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린 빵을 먹는다
마치 오븐에서 금방 꺼낸 빵에서 풍겨 나오는
포근하고 따뜻한 빵의 숨결을 닮은 책!
2005년, 영화 <잠복근무>로 데뷔해서 오랜 기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초 배우 김기방. 그는 지금의 아내인 ‘김희경’을 만나 난생처음 느껴보는 사랑의 감정에 푹 빠져 2년의 연애 기간을 종료하고 마침내 결혼했다. 대중들에게 친근하고 포근한 인상을 풍기며 자연스러운 그의 연기가 글 안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포근하면서 따뜻한 빵의 숨결을 닮은 배우를 넘어서 작가가 된 김기방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오븐에서 방금 꺼낸 빵 속에 꽉 차다 못해 풍겨 나오는 빵의 달콤한 향을 맡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플리마켓에서 처음 지금의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하다’라는 뻔한 문장을 몸소 경험한 작가는 첫 만남부터 결혼, 그 후의 일상까지 차분하면서 사려 깊은 말들로 풀어내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행복은 항상 옆에 있다고. 그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말이다. 배우로서의 김기방이 아닌 작가로서의 김기방은 글 하나하나에 마치 갓 나온 빵을 한 올 한 올 찢는 것처럼 조심스러우면서 행복이 한가득 묻어있다. 알면 알수록 좋아져 아내를 똑 닮은 크루아상부터 친숙하지만 질리지 않아 가장 좋아하고 닮고 싶은 식빵, 마지막으로 혼자일 때보다 함께일 때가 마치 본인과 아내와의 사이를 닮은 스콘까지. 각 장마다 빵과 닮은 에피소드가 모여 하나의 빵이 완성되는 것처럼, 밀가루부터 버터까지 밑재료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카메라 앞이 아닌, 활자 안에서
촉촉한 달콤함과 부드러운 설렘을 새기다!
누구나 한 번쯤 길을 거닐다가 문득 코로 풍겨오는 달콤하면서 포근한 빵의 숨결을 맡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숨결을 들이쉬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매혹되어 목적지를 향해, 혹은 정처 없이 걸어가던 발걸음은 거침없이, 그리고 단숨에 한곳에 머무른다. 그곳의 문을 열면 당장에 촉촉한 단내와 공기를 에워싸고 있는 부드러운 설렘을 마주한다. 곧 각양각색의 빛깔을 뿜어내는 빵들의 자태에 시선이 고정되어 오도 가도 못 하는 자발적 인질이 된다. 작가는 이러한 빵의 매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영원한 단짝이 된 그녀 역시 빵을 좋아한다. 이 얼마나 환상의 짝꿍인가. 나의 연인은 보이지 않는 붉은 실로 연결되어 이어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희바라기방’은 붉은 실이 아닌, 포근하고 따뜻한 빵의 숨결을 서로에게 불어넣고 있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즐겁게 뒤엉켜 사는 것 자체가 행복이지 않을까.”
글을 읽다 보면 차분하면서도 참 사려 깊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녀를 어디서 만나고, 어떻게 사랑에 빠졌으며, 어떤 행동을 했고, 무슨 말들을 나눴는지. 차분하지만 그 안에 잔잔하게 녹아있는 사려는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면서 따스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배우 김기방이 카메라 앞에서, 스크린에서 혹은 브라운관에서 보여주는 연기와 닮았다.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이 있듯이 책 안에 함께 수록되어있는 사진 속에서 작가와 그의 아내가 풍기는 따스함과 설렘 역시 닮았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애가 타고, 가득 찬 설렘에 잠 못 이루며, 상대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상대에게 풍기는 향이 점점 깊어지고, 나의 향이 상대에게 진하게 전달되면서 정신을 못 차릴 때쯤 두 사람은 영원의 언약을 맺는다. 깨지지 않을, 달콤하면서도 진한 서로의 향을, 분위기를, 감정을 서로에게 평생 공유하면서 살아간다. 김기방 작가과 그의 아내 김희경 역시 영원의 언약을 맺으며 서로에게 평생의 시간을 공유하게 된다.
작가는 각기 성격이 다른 세 가지의 빵을 가장 좋아한다. 크루아상, 식빵 마지막으로 스콘. 특유의 매력을 뿜어내는 빵들은 작가의 삶에서 빠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겹겹이 버터가 스며들어 입안 가득 넣어 먹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크루아상은 먹으면 먹을수록, 알면 알수록 좋아진다. 이러한 점이 작가 김기방의 아내, 김희경을 똑 닮았다. 두 번째로 어떻게 조리하고 어떤 식재료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무한 변신해서 친숙하지만 질리지 않는 식빵은 배우 김기방이 가장 좋아하고 닮고 싶은 빵이다. 마지막으로 혼자일 때보단 딸기잼과 버터와 함께일 때 더 좋은 스콘은 희바라기방과 비슷한 스콘이 그의 삶에 한 부분을 차지한다. 빵으로 소개되는 각각의 장은 그들만의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묶여 매일 아침, 따끈따끈하고 맛있는 빵들을 만들어내는 빵집의 모습과 흡사하다.
일상의 이야기를 이보다도 달콤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평생을 약속하는 건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글에서는 크루아상처럼 글자 하나하나에 버터가 스며들어있고, 식빵처럼 포근한 분위기에 어떤 상황에서든 잘 어울려 마치 스콘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사랑은 그런 게 아닐까. 일상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나와 같은 공통점을 지닌 사람을 만나, 마음을 나누고,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서로의 행복을 공유하는 삶. 작가는 2년의 연애 기간, 결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이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는 단순한 논리를 빠르게 깨달았다. 아는 것에서 멈추는 게 아닌, 그의 머릿속에 그리고 가슴에 남아있는 선명한 추억들을 꺼내 글로 풀어냈고, 이는 《오늘도 우린 빵을 먹는다》로 따끈따끈하게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