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윤리학 - 똑똑한 패피들을 위한 옷 입기 가이드!
“옷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이 말을 믿는 사람이라면 그에 걸맞게 행동하라.
우리의 옷이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도록….
똑똑한 패피들을 위한 옷 입기 가이드!
터질 듯한 옷장 문을 열고 한참을 바라보던 사람이 푸념한다. “도대체 입을 옷이 없어.” 계절은 바야흐로 봄의 절정으로 치닫는데 마음은 이리 우중충하니 우리는 또다시 유행에 뒤지지 않을 패션 아이템을 장착하러 인터넷 쇼핑몰로, 백화점으로 달려간다. 제발 자중하고 한 번만 더 당신의 옷장 안을 살펴보시라. 옷장 안을 가득 메운 그 물건들의 정체는 대관절 무엇이며, 어떤 여정을 거쳐 이곳까지 당도했는지….
과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유럽 젊은이들의 셀럽으로 추앙받는 크리스티나 딘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끔찍한 오염산업인 의류업의 실체와 맞닥뜨린 뒤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2007년 NGO ‘리드레스Redress’(https://www.redress.com.hk/)를 만들었다.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패션산업의 낭비를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패션 윤리를 제시한다는 모토 아래 리드레스 팀은 10여 년 동안 눈부신 사업을 전개했다. 기발한 소비자 캠페인과 의류 재활용 행사를 벌이고 산업현장 감시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뜻을 같이하는 기업가를 장려하고 에코패션쇼 및 패션어워드, 어젠다 회의를 열면서 전 세계 소비자운동 세력을 결집하는 중추기지로 발돋움했다.
패션의 A-Z까지, 이 책에 다 맡겨라!
이 책 《드레스 윤리학》은 리드레스 팀이 지난 10년 간 구축해온 ‘패션 윤리’ 및 ‘옷 입기 노하우’를 깔끔하게 집약해 보여준다. 좋은 옷을 구입해 세련되게 스타일링하고 관리하는 법, 입던 옷을 수선하고 리디자인Redesign하는 요령,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재활용과 폐기 방법들까지…. 의류와 관련해 우리가 고민하는 모든 것이 감각적인 솔루션과 함께 입체적으로 총망라된다. 한마디로 말해 이 책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패스트패션의 공습 앞에서 욕구 불만과 과소비에 휘둘리기 십상인 우리를 구원해 진정한 의미의 패피Fashion People로 만들어줄 똘똘한 가이드북이다. 200여 컷의 그림과 함께 곁들여지는 수지 로, 엠버 발레타 등 글로벌 패셔니스타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우리를 ‘의식 있는 옷장conscious closet’의 주인으로 안내하는 친구이자 자상한 멘토 역할을 한다.
우리는 구입한 옷 중 20퍼센트만 입는다
현대인은 옷을 너무 많이 산다. 통계적으로 사람들은 마구 사들인 옷 중 20퍼센트 안팎만 즐겨 입는다. 나머지 80퍼센트의 옷들이 본래 기능을 잃어버린 채 옷장 안에 처박혀 있다가 생을 마감한다는 뜻이다. 이런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낭비이며 부도덕인지 따져본 적 있는가? 현대의 의류산업은 수학문제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똑똑한 소비자라면 나의 구매 행동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파급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먹을거리에서 입을거리를 선택하는 생활방식에 윤리성을 포함시키는 것은 패셔너블한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장착해야 할 개념이다.
옷장 안의 패션 잠재력을 깨워라!
옷장 안에 쌓인 많은 옷들은 당신의 무개념을 경고하는 동시에 만개할 날을 기다리는 무한한 패션 잠재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옷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고 수백 가지 색다른 스타일을 연출해낼 수 있다. 그 첫걸음은 옷장을 편집하는 일이다. 가진 옷들을 싹 다 드러내서 ‘좋아’ 범주와 ‘싫어’ 범주로 나눈다. 값비싸거나 추억이 깃든 옷인가? 리스타일링이나 믹스매칭이 가능한가? 새로운 디자인으로 수선할 수 있을까?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 옷은 내 것이 아니다. 참고로 요즘 셀럽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옷장 정리법 중 하나가 ‘캡슐 옷장Capsule Wardrobe’ 만들기이다. 속옷을 제외하고 30개가 넘지 않는 아이템만 골라 남기는 것. 친환경 패션사업가 타이나 L. 셀카노브체바는 이렇게 편집한 캡슐 옷장 아이템만으로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코디를 만들어낸다.
옷의 생명은 관리,
바느질과 빨래를 다시 배우자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옷을 소중히 관리하는 법을 잊었다. 작은 흠집이나 구멍만 생겨도 새롭게 수선할 방도를 찾기보다 재빨리 처분하고 새옷을 사는 쪽으로 이동해왔다. 소비지상주의에 세뇌당한 결과다. 설상가상 청렴결벽증은 얼마나 심한지, 하루가 멀다 하고 세탁기 돌려 옷을 빨아대고 냄새나 작은 얼룩을 빼겠다며 유해한 화학용액에 담가버린다. 이렇게 되면서 의류 제품 수명은 짧아져 재활용 등 선순환 시스템이 무너지고 환경오염과 과소비는 더욱 부채질된다. 윤리적인 쇼핑 못지않게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관리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여러 해 동안 믿을 수 있는 재봉사와 함께 작업하면서 아끼는 옷을 새롭게 디자인해 박수갈채를 받는 공연의상으로 만들어냈다. 나는 이런 작업이야말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_샌디 람Sandy Lam(가수)
천연세탁제로 얼룩을 제거하고, 간단한 바느질로 솔기를 수선하고, 염색을 통해 헌옷을 새옷으로 변신시키는 일은 가치 있을 뿐더러 재미있기까지 하다. 섬머 레인, 에바 크루즈, 애쉬 블랙, 피오나 꼬뚜르 등 유명 인사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실천을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
버려도 되는 옷은 없다,
재판매와 기부, 재활용으로 옷의 생명을 연장한다
“우리 지구와 사람들이 패션에 투자한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직접 목격한 이후 필요 없는 옷 처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경솔하게 옷을 처분하는 건 그 옷을 만든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다.” ―앤드류 모건Andrew Morgan(영화 제작자)
옷을 처분하는 일은 한바탕 패션을 소비한 후 그 숙취를 풀기 위해 발버둥치는 일이나 진배없다. 흥청망청 사들인 뒤 뒤늦은 후회로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옷들을 쓰레기 매립지나 소각로로 보내는 일은 아무리 반복해도 뼈아프다. 그렇다고 마냥 쌓아둘 수만도 없는 법. 재판매와 재활용, 기부를 통해 내가 산 옷들이 참담한 최후를 맞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명심하자. 비축은 타인에게 돌아갈 몫을 잠재적으로 빼앗는 비윤리적 행위다. 또 함부로 버려도 되는 옷은 이 세상에 없다. 21세기 시민들의 ‘드레스 윤리학’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