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가 만난 월든의 동물들 - 나는 귀뚜라미의 울음에서 지구의 맥박을 듣는다
《월든》을 만든 시간,
소로의 철학 뒤엔 야생동물이 있었다
세계적인 고전 《월든》을 탄생시킨 위대한 문학가이자 실천적 철학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불멸의 명저를 집필하는 동안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며 홀로 외로이 지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기쁨으로 충만한 생활을 했다. 그의 곁엔 늘 야생동물들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동물에 대해 배우는 것이 평생의 과제였을 만큼, 소로는 야생동물들과 직접 교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례로 소로는 밤에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을 향해 플루트를 연주해주거나, 눈밑들이, 개구리 같은 얼어붙은 생물을 직접 소생시키기도 했으며, 동물을 집으로 데려와 자세히 관찰하기도 했다.
《소로가 만난 월든의 동물들》은 1850년부터 1860년까지 소로가 오직 동물에 관해 남긴 10년간의 방대한 기록을 엮은 책이다. 동물을 관찰하는 순간 떠올린 깨달음을 소로가 성실히 기록해두었기에, 170년 전에 쓴 글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히 다가온다. 계절별로 구성된 일기를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소로가 야생동물들로부터 배운 삶의 철학이 자연스레 몸에 배는 듯하다. 소로가 직접 그린 스케치 일부와 동물 그림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데비 코터 카스프리가 세밀하게 포착한 스케치 50여 점이 함께 담겨 있기에 마치 콩코드 마을로 작은 여행을 떠난 듯이 즐길 수 있다.
소로가 숲속 동물에게서 배운 깊은 삶의 메시지와 사유의 문장들
“나는 한 마리의 동물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내 삶을 움직이며, 삶이라는 시의 한 행이나 은율과 같다”
소로는 “나는 한 마리의 동물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내 삶을 움직이며, 삶이라는 시의 한 행이나 은율과 같다”라고 1857년 10월 26일 자 일기에 적었다. 소로는 야생동물을 단순히 관찰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로부터 깊은 삶의 영감을 받았고 그 사유의 문장들을 고스란히 기록했다. 때문에 《소로가 만난 월든의 동물들》에는 직접 경험하고, 세심하게 관찰하지 못했다면 다른 누군가 절대 표현하지 못했을 소로만의 생각의 정수가 오롯이 담겨 있다. ‘소로에게 귀뚜라미는 지구의 맥박’이었으며, ‘숲지빠귀는 문명의 가장자리에 있는 야생성의 상징’이었다. ‘덫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신의 다리를 쏠아서 끊어내는 사향쥐는 감동적인 용기’의 사례였으며 ‘우드척다람쥐의 살진 배는 야생의 삶이 즐거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독창적인 관찰자이자 19세기를 대표하는 문장가로서 소로의 진면모를 만날 수 있는 한 편의 시 같은 멋진 문장들을 만나보자.
계절에 따라 사라지고 등장하는 동물들
월든 숲 사계절의 변화가 한 권에서 펼쳐진다
《소로가 만난 월든의 동물들》의 본문은 시리즈 도서인《소로의 야생화 일기》와 같은 구성으로, 연도순이 아닌 날짜에 따라 배치했다. 꽃이 계절에 따라 피고 지듯이, 동물들도 계절에 따라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소로는 각 계절의 변화에서 우주의 장엄한 메시지를 읽어냈다. 새들은 봄을 예견해 자신들의 노래로 얼음을 녹이러 오며, 여름 전체는 더도 덜도 않고 거북을 부화시키는 데 딱 알맞은 계절이며, 꽃이 늦게까지 피는 따뜻한 가을날은 신이 벌에게 내린 선물이다. 겨울의 눈은 발자국들이 그대로 남아서 땅주인이 알아차리지 못한 한 작은 생쥐의 야간 모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장 고독하고 황량한 풍경에서도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동물들이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나아간다. 소로의 따스한 글은 오래도록 우리의 마음에 남아 찡그리고 싶은 일상에서도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