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 이후 터키가 배출한 가장 걸출한 문인으로 평가받는 소설가 부르한 쇤메즈가 마침내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이 책 『이스탄불 이스탄불』 은 현재 활동하는 전 세계 작가들 중 가장 유니크한 소설가라 칭송받는 부르한 쇤메즈의 세 번째 소설이자 대표작이다.
잔인하리만큼 고혹적인 도시 이스탄불의 깊디깊은 지하감옥. 시멘트벽으로 구획된 좁디좁은 감방 안에 나이도 직업도 성향도 전혀 다른 네 남자가 함께 갇혔다. 아마도 혁명운동에 연루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네 남자는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를 고문의 두려움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낸다. 흰고래를 찾아 평생 먼바다를 떠돌다 패배한 늙은 어부, 해도(海圖) 위에 가상의 섬을 그린 후 자신이 사랑한 여인의 이름을 지어주는 해도 담당 선원, 기발한 수완으로 강간을 모면하는 수녀, 벽의 거짓말에 속는 외딴마을 사람들, 사람의 영혼을 가진 늑대, 딸의 딸이자 손녀이자 남편의 여동생인 아이와 둘이 살아가는 노파…. 여기에 에피소드 사이사이를 메우는 네 남자의 사적인 내러티브는 땅 위와 땅 아래, 이야기 안과 이야기 바깥, 수천년 시공간이 얽히고설키며 거대한 태피스트리로 완성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그들의 대화가 곧 현실의 우화가 되어 자유와 연민, 욕망과 기억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흡사 환상동화처럼 풀어내는 이 소설은 “머잖아 고전의 반열에 우뚝 설 위대한 작품”이라는 상찬 속에 전 세계 34개국으로 판권이 팔렸다.
저자소개
이스탄불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인권변호사이자 저술가로 일하며 문학, 문화, 정치 등 다방면에 걸친 글을 여러 매체에 써왔다. 정치적인 이유로 체포돼 고문을 당한 후 10여 년간 영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치료를 받아야 했다.
2009년 첫 소설 『쿠제이Kuzey』(영어 제목: North)를 발표했으며, 2011년에는 두 번째 소설 『마스물라Masmular』(영어 제목: Sins and Innocents)를 냈다. 이 작품으로 터키 세다트 시마비 문학상을 받았고, 2017년에 바츨라프 하벨 재단에서 주는 평화문학인상을 수상했다. 세 번째 작품인 이 책 『이스탄불 이스탄불Istanbul Istanbul』로는 런던 EBRD 문학상을 받았다. 2018년 네 번째 장편소설 『미로』를 냈다.
고전적인 구성과 간결한 문장으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소설 세계를 창조해내는 쇤메즈의 작품들은 프랑스 갈리마르, 미국 OR 북스, 영국 텔레그램북스, 독일 랜덤하우스, 덴마크 터빈, 이탈리아 노테템포 등 세계 각국 메이저 출판사에서 번역판이 나오는 등 현재까지 34개국 언어로 소개되었다.
글쓰기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쇤메즈의 관심은 자신이 자란 터키 마을의 구전 설화와 동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65년생인 저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터키의 오지의 쿠르드인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독특한 경험이 자신의 글쓰기에 영감을 불어넣는다고 말한다. 현재 케임브리지와 이스탄불을 오가며 살고 있다.
목차
첫째 날 _ 학생 데미르타이의 이야기 : 철문 · 7 둘째 날 _ 의사의 이야기 : 흰 개 · 50 셋째 날 _ 이발사 카모의 이야기 : 벽 · 85 넷째 날 _ 퀴헤일란 아저씨의 이야기 : 배고픈 늑대 · 121 다섯째 날 _ 학생 데미르타이의 이야기 : 밤의 불빛 · 155 여섯째 날 _ 의사의 이야기 : 시간의 새 · 192 일곱째 날 _ 학생 데미르타이의 이야기 : 회중시계 · 231 여덟째 날 _ 의사의 이야기 : 칼처럼 날카로운 마천루들 · 270 아홉째 날 _ 이발사 카모의 이야기 : 모든 시 중의 시 · 307 열째 날 _ 퀴헤일란 아저씨의 이야기 : 노란 웃음 · 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