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한국사 역사인물 10인의 만남
척박한 인간관계 속 샘물 같은 이야기
한국 역사를 이끈 10인의 ‘만남’
《목민심서》를 쓴 다산 정약용, 추사체를 만든 추사 김정희,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 등 우리 역사의 길목마다 굵은 획을 그은 인물들은 홀로 서 있지 않았다. 그들 곁에는 언제나 가족과 친구, 스승과 제자, 그리고 뜻하지 않게 만난 인연이 늘 함께 했다. 《세상을 바꾼 한국사 역사인물 10인의 만남》은 우리 역사를 이끈 인물들의 삶을 ‘만남’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 윤은성은 20여 년간 한국의 역사인물들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천착해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윤동주 시인은 물론이고,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무교회주의자 김교신, 사회운동가 이상재 등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를 아우르며 그들이 살아왔던 인생의 한복판에서 함께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산 정약용은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군신관계를 넘어 정신적으로 교감을 이루었지만, 언제나 정도를 지키며 오랜 관계를 유지했다. 추사 김정희는 초의 선사와 차로 인연을 맺어 40년 넘는 세월 동안 변하지 않은 우정을 지켰다. 추사가 출세가도를 달릴 때나 유배로 힘든 시절을 보낼 때도 초의 선사는 언제나 그의 곁에서 함께했다.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은 박규수의 사랑방이 있었기에 수많은 개화파 동지들을 만나 교류하며 세상의 변화를 꿈꿀 수 있었다. <서시>의 윤동주는 송몽규와 문익환 등 간도의 명동마을에서 나고 자라,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교류했다. 서로에 대한 열등감도, 격려도 그들에겐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동화작가 권정생은 아동문학가 이오덕과 한 번의 만남으로 서로의 진심을 알고 30년간 만남을 이어갔다. 어떤 보상과 대가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이어간 그들의 만남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전해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도 만남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만남의 관점에서 역사를 보면 위대한 인물뿐 아니라 그들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선명해진다”며, “어느 위대한 인물도 역사 속에 홀로 서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세상을 바꾼 한국사 역사인물 10인의 만남》은 그들이 일으킨 역사 이야기이면서, 그들과 함께 역사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만남’이라는 연결고리가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각장 말미에는 저자가 20년간 역사탐방을 했던 역사인물의 답사지를 지도와 함께 소개하고 있으며, 각장마다 수록된 ‘칼럼’은, 우리는 역사에서 만남이란 어떤 의미인지 되새길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척박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특별하다. 역사인물을 통해 그들에게 사람이란 어떤 의미인지, 그 만남이 어떤 삶을 살게 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질곡의 우리 역사 속에서 생동했던 만남과 교류의 현장을 이 책 한 권을 통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