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사랑을 배운다
육아에 지친 부모를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는
그림에다 작가의 공감 가족 에세이
매 순간 엄마는 잘하려고 긴장하고, 잘하고 있나 불안하고, 외롭고 힘겨운 육아에 지쳐 점점 자신을 잃어 간다. 자신을 우선 순위에서 밀어내는 아내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 작가는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아내의 육아와 일과 쉼의 밸런스가 맞을 때 육아가 행복해질 수 있고, 가족 구성원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걸 몸소 실천하고 있다. 아내의 마음을 읽어 주고, 아내의 여유를 만들어 주려는 남편의 세심한 배려가 책 전반에 흐르고 있다. “당신은 잘하고 있습니다!”라는 따뜻한 응원과 함께.
“제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 울컥 하고, 위로받았습니다!”
그림에다의 콘텐츠는 유독 소리 내 울기도 하고, 말없이 훌쩍이기도 했다는 반응이 많다. 그만큼 많은 부모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고 있다. 담담하게 풀어 내고 있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듬뿍 묻어 있어 그 진심이 독자들에게 닿는다. 그림에다는 육아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보인 아내의 시선이 머문 자리를 그리고, 그제야 알게 된 아내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글을 쓴다. ‘내 마음을 알아 주는 사람이 있구나, 나처럼 살고 있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드는, 이 마음만으로도 모든 게 싹 괜찮아질 것 같은, 엄마가 된 아내의 마음을 토닥토닥해 주는 글과 그림이다.
남편의 작은 배려와 소소한 위로만으로도 지금보다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육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모쪼록 더 많은 남편들이 육아에 참여하고 아내에게 여유를 만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아이와 더 오랜 시간 함께 보내지 못한 미안함, 아이가 주는 피드백이 더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들을 아빠들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아내의 마음을 읽다!
맞벌이 부부는 아내가 남편보다 집안일 하는 시간이 7.4배, 육아 시간이 3.5배 긴 것으로 조사되었다.(2019년 4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일·생활 균형을 위한 부부의 시간 배분과 정책 과제’ 보고서) 남편의 가사와 육아 시간이 점점 늘고 있지만, 여전히 아내는 일과 육아, 쉼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지쳐 있다.
아이가 이해해 줄 리 없고 남편은 일관성 있게 무디고, 어디 하소연할 데마저 마땅치 않고…… 그 어디에도 하지 못한 이야기 꾸러미들이 마음의 방에 켜켜히 쌓인다면 육아는 더 없이 힘들다. 마음의 방 크기가 조금씩 다를 뿐, 많은 아내들이 외롭고 힘든 육아를 하고 있다. 남편의 관심과 위로, 참여가 필요할 때, 이 책이 아내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일주일 중에 주말이란 시간이 주어진 것도 그런 이유일 텐데……. 아내의 에너지는 온전히 아이에게 향해 있다. 슬픈 일이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지 부엌으로 들어가는 것. 그러고 다시 거실로 오면 아내의 눈빛이 조금은 또렷해져 있겠지.
- 20~21쪽 <여유라는 선물>
아내는 늘 빽빽하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위로의 한 마디도 좋겠지만 나는 아내의 빈 틈으로 들어간다. 내가 비집고 들어간 시간만큼 아내의 하루에 여백이란 게 생길 테니……. 잠시라도 아내가 쉼을 쉬는 것처럼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 56~57쪽 <아내가 숨 쉴 수 있도록>
이 책에서 그림에다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아내에게는 노력하려는 모습이 중요하다) 아내의 수고로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아내의 꿈을 응원한다. 함께 늙어가는 것에 감사한다. 이런 작가의 마음이 어느 순간 독자들의 마음에 훅 들어와 진한 위로가 된다. 독자마다 감동받고 위로받는 지점이 다른데, 처한 상황에 따라 결핍 요소가 달라서 그러리라 짐작한다. 더많은 아내인 독자들이 이 책으로 위로받아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길 바란다. 더 행복한 육아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상처가 난 곳을 어루만져 주는 것.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인가 보다. 때로는 상처가 없는 맨살에 밴드를 붙인다. 밴드를 붙일 때마다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오늘은 내 어깨에도 하나 붙여 주었다. 그러네 어딘가의 상처가 아무는 느낌……. 어쩜 마음의 상처도 밴드라는 걸로 아물 수 있을지도. 아내에게도 밴드를 하나 붙여 줘야겠다.
- 28~29쪽 <밴드를 붙이면>
작가는 아내에게 낯간지러운 멘트를 날리지 않는다. 그런 걸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림에다식의 배려와 위로는 정말 별 게 없다. 진심이 있을 뿐. 그거면 된 거 아닐까.
그림에다 작가의 책은 남편에게 선물 받고 싶은 책, 남편과 함께 읽는 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아내인 독자들은 이 책으로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작가는 세 아이가 보호자 없이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것이 가족이라고 말한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엄마로, 아빠로, 아이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관심을 둔다.
당연히 부모가 아이를 키우게 될 거란 생각. 실상은 아빠를 아빠로, 엄마를 엄마로, 키우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단 걸 알았다. 어쩌면 세 아이가 보호자 없이 함께 자라고 있는 셈이다.
- 218~219쪽 <너는 나의 보호자>
부모는 아이에게 늘 사랑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늘 받고 있다. 아이의 사랑은 이리저리 재지 않는다. 이것저것 숨기지 않고 주춤주춤 망설이지 않는다. 솔직하게 아낌없이 표현하고 따뜻하게 안긴다. 자신의 전부를 주는 사랑이다.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모를 뻔한 가슴 벅찬 사랑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엄마가 가까이 있단 걸 알기 때문에 친구들 앞에서 목소리가 커진다. 엄마의 손을 잡고 있기 때문에 처음 보는 동물도 용감하게 만진다. 엄마가 놓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온 몸을 맡긴 채 뒤로 눕는다. 온전히 사랑해 주는 지금! 앞으로도 잘 부탁해.
- 130~131쪽 <이 순간이 멈추지 않길>
부모도 어릴 때는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을 텐데, 살면서 그 방법을 송두리째 잊은 느낌이랄까. 그 기억이 블랙아웃된 느낌이랄까. 작가는 육아를 하면서 아이에게 다시금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좀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내 아이를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이웃을 사랑하는 좀더 괜찮은 어른! 이것은 아이가 주는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그리고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는 작가는 이미 꽤 괜찮은 어른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