정들에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
의사소통은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생명이 시작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연결해주었다. 꽃은 특정 시각 신호를 보내면 수분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이런 ‘자연의 언어’를 꿰뚫어 보는 시선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놀라운 통찰력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잊지 말길. 판타 레이!(그리스어로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