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밤 - 낯선 공기와 어둠이 위로가 되는 시간
“이 밤이 끝나면 일상의 온도가
조금은 달라질 것을 믿는다”
전세계 80여 개 도시를 여행한 작가 장은정이 꺼내놓은
한없이 사소하고 아름다웠던 밤의 이야기
“모든 여행에서 밤은
빛이 사라지면 시작되는 새로운 여행이었다.”
낮보다 화려한 남국의 야시장, 정적이 스며든 유럽의 골목,
빛이 춤추는 아이슬란드의 오로라까지…
낯선 여행지에서 길어 올린 스물일곱 밤의 기록
영화 〈시작은 키스!〉에서 남자 주인공 마커스는 빛나는 에펠탑을 보며 여자 주인공 나탈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주변을 봐요. 당신을 봐요. 난 사랑에 빠지고 말 거예요.”
에펠탑을 감싸 안은 눈부시고 화려한 파리의 야경, 그 풍경 앞에서는 누구라도 마커스처럼 로맨티스트가 된다.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들고 뜨겁게 달아올랐던 공기가 한풀 꺾이면 소란했던 여행지는 설렘으로 가득해진다. 《언젠가는 터키》, 《나 홀로 제주》, 《두근두근 타이완》등 남다른 시선으로 기존 여행서와 차별화된 여행서를 집필해온 장은정 작가가 이번에는 `밤`을 주제로 감각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행자의 밤》은 작가가 그간 80여 개의 도시에서 보낸 숱한 밤 중에서도 외롭고 쓸쓸하지만 황홀하고 아름다웠던 스물일곱 번의 밤에 대한 기록이다.
“누구에게나 기억하고 싶은 마법 같은 여행의 밤이 있다”
일상에서 잃어버린 나를 발견하는 여행자의 시간
1. 여행자로서 장은정 작가 특유의 감성은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맞은 수많은 밤 덕분에 더욱 단단하게 쌓였다. 여행지에서의 밤은 빛이 사라지면 시작되는 새로운 여행이자 다양한 감정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축제의 길 위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웃었고, 오로라가 춤추는 들판 위에서 선물 같은 빛의 향연에 취했다. 대자연 앞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는 자신이 그려져 무작정 떠난 아이슬란드 여행에선 기적처럼 한여름의 오로라를 만났다. 부모님과 함께 발맞춰 여행하는 기쁨으로 벅차오른 밤에는 길고 긴 일기를 쓰기도 했다. 한국에 있는 남편이 보고 싶던 밤에는 돌아가면 제일 먼저 반겨줄 사람이 있음에 감사했다.
그녀에게 여행지에서의 밤은 위로였다. 타이완 핑시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천등에 소원을 적어 한마음으로 날렸다. 그 밤, 천등이 수 놓인 하늘은 어떤 낮보다도 따뜻했다.
또한 여행지에서의 밤은 그리움이었다. 홀로 떠난 대만 여행에서 지진을 만났을 때, 처음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한국에 있는 가족을 떠올리며 그리워했다.
어쩌면 여행은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 위로받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다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 하는 건지도 모른다. 여행이라는 짧고 강렬한 밤을 끝냈을 때 조금은 달라진 일상의 온도를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낯선 공기와 어둠이 위로가 되는 시간. 《여행자의 밤》에는 낮에는 미처 보지 못한 결이 다른 위로와 그리움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