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인터-리뷰 - SIRO ; 시로 읽는 마음, 그 기록과 응답
한 편의 시로 동시대 시인을 기록하다
SIRO ; 시로 읽는 마음, 그 기록과 응답
문학 비평과 연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문학평론가 조대한, 최가은의 『시, 인터-리뷰』가 출간되었다. ‘시로’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프로젝트는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꼈던 시의 리뷰와 함께 기록을 남겨두자는 시에 대한 다정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시집이 묶이기 전까지는 시편 하나가 단독으로 조명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여 두 평론가는 매 계절 각 문예지에서 발표되는 시편 하나하나에 집중해 “세공사같이, 유물 발굴인같이”(추천사, 김연덕 시인) 발견하고 발굴해냈다. 한 편의 시를 심도 있게 조명하여 시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리뷰와 시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과 고민이 담긴 진솔한 인터뷰가 실렸다.
열 편의 리뷰와 다섯 편의 인터뷰로 만나는 시 세계
시로 경험하는 원초적인 끌림과 기쁨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각 장에는 조대한, 최가은 문학평론가가 쓴 두 편의 리뷰와 시인과 함께한 한 편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1장에는 김유림 시인의 「우리가 장미주택을」, 주민현 시인의 「브루클린, 맨해튼, 천국으로 가는 다리」 리뷰와 주민현 시인과의 심층 인터뷰가 실렸다. 최가은 평론가는 김유림 시인의 「우리가 장미주택을」이 말하는 세계가 일상을 떠나 잠시 머무르는 “환상 혹은 탈일상의 세계”(19쪽)가 아니라 엄연한 “현실의 삶”임을 확인했다. 조대한 평론가는 우연성으로 작동하는 「브루클린, 맨해튼, 천국으로 가는 다리」가 “기적과도 같은 인과의 흔적”(27쪽)을 남기려는 시도임을 발견했다.
2장에는 김복희 시인의 「받침」, 배시은 시인의 「이슈쟌」 리뷰와 「투명한 집」에 대한 정재율 시인과의 심층 인터뷰가 담겼다. 조대한 평론가는 김복희 시인의 「받침」에 나오는 단어 ‘몫’과 최은영 소설가의 『몫』(미메시스, 2018)을 연결해 ‘몫’의 의미와 무게에 대해 심도 있게 들여다봤다. 최가은 평론가는 배시은 시인의 「이슈쟌」 속 ‘이슈잔’과 제목의 ‘이슈쟌’의 간극과 굴절에 주목해 “자꾸만 사라지는 어떤 이름들”(73쪽)에 대한 호명의 방식을 살폈다.
3장에는 김행숙 시인의 「공범자들」, 김연덕 시인의 「웅크리기 껴안기」 리뷰와 「그릭크로스」에 대한 김연덕 시인과의 심층 인터뷰가 실렸다. 조대한 평론가는 김행숙 시인의 「공범자들」 속 ‘나’에게 “진실한 문학의 순간을 요청하는”(117쪽) 가상의 인물들을 통해 글을 쓰는 ‘우리’가 폭력적인 구조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공범자들”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최가은 평론가는 김연덕 시인의 「웅크리기 껴안기」에서 “웅크리고 껴안”음으로써 세계를 불려가는 시인의 다정한 방식을 목격했다.
4장에는 박지일 시인의 「저수지」, 한여진 시인의 「Beauty and Terror」 리뷰와 한여진 시인과의 심층 인터뷰를 담았다. 최가은 평론가는 박지일 시인의 「저수지」를 롤랑 바르트가 언급했던 ‘삶의 중간’과 연결 지어 저수지 이편의 공간을 확장해 풀어냈다. 조대한 평론가는 한여진 시인의 「Beauty and Terror」에서 이중적 구도와 “선악으로 구분된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통해 유의미한 질문을 발견했다.
5장에는 김리윤 시인의 「비결정적인 선」, 유계영 시인의 「파이프」 리뷰와 「핑크 아니면」에 대한 장미도 시인과의 심층 인터뷰가 실렸다. 조대한 평론가는 김리윤 시인의 「비결정적인 선」에서 안온했던 과거의 시간으로 고개를 돌리는 우리의 모습과 모든 결말이 드러난 뒤에도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에 주목했다. 최가은 평론가는 유계영 시인의 「파이프」를 통해 무수한 ‘없음’에 몰두하는 시인과 화자의 표정을 관찰했다.
열 편의 리뷰와 다섯 편의 인터뷰를 통해 열두 명의 시인을 만나고 각 시편을 조명하여 시 세계를 탐구한 『시, 인터-리뷰』는 ‘인터-리뷰’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인 동시에 “시가 나아가는 길을 친구처럼 함께 걷는”(추천사, 주민현 시인), 시에 대한 기록이자 응답이며 묵묵히 자신의 세계를 쌓고 펼쳐나가는 시인을 향한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