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미술관 - 사랑하고 싶은 그대를 위한 아주 특별한 전람회
사랑은 어떻게 그림이 되었고,
그림은 또 어떻게 사랑을 가르쳐왔을까?
서양 미술로 엿보는, 달콤하고 위험한 사랑과 연애의 모든 것
한 사람의 인생을 넘어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원한 테마, 사랑! 수많은 예술가가 사랑의 마음과 대상을 화폭에 담아 기록을 남겨왔으니, 식자율이 낮았던 시절 사람들은 이들 사랑의 그림을 통해 사랑에 눈 뜨고, 연애의 기술을 익혀왔다. 르누아르의 그림 속 소녀 ‘이레느’를 사랑했던 서양미술사가 이케가미 히데히로는 자신처럼 작품과 사랑에 빠진 화가들을 비롯해 이들이 표현해온 수많은 사랑의 장면을 한군데 모아 아주 특별한 전람회를 열었다.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명작으로 가득한 『사랑의 미술관』에서는 고백, 결실, 이별로 이어지는 사랑의 연대기와 더불어 비밀스런 연애와 금지된 관계까지, 세기를 넘나드는 매혹적인 사랑과 연애 이야기를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전람회는 ‘사랑은 바로 이런 것이야’ 하는 교본 같은 다양한 사랑의 감정뿐 아니라 시대와 종교, 지역과 계급에 따라 사랑의 표현 방법과 연애의 기술, 아름다움의 기준이 변하고 바뀌어온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 ‘그림으로 읽는 사랑의 문화사’를 만나는 또 하나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사랑으로 가득한 아주 특별한 전람회
‘사랑의 미술관’
이 책은 사랑을 테마로 한 서양 미술사 책이다. 저자인 서양미술사가 이케가미 히데히로는 큐레이터를 자처하며 르네상스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테마로 한 그림들을 엄선한 사랑의 전시회를 열었다. 그는 또한 도슨트 역할까지 맡아 당시 화가들이 어떻게 사랑을 표현했는지, 사랑의 수많은 감정은 어떻게 그림이 되었고, 그림은 또 어떻게 사랑을 가르쳐왔는지를 세밀하게 들려준다. 사랑이라는 인류의 영원한 테마를 주제로 한 이 책 『사랑의 미술관』은 서양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인간 그 자체를 이해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막상 미술책을 사려고 하면 이 책 저 책 손에 들었다 놨다 하면서 망설이게 된다. 좀 더 쉽고 흥미롭게 알려주는 책이 어디 없을까? 이 책은 한번쯤 이런 고민을 해본 독자를 위한 책이다. 그림도 저자의 묘사도 무척 생생해 읽다보면 마음 깊은 은밀한 곳에 웅크리고 있던 음울한 본능이 꿈틀대는 느낌마저 든다. 왜 미술 작품 중 대부분이 사랑의 모습을 그린 것들인지 이해가 된다.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깃거리를 두고 고개를 돌릴 사람이 누가 있을까!” - <옮긴이의 글> 중에서
비밀스런 연애에서 금지된 관계까지
그림으로 만나는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
『사랑의 미술관』은 7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사랑의 그림들을 감상하기 이전에 먼저 두 개의 전시관을 방문할 것을 권한다. 첫 번째가 제1관 ‘화가의 아틀리에’다. ‘화가들에게 사랑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곳에서는 ‘예술가와 예술가의 작품은 별개’로 감상해야 하지만, 루벤스, 르누아르, 피카소와 카미유 클로델의 경우 화가 개인의 삶을 아는 순간, 그림이 달리 보이는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이들에게 사랑은 삶 그 ?旻셈隔?작품 그 자체임을 깨닫게 한다. 두 번째는 제2관 ‘사랑의 신화’로, 이곳에서는 제우스, 비너스, 큐피드같이 사랑에 얽힌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한다. 중세 시기 유럽의 수많은 화가들이 이들 신화 속 일화에 빗대어서 사랑을 표현해왔기 때문에 신화에 대한 이해는 서양 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바람기 많은 제우스, 질투의 화신 헤라, 가장 많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비너스와 조연급으로는 최고인 큐피드, 아폴론과 아도니스, 프시케 등 이들의 캐릭터를 이해하는 순간 사랑에 대한 이해 또한 깊어진다. 여기서는 특히 브그로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비교함으로써 화가의 차이를 넘어 미술사의 변천 과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으며, 눈을 가린 큐피드와 안대를 벗은 큐피드, 위협하는 큐피드의 도상을 통해서 사랑을 대하는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이어지는 다섯 개의 전시관에서는 사랑의 시작에서 끝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생로병사’를 들려준다. 제3관 ‘구애의 정원’에서는 키스와 연애편지 등 사랑과 연애의 시작에 관한 명작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제4관 ‘부부의 캔버스’에서는 부부의 연?막?맺어진 사랑을 들려주지만 ‘어울리지 않은 커플’ 그림을 통해 낭만적이지 않은 부부 관계 또한 드러낸다. 