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태도 - 그러든지 말든지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심리학
‘어른이 되면 다 알아.’
‘어릴 때는 몰라도 돼, 어른이 되면 다 할 수 있어.’
어른이 되는 법을 제때 배우지 못하고 몸만 자라난 이들에게 전하는
더 나은 내일의 ‘나’로 살기 위한 근거 있는 심리학 조언, 『어른의 태도』
자라면서 흔히 듣는 ‘어른이 되면 다 안다’라는 말은 성인이 되고 보면 얼마나 힘이 없는 말이었는지 체감하게 된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자라 어른이 되기만 하면 무슨 일이든 막힘없이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세상사는 작은 것 하나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세상에 없었다. 흔히 입버릇처럼 하는 ‘이 나이가 되면 그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닐 줄 알았는데’라는 말은 성인의 경계를 지나, 서른, 마흔, 어쩌면 생을 다할 때까지도 되풀이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이라는 시간 앞에 모두가 공평하게 ‘처음’이기에 우리는 서툴 수밖에 없고 녹록치 않음을 매 순간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다 그런 것이라고 믿으면서.
『어른의 태도』는 어른답게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조언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정작 배워야 할 태도나 지침은 모호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아직 서툰 어른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휘둘리기 쉬운 세상사 앞에서 어른답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로 인해 더 나은 내가 되어가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하게 한다.
정신건강 전문의인 저자는 그간 현대인의 마음 건강에 주목하며 다수의 매체에 심리학과 정신의학에 대한 글을 연재하는 칼럼니스트로 꾸준히 활동해왔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보다 마음에 관해서는 더 가혹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예리하게 짚어낸다. 응당 어른은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누르는 것이 상책이라는 가혹한 조언 앞에 상처받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간 진료실에서 만난 이들을 떠올리며 책을 써내려갔다.
어른의 역할은 강요받으면서 정작 어른다움이 무엇인지, 배우지 못한 이들의 고충을 살피며 어른도 아이도 아닌 경계에 놓인 모습들을 독자들에게 거울처럼 비춘다. 그러면서 속이 곪아가는데도 끝내 의연한 척 견디는 이들에게 정신 건강을 위한 ‘적당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웠다고 어제와 다른 나로 살아지는 것은 아니기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을 다잡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절충안-‘스스로에게도 친절한 어른이 되어줄 것’,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내버려둘 것’, ‘관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할 것’,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지 않기’, ‘상황이 아닌 내 마음에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한다.
‘오늘부터 온전히 내 마음을 받아들이고, 나답게 살기로 했다’
- 마음의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드는 적당한 마음 챙김 습관
어른이라고 막막한 순간이 없는 것은 아니며 불안과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 어떤 태도로 그 순간을 견뎌나가야 하는지 묻는 이들의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사람의 마음은 외부 자극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 자극에 의미를 부여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마음에 난 상처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지나치게 걱정하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대신 순간의 감정을 인정하고, 흘려보내야 한다고 덧붙인다. 어떤 감정이든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대신 그 순간의 기분을 완화하는 데 집중하여, 감정이 태도로 이어지지 않게 내 마음을 잡아가야 함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어른답게 행동하고, 생각하다 보면 우리가 이상적으로 바라던 어른이 되어 있을 수 있을까? 어쩌면 성숙한 어른이란 1인분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며, 홀로서기를 해내고 있는 이들을 가리켜 하는 말은 아닐지. 혼자서도 온전한 내가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에게도 친절하고 여유를 베풀어줄 수 있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돌봄’이나 ‘마음 챙김’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어른은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는 의연한 슈퍼 히어로 같은 결과적인 모습이나 완성형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살피며 알아가는 과정 중의 존재인 듯하다. 그렇기에 ‘성숙한 어른’에 대한 틀에 박힌 정답을 쫓기보다는 각자가 원하는 상을 놓고 그에 맞추어 조금씩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모습이 해답에 가까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