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긋기의 기술 -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거리 두기
“딱, 여기까지.
더 넘어오면 곤란합니다만.”
내 의사와 관계없이 초대된 단톡방에서 끊임없이 날아오는 메시지 알림.
나에게 함부로 하는 연인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연애.
잔혹한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휴일 없이 이어지는 야근 행진.
모두 제대로 선을 긋지 못해 발생하는 일들입니다.
흔히들 ‘정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물건 정리’를 떠올리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관계 정리’입니다. 관계 정리의 첫걸음은 상대와 나 사이에 정확한 경계선을 긋는 것이죠.
이 책은 우리가 선을 잘 긋지 못하는 이유를 ‘나 중심 선택’이 아닌 ‘남 중심 선택’을 하기 때문으로 보고, 이런 상태를 전환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합니다. 아울러 ‘가족?연인관계’처럼 아주 밀착된 사이, ‘친구관계’처럼 마음을 나누는 사이, ‘직장 내 인간관계’처럼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사이에 각각 알맞은 거리와, 선 긋는 법, 상대가 그 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이 모든 관계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나 자신과의 관계’라고 이야기한다는 점입니다. 나 자신과의 관계가 바로선 사람이라면 타인과의 관계도 잘 해나갈 수 있습니다.
선 긋기는 이기적인 게 아닙니다. 자기 축이 확실한 거죠. 자기 축이 확실한 사람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합니다.
잊지 마세요. ‘나 위주’로 살아도 큰일 나지 않습니다.
시작하자, 인간관계 다이어트
“성공의 제1조건은 인맥.”
예나 지금이나 이 말은 진리입니다.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니까요.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원치 않은 관계를 유지하느라 쓸데없이 에너지를 썼던 이들이 최근 “성공보다 행복”을 외치며, “인맥 다이어트” “인간관계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죠. 인맥은 성공의 제1조건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의 제1원인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선 긋기의 기술》은 이런 인간관계 다이어트 열풍의 최전선에 놓인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뉴욕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유수의 회사들에서 승승장구했으나, 인간관계 문제로 정신이 피폐해지면서 바닥까지 가는 경험을 합니다. 그러면서 정말 살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고 상담을 받고 강의를 찾아다니죠. 그러던 중 한 강의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커리어는 물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그 실마리는 바로 ‘인간관계의 정리술.’
저자는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이 곧 모든 관계를 끊어버린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나에게 스트레스 주는 사람과 다 절연해버리면, 정작 주변에 남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니까요. 저자는 어떤 사람과는 완전히 관계를 끝내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대와 약간의 거리를 두거나 태도와 말투를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 극적인 관계 변화를 맞을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눈치 보지 않고, 정색하지 않고
이 책이 얄팍한 인간관계 책들과 가장 다른 점은 관계 정리를 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도록 해준다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는 것은 ‘남 중심 선택’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인간관계를 비롯한 인생 대부분의 문제들이 여기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마음’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합니다.
마음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ㆍ마음: 나도 이제 성인인데, 이런 것쯤은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ㆍ생각: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면 자식 된 도리가 아니지. 다 나 잘 되라고 하시는 말씀인데.
ㆍ마음: 선배면 다야? 어떻게 말을 저렇게 할 수 있어?
ㆍ생각: 말이 좀 심해도 참아야지, 별 수 있나. 저 선배는 원래 저런 사람이니까.
우리는 마음보다 생각을 우선시하는 데 익숙합니다. 그러나 생각은 나를 먼저 고려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 타인을 먼저 고려하기 때문에, 마음이 멍드는 것을 무시하기 일쑤죠. 그러다 보니 점점 우리는 남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내 감정을 돌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나 중심 선택’ 모드로 나를 재설정해야 인간관계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무조건 이기적인 결정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대신 나만의 생각 기둥을 단단히 세워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 중심 선택을 하게 되면 설령 내가 그은 선을 가볍게 밟고 넘어오는 사람이 생긴다 해도 정색하며 화내는 대신 웃으며 부드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관계의 주도권을 쥐는 법
나 중심 선택에 대해 배웠다면, 이제 실전입니다. 저자는 각각 가족?연인관계, 친구관계, 직장 내 인간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 집중합니다.
가족이나 연인은 세상에서 가장 가깝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은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멀어지고 싶지만, 상대가 서운해할까 봐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저자는 조금 멀리 선을 그어도 괜찮다고 다독이며,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선을 그을 수 있을지 이야기합니다.
친구관계는 선을 넘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이나 연인은 선을 긋더라도 가끔은 넘나들 수 있지만, 친구관계는 다릅니다. 또 같은 친구라 해도 평생을 함께할 사이가 있는가 하면, 그냥 밥만 같이 먹는 사이도 있을 수 있죠. 그렇다 보니 너무 스트레스를 주는 상대가 있다면, 그냥 절취선을 긋고 깨끗이 관계를 잘라버리는 게 낫다고 조언합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는 좀 더 양상이 다양할 텐데요. 핵심은 2개의 선을 긋는 것입니다. 이른바 사회적 가면을 쓰라는 것이죠. 소외된다는 느낌이 싫어서 굳이 맞지 않은 집단에 억지로 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딱 필요한 만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편하다는 겁니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정말 어렵죠. 저자는 이를 위해 ‘클리어링’ ‘스케일링’ ‘그래프 만들기’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며, 실전에 곧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의 관계입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저자는 총 3장에 걸쳐 일, 무기력, 자신감이란 키워드를 뽑아 나와의 관계를 바로세우기 위한 방법을 들려줍니다. 선 긋기가 필요한 대상은 비단 사람만이 아닙니다. 일과 나 사이에도, 부정적인 감정과 나 사이에도 정확한 선 긋기가 필요합니다. 이 점을 놓치면 타인과의 관계마저 꼬이게 마련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와 만나도, 어떤 상황에서도 관계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 중심 선택을 하며 관계를 주도하는 사람은 언제나 당당하고 행복합니다.
자, 이제 선을 그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