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말들 - 읽는 사람을 위한 번역 이야깃거리
베테랑 번역가가 그리는 다채로운 번역의 풍경들
9월 30일은 유엔에서 지정한 ‘세계 번역의 날’입니다. 번역 종사자의 자부심을 고취하고 번역가 공동체와 연대한다는 의미에서 매년 기린다고 해요. 번역이 없었다면 저 멀리 바다 건너 사는 작가의 책을 어찌 읽을 수 있었겠어요. K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 승승장구하는 모습도 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 번역의 날’을 알고 기념하는 독자가 많지 않은 걸 보면, 번역은 번역가의 일로만 여겨지고 보통 사람들에게 그리 큰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오히려 번역가는 인공지능에 언제든 자리를 빼앗길 직업으로 위협받기도 하고, ‘그늘의 직업’이라 불리며 홀대받기도 합니다. 홀로 원서와 옥신각신 씨름해야 하는 외로운 직업이기도 하지요. 무수한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온전히 자신의 감각과 판단력만을 믿고 나아가야 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작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줏대를 세우는 일이고, 수많은 결정에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일일 겁니다. 『번역의 말들』은 25년 차 베테랑 번역가가 60여 권의 책을 번역하며 고민하고 연구해 벼린 통찰을 담았습니다. 원서라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첫 번째 독자의 분투기이기도 합니다.
깊이 읽는 사람에게 권하는 새로운 이야깃거리
이 책에 담긴, 최선을 더듬어 찾아 나가는 언어기술자의 일일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이 책이 어떻게 이곳에 당도했는지, 그 사이에는 어떤 사람들의 노고와 애환이 얽혀 있는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더불어 ‘매끄러운 번역이 과연 좋은 번역일까?’ ‘인공지능이 번역가를 대신할 수 있을까?’ ‘번역가의 연대는 왜 어려울까?’ 같은 질문은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뿐 아니라 오늘도 원서와 씨름하는 현직 번역가들, 나아가 외서를 즐겨 읽는 독자에게도 생각해 봄직한 지점을 짚어 냅니다.
저자는 번역이 언제나 정확하지 않은 ‘근사치’에 머물기 때문에 번역가마다 서로 다른 개성을 표출할 수 있고, 각각의 다양한 가치를 창조하는 실천으로서 의의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번역 작업이 좋다고도 덧붙이지요. 출판번역에서 오래 견고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저자가 말하는 ‘번역 작업이 갖는 가능성’이 주는 재미를 이 책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