제5관 ‘은밀한 휴게실’에서는 부부와 애인의 침실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성애를, 제6관 ‘발칙한 금지구역’에서는 매춘과 동성애 등 금지된 사랑을, 마지막 ‘이별의 전람회’에서는 질투와 불륜 또는 이혼, 사별을 통한 사랑의 결말을 다루는데, 죽음으로 갈라진다 해도 ‘영원한 사랑’을 원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사랑과 연애의 모든 것이 담긴 그림의 숲을 거닐다보면, 결국 진정한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사랑을 갈망하게 된다. 사랑으로 미술을 배우고, 그림으로 사랑을 익힌다는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책을 손에 든 독자들은 아마도 심혈을 기울여 꾸민, 사랑을 테마로 한 아름다운 미술 전시회에 온 느낌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이 전시회의 손님은 오로지 당신뿐. 이 전시회에서는 당신이 어떻게 무엇을 하며 감상하든 자유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작품을 보고 옛 연인이 생각나 눈물을 흘려도, 외설적인 그림을 보며 저런 건 그림이 아니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아름다운 모델의 포즈를 따라해 보아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다. 부디 이번 기회에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사랑의 이중적인 모습을 그린 거장들의 명화가 주는 감동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껏 만끽하기를 바란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그림이 들려주는 또 하나의 선물, ‘사랑의 문화사’
『사랑의 미술관』의 미덕은 사랑의 그림들을 모아놓은 특별한 전시회라는 데 있지 않다. 이 책은 당대의 그림을 통해 ‘사랑과 아름다움의 기준’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필 수 있으며, 더불어 당시의 풍습과 윤리관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 감상을 넘어 ‘그림으로 읽는 사랑의 문화사’ 책이라 할 만하다.
15세기 제작된 폴라이우올로의 〈여성의 초상〉(141쪽)과 피에로 데 코시모의 <시네모타 베스푸치의 초상>(227쪽)은 모두 르네상스 미인의 기준을 고루 갖춘 작품으로, 이를 통해 당시 미의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르네상스 시기 유행한 성형술과 머리 염색 풍습, ‘화장하는 비너스’ 도상을 통해서는 여성이 이상적인 미의 기준에 대한 남성들의 생각과 그 기준에 도달하고자 노력하는 여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남성의 모습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곧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르네상스 시대라 하더라도 연애 관계에서는 선택받는 쪽이 언제나 약자라는 변함없는 진리를 일깨워준다.
중세 시대 성 풍속도를 이해하려면 산 지미냐노 포데스타 궁 행정관 사무실 벽에 그려진 <세속적 사랑의 모든 장면>(200쪽)을 살펴보면 좋다. 기독교 중심의 중세로 들어서면서부터 ‘노골적인 그림’은 모습을 감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시(市)청사와 같은 공적인 장소에는 부부간 성교를 연상시키는 회화가 그려졌다. 아이를 생산하기 위한 성교는 매우 칭송받을 행위였기에 중세 이탈리아의 의사들은 부부가 성욕에 불타오르는 것을 장려했고, 그 연장선에서 부부 생활의 ‘교과서’ 같은 그림이 공공장소에 그려질 수 있었다.
16세기에는 누드상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지만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206쪽)처럼 에로틱 교재로 그림이 활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즉, 이 그림은 우르비노 공작의 주문으로 그려져 당시 10세의 어린 부인에게 전달되었는데, 그런 점에서 일종의 성교육 교재로 사용되었으리라는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17세기 농촌 풍경을 묘사한 작품으로 유명한 브뤼헐(소)의 <농민의 결혼식 춤>(169쪽)은 결혼식의 주인공보다 그 ?嶺?【?춤을 추며 서로에게 섹스어필하는 농민의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그림은 포옹하는 몇몇 커플과 일부 선정적인 부분이 가려져 있었던 것을 1943년 수복한 것으로, 브뤼헐은 민중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렸지만 후세에는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을 가렸을 정도로 윤리관이 변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시대마다 다른 사랑과 연애의 모습과 당시 풍속을 이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의 풍부한 미술사적 식견과 문화사적 해석이 가득한 『사랑의 미술관』은 독자들에게 사랑의 그림들을 통해 예술과 역사가 온전히 하나로 이해되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