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연애소설
누가 봐도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의 누가 뭐래도 특별한 사랑 이야기
재기발랄 이야기꾼 이기호가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모든 이들을 위해 쓴 사랑 이야기 『누가 봐도 연애소설』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이기호 작가는 1999년 등단 이후 20여 년간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거의 모든 문학상을 휩쓸 만큼 문단과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소설가다. 이번 책은 그가 쓴 첫 번째 연애소설로, 제목부터 작정한 듯 『누가 봐도 연애소설』이다. 사랑을 주제로 재미와 깊이를 모두 갖춘 짧은 소설 30편을 담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가 봐도 평범한 사람들이다. ‘카라멜콘땅콩’의 땅콩 개수가 줄었다고 분개하거나 편의점에서 1+1 물품에 집착하는, 그냥 우리 옆집에 살 것 같은 사람들이다. 게다가 하나같이 어딘가 아픈 사람들이다. 암에 걸렸거나 치매에 걸렸거나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거나 시험에 떨어졌거나 이혼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을 바라보며 “자꾸만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어쩔 수 없어” 한다. “거기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친구도 한 명 없는”, “형제도 없고, 말을 거는 사람도 거의 없는” 사람들이 자기보다 더 아픈 사람의 “상처를 보고 나서” 사랑에 빠져든다.
매일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을 먹는 편의점 알바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따뜻한 김밥을 가져다주는 김밥집 청년,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은 후 좋아하던 대학 동기를 만나 큰맘 먹고 돼지갈비를 사주고는 안절부절못하는 남자, 이혼하고 고향에 도망치듯 내려온 첫사랑을 도와주는 시골 노총각, 독감에 걸린 여자친구와 같이 아프고 싶어서 마스크를 빌려 간 초등학생……. 도무지 사랑할 구석도, 사랑할 여유도 없어 보이는, 모두가 어쩐지 짠해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최선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귀에서 종소리가 들리는 듯한 아름다운 로맨스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사랑 표현도 없다. 얼핏 보면 이게 무슨 사랑이냐고 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기호는 말한다. 그것이 삶이라고. 누가 뭐래도 사랑이라고.
“모두, 아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00년대 문학이 선사한 가장 ‘개념 있는’ 유쾌함”(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기호 작가는 『누가 봐도 연애소설』에서 사랑의 아이러니를 경쾌하고 유쾌하게 담아낸다. 작가의 이름을 지운다 해도 누가 봐도 이기호가 쓴 소설이라고 할 만큼 그의 독보적인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된 연애소설로, 독자들의 웃음보와 눈물샘을 쥐락펴락하며 어김없이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뽑아낸다. ‘작가의 말’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아끼는 마음이 절반”이라고 밝히듯, 이 책에는 세상을 향한 그의 애정 가득한 시선이 담겨 있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유쾌하게 풀어내다니! 궁상맞고 지질한, 어딘가 좀 모자라고 어리숙해 보이는 소외된 사람들, 그 어수룩함이 만들어낸 우여곡절들이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가슴 짠하게 펼쳐진다. 이기호 작가는 누가 봐도 별 볼 일 없는 비루한 존재들의 삶에서 기어코 사랑을 건져 올리고 만다. 그게 무슨 사랑이냐고, 그냥 이용당하는 거라고, 사기라고, 멍청하게 속지 말라고 말하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것조차 모르는” ‘연애무식자’들은 당당하게 외친다. “사기라도 좋고 속아도 좋다고”, “아, 씨발, 내가 사랑한다구! 내가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구! 씨발, 내가 사랑해서 식혜를 팔든 수정과를 팔든, 뭐가 문제냐구!” 특유의 재기 넘치는 문체, 매력적인 캐릭터, 능청스러운 유머, 애잔한 페이소스까지,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이기호밖에 쓸 수 없는, 이기호만이 쓸 수 있는 누가 봐도 ‘진짜’ 연애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