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페어리랜드

페어리랜드

저자
임정연 지음
출판사
휴먼앤북스(Human&Books)
출판일
2016-11-24
등록일
2018-01-02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4MB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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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연애도 결혼도 사회적 요구에 잠식당한 “희망난민” 시대에서 ‘낭만’ 찾기

“그녀는 왜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희망난민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의 감정일지도 모르겠다.”_ 강유정(문학평론가)

소설가 임정연이 그의 네 번째 책, 장편소설 『페어리랜드』를 펴냈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여지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흔한 소재도 맛깔나게 표현하는 임정연의 소설 세계에 흠뻑 빠졌던 사람이라면 이번 신작도 기대해볼 수 있겠다. 새롭게 눈 여겨 볼 점은 이번 장편 소설이 바로 ‘연애소설’이라는 점이다. 연애소설의 매력인 간질간질한 달달함은 놓치지 않으면서 사회현실을 꼬집는 임정연만의 유쾌한 방식은 그대로 담아냈다.
임정연의 전작들에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 조폭 노인, 피시방에 사는 가족 등 결코 평범하다 할 수 없는 인물이 등장했다면, 이번 작품에선 주변에서 다소 흔히 볼 수 있는 능력 있는 30대 미혼 여성이 주인공이다. 주목해볼 점은 아직도 사회에 만연한 미혼 여성에게 가하는 ‘노처녀 프레임’이다. 요정이 관습적인 나이·결혼·외모에 대한 기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스스로도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요정은 살찐 여성을 아줌마로 통칭하고, 나이 많은 남성을 아저씨로 일반화하면서 스스로도 그런 호명 체계에 속하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요정은 연애와 결혼이 인생의 성패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매트릭스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강유정의 해설에서)

낭만이 향수(鄕愁)가 된 현실

1)
새벽시장 특유의 설렘이 온몸 가득 밀려들었다. 가지각색으로 진열되어 있는 옷에서 나는 ?옐叢? 스낵코너에서 풍겨오는 커피냄새와 핫도그 냄새.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곳에 오면 살아있는 느낌이 강렬해서 좋았다. 환하게 불을 밝힌 가게들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짐을 나르는 사람들이 섞여서 뿜어내는 소란스러움 같은 것들. 멀리서 온 듯한 한 떼의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눈길로 지나쳐갔다.(42쪽)
2)
“옥상에서 뭐 먹는 거 색다른 경험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했어?”
“고시원이 답답하거든요. 그래서 자주 옥상으로 올라갔어요. 컵 라면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지금 여기 있으니까 가슴이 탁 트이지 않아요? 학교에 가면요. 어느 구석에 놓인 자판기 커피가 맛있는 지 꿰고 있어야 낭만생활을 즐길 수 있어요.”
“낭만이라. 정말 간만에 듣는 단어다.”
맑고 푸른 여름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래요?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되는 건데.”
“그게 맘대로 안 되거든.”
한숨을 내쉬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이불 그늘에 앉아 이렇게 라면을 먹고 있으니 어린 시절의 풍경이 떠올랐다. 여름날 저녁이면 일찍 퇴근한 아버지가 미용실에 있는 엄마를 대신해 옥수수를 한 소쿠리씩 쪄주??했다. 그럼 밤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오동나무 밑 평상에 앉아 나와 민정이는 발장난을 하며 삶은 옥수수를 먹곤 했다. 우릴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 그것도 낭만적인 한 시절이 아니었을까.(136쪽)

원준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우리 사회에서 희망을 보상받지 못한 청춘 1세대”(강유정의 해설에서)이며, 요정은 꽤 성공한 쇼핑몰의 사장이다. ‘연애도 능력이 비슷해야’로 시작하는 ‘오지라퍼(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들의 편견을 이겨낸 원준과 요정의 만남의 매개는 바로 낭만이다. 요정이 좋아하는 새벽시장과 원준이 말하는 옥상의 의미는 매우 닮았다. 팽팽한 도시에 적응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요정과 원준이 찾는 장소는 삶의 감각을 깨우고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둘은 각자의 낭만이 담긴 공간을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이 원준과 요정의 만남을 “사실적인 연애의 재현이 아니라 세상이 요구하는 코드의 반복”이라고 표현한 것은 현대사회에서 낭만이 그만큼 낯선 단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낭만을 말하는 요정에게 “소녀 취향적인 꿈”에 사로잡혔다고 평가하는 소설 속 현실은 낭만이 향수(鄕愁)의 대상이 된 현대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지랖 작당’의 참견 마주하기

낭만적 “연애 코드가 매우 높은 이념이 되어버린”(강유정의 해설에서) 다소 씁쓸한 현실임에도 이 소설은 전혀 무겁지 않다. 『페어리랜드』의 도입부에서 주변인들을 떠오르게 하는 인물들의 친근한 대화에 말려 들다보면 어느새 요정이 운영하는 사무실 분위기에 동화되고 만다. 선명한 색조를 가진 뚜렷한 인물들은 임정연 소설에 생생하고 활동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다이어트와 연애에 집착하는 박실장, 게임에 빠져 사는 홍대리, 철부지 말단직원 꼬맹이 수미와 진희는 빠르게 지나가는 대화에서도 각자의 개성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들은 요정의 ‘연애사’에는 어째 한마음으로 관여하는데, 자유로운 연애관을 가진 친구 보라, 결혼으로 압박하는 엄마, 소위 ‘엄친아’로 불리는 친구 인수까지 오지랖 넓게 작당이라도 한듯 요정을 괴롭힌다. 가까운 만큼 삶의 자잘한 스트레스를 만드는 주범들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요정의 대변인이 되어 짜증을 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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