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양 스마트시티 - 도시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한반도 경제통합의 길
2033 평양, 서울에 접속하다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개성공단 재개 이슈가 뜨겁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에 10개의 개성공단을 건설한다고 해서 한반도 경제에 봄이 올까? 언제까지 북한의 저임금에 기댄 남북 경협에 매달릴 것인가? ‘서울-평양 스마트시티’라는 한반도 광역경제권의 구상을 통해 저자는 남북 동반 경제성장을 위한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안한다. 최첨단 도시 네트워크로 연결된 경제 공동체를 기반으로 북한을 한반도 4차 산업혁명의 출발지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실로 참신하면서도 도발적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결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른바 창조적 파괴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한을 연결시켜 네트워크 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면 북한이 물질적 생산요소를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남한의 수도권 인프라에 단지 ‘접속’함으로써 네트워크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환경을 갖출 수 있다.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접점인 이 지역은 남북한의 네트워크 경제를 실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지정학적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이곳을 기점으로 한반도는 동북아를 넘어 세계 경제권의 허브가 되는 것도 꿈꿀 수 있다.
이를 위한 실행 전략으로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한반도 8대 광역경제권’이다. 그 가운데 인천공항과 해주, 김포, 강화, 파주, 서울이 포함되어 있는 ‘해주-개성-인천 벨트’는 가장 주목받는 경제특구가 될 전망이다. 남북한을 연계한 금강산?동해 생태관광과 제2의 싱가포르 모델이 될 수도 있는 원산까지 아우르는 ‘원산-금강산-양양’ 벨트도 눈에 띈다.
마지막으로 사회주의 건설계획의 대표적인 도시인 평양의 리모델링 제안은 북한 전문가이기 이전에 건축학도였던 저자의 오랜 꿈을 담고 있다. 대동강이 유유히 흐르는 전원도시이자 생태도시, 역사 유적지가 잘 보존되면서도 첨단 스마트시티로서의 기능을 모두 갖춘 세계적인 명품 도시로 재탄생하게 될 미래 평양의 도시모델 제안은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롭다.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한 한반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과감한 제안
지금 이 순간, 한반도는 역사상 유례없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한반도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의 긴밀한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경제협력에 있어서는 과거와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 책은 가장 효율적인 남북한 경제협력 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서울-평양 스마트시티’의 조성을 제안한다. 첨단 기술과 교통·통신망을 바탕으로 서울-평양 광역경제권을 조성하여 남북한의 산업 역량을 극대화하고 상생의 경제활동 무대를 마련하자는 발상은 과감하고도 혁신적이다. 북한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한반도 4차 산업혁명의 출발지로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은 북한을 단순히 개발이 필요한 지역으로만 여기던 기존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놓는다.
최첨단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남북한 네트워크 경제의 실현
네트워크 경제는 인류 사회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한반도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남북한 네트워크 경제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북한 네트워크 경제를 실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 바로 ‘서울-평양 스마트시티’다.
‘서울-평양 스마트시티’는 첨단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 네트워크다. 이때 도시 간의 네트워크는 기존의 물리적 연결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초고속 교통망과 광대역 통신 기술을 통해 서울-평양 간의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두 지역을 동일한 경제권으로 통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물질적 생산요소를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남한 인프라와의 ‘접속’을 통해 한반도 경제 시스템에 포함되게 된다. 그 결과 남북한이 긴밀하게 협력하며 ‘신경제’적 성장을 추진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북한에 구축될 세계적 광역경제권, 제2의 싱가포르와 선전을 꿈꾸다
싱가포르는 국가가 주도하여 성장을 이끌어낸 모범 사례다. 싱가포르는 단순히 서구 사회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구조 아래 국가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시장경제의 장점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싱가포르 모델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선전 모델 역시 북한이 참고할 만하다. 중국 정부는 선전의 지리적 이점과 풍부한 노동력에 주목했다. 선전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통해 개혁과 개방을 추진한 결과, 30년 만에 선전은 중국 금융의 허브이자 남중국해의 주요 물류 기지로 재탄생되었다. 이 두 가지 도시 모델을 북한에 적절히 적용한다면 한반도에 세계적 광역경제권을 구축할 수 있다. 북한은 남한이라는 우수한 협력 파트너가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나 선전의 경우보다 더욱 빠른 발전이 가능하다. 중국 선전의 경우 30년이 걸렸다면 북한은 10년 내에 가능할 수도 있다는 애기다.
본문 213쪽 지도
미래 한반도의 경쟁력이 되어줄 스마트시티 벨트, 한반도 8대 광역경제권
‘신경제’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글로벌 경쟁의 단위는 ‘국가’에서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광역경제권은 주로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형성되지만, 한반도에는 이를 조금 다른 형태로 적용할 수 있다. 중소도시 규모의 스마트시티들을 육성하고, 이들을 서로 연결하여 ‘스마트시티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저자는 한반도를 8개의 광역경제권으로 나누어 인접 도시 간의 상호보완적 협력과 시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도시 전체가 네트워크화되어 있는 스마트시티는 다른 도시 또는 지역과의 연계도 용이하다. 한반도의 지경학적 특성을 고려하면 남북한의 협력 아래 조성되는 스마트시티 벨트는 중국과 러시아, 유라시아 대륙으로 연결될 수 있다. 동북아를 넘어 세계 경제의 거점으로 거듭난 한반도의 모습을 꿈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살아 숨 쉬는 도시 박물관 평양, 올레길을 만들어 평양의 도시 경쟁력을 이끌어내자
도시에는 역사의 흔적이 시간의 순서대로 쌓여 있다. 북한의 수도 평양도 마찬가지다. 사회주의 도시계획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평양은 살아 숨 쉬는 도시 박물관과도 같다. 평양은 파격적인 도시구조와 수많은 상징적 공간은 고유한 도시 맥락을 형성하는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평양을 남한의 신도시처럼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자는 평양의 도시구조를 활용하는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강줄기와 철도로 분절되어 있는 평양의 공간들을 연결하여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되, 주요 축선과 상징적 공간들은 보존하는 방식이다. 대신 사회주의 도시의 특성을 보여주는 상징물들을 관광자원화하여 평양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한다. 평양의 관광자원 육성 방안으로 저자는 올레길 조성을 제안한다. 관광객들은 올레길을 걸으며 평양의 주요 지역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평양은 매력적인 도시, 가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