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인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
카인의 살인부터 프랑스혁명, 마르크시즘, 나치즘까지
인간의 숙명적 부조리에 ‘반항’으로 답한 서구 저항의 역사
부조리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반항이 존재한다. “숙명적으로 주어진 부조리 앞에서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 ‘반항’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알베르 카뮈가 말하는 반항인은 참을 수 없는 구속에는 ‘아니요’라고 말하며, 본질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에는 ‘예’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이 본질적 가치는 ‘숙명의 동일화’를 통해 개인적 차원에서 보편적 차원으로 넘어간다. 따라서 카뮈는 말한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
『반항인』은 카인의 살인부터 히틀러의 나치즘까지 서양사를 꿰뚫는 ‘반항의 역사’를 빠짐없이 개관한다. 『이방인』과 마찬가지로 『반항인』에서도 카뮈는 지중해의 태양, 즉 헬레니즘 사상의 지배를 받는다. 카뮈는 반항에 한계를 두고 균형과 중용을 중시하는 이른바 ‘정오의 사상’을 역설한다. 그러나 전후 냉전 시대를 살던 좌파 지식인들에게 중용의 사상은 카뮈를 “심약한 모럴리스트”이자 “애매한 휴머니스트”로 비치게 만들 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이 이념을 압도하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카뮈가 왜 그토록 균형과 중용을 역설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 세계는 또다시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벌이는 ‘절대’의 패권 다툼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시대를 앞서간 책 『반항인』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 시대의 반항인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현대지성 클래식 『이방인』을 가장 카뮈다운 문체로 되살려낸 유기환 교수가 다시 『반항인』의 번역을 맡았다. 모두가 검은 진실을 말하기 꺼렸던 시대, “임금님은 벌거벗었다”라고 부르짖은 카뮈의 양심적 외침이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부조리한 시대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좋은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20세기 프랑스 최고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가장 사랑한 작품 『반항인』
카뮈의 사회·정치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반항인』은 내게 친구보다 적을 더 많이 만들어준 책입니다. … 그러나 내가 다시 한 번 그것을 써야 한다 해도 지금과 똑같이 쓸 겁니다.”
1942년 29세 청년 알베르 카뮈는 부조리 소설 『이방인』을 발표하며 단숨에 프랑스 문단의 스타덤에 올랐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카뮈는 프랑스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명단에 늘 이름을 올린다. 『이방인』은 프랑스 최대 출판사인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도 꼽힌다.
그러나 카뮈가 항상 평탄한 인생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특히, 『반항인』 출간 이후 수많은 비판을 받으며 파란곡절을 겪는다. 1951년 『반항인』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유럽 지식인 사회를 뜨거운 논쟁의 장으로 만들었다. 『이방인』 출간 당시 카뮈를 극찬했던 장 폴 사르트르를 비롯해 좌파 계열의 지식인들이 그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사르트르와 10년간 이어진 우정도 무너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카뮈는 『반항인』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책이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책이라 말하며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준다. 도대체 『반항인』은 어떠한 책이기에 카뮈를 궁지에 몰아넣은 것일까? 또 카뮈는 왜 그토록 이 책을 사랑했을까?
카뮈를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주제: 부조리, 반항 그리고 사랑
진정한 반항이란 ‘부조리에 맞서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완전해지는 것’
카뮈의 작품 세계는 부조리, 반항, 사랑이라는 세 가지 핵심 주제로 요약된다. 이 세 주제는 각각 소설, 에세이, 희곡으로 다시 형상화된다. 부조리 계열 작품으로는 소설 『이방인』, 에세이 『시시포스 신화』, 희곡 『칼리굴라』, 『오해』가 있고, 반항 계열 작품으로는 소설 『페스트』, 에세이 『반항인』, 희곡 『정의의 사람들』, 『계엄령』이 있다. 사랑 계열 작품에는 그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남은 소설 『최초의 인간』이 있다. 따라서 『반항인』을 빼고서는 ‘반항’이라는 주제, 더 나아가 카뮈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반항은 부조리에서 태동한다. 습관과 타성으로 살아가던 인간이 어느 날 문득 죽음, 생명, 우주, 존재, 무(無) 등을 생각할 때 일어나는 막막하고 아연한 감정, 그것이 바로 ‘부조리 감정’이다. 카뮈에 따르면 부조리는 인간의 숙명이다. 그렇다면 “숙명적으로 주어진 부조리 앞에서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 ‘반항’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부조리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반항이 존재한다.
카뮈가 말하는 반항인은 참을 수 없는 구속에는 ‘아니요’라고 말하며, 본질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에는 ‘예’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이 본질적 가치는 ‘숙명의 동일화’를 통해 개인적 차원에서 보편적 차원으로 넘어간다. 따라서 카뮈는 말한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
『반항인』에서 카뮈는 「형이상학적 반항」과 「역사적 반항」에 특히 많은 양을 할애한다. 형이상학적 반항은 인간이 신을 거부하는 반항이며, 노예가 주인을 거부하는 것은 역사적 반항이다. 카뮈는 다시 역사적 반항의 차원에서 혁명과 반항을 구분한다. 카뮈는 일종의 항의에서 시작해 점진적 해방을 추구하는 반항과는 달리, 하나의 이론적 틀에서 출발해 역사를 전복하고 세계를 뒤바꾸려는 혁명을 비판한다. 대신 헬레니즘적 전통에 충실한 한계와 절도(節度)의 사상, 이름하여 ‘정오의 사상’을 강조한다. “인간에게는 인간에게 적합한 중간적 수준에서 가능한 행동과 사상이 있다.” 이 책에서 카뮈는 온갖 초월과 부정에 맞서 관용과 균형이라는 긍정의 몸부림을 친다. 세계의 전복이 아닌 이 지상에서의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는 것, 부조리에 맞서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완전해지는 것, 바로 그것이 카뮈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반항이었다.
가장 카뮈다운 문체를 그대로 되살려낸 유기환 교수의 번역 개정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카뮈 인터뷰집과 역자의 논문 요약본 수록
현대지성 클래식 『이방인』을 가장 카뮈다운 문체로 되살려낸 유기환 교수가 다시 『반항인』의 번역을 맡았다. 현대지성 클래식 『반항인』은 1987년에 처음 출간되었던 옮긴이의 번역본과 1993년에 개정된 번역본을 새롭게 다듬고 보완해 개정했다. 『반항인』의 진정한 의미를 밝히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카뮈의 인터뷰 두 편을 추가했다. 하나는 『카뮈 전집』 제2권에 실린 『시시포스 신화』 해설에 수록된 글로 「아닙니다, 나는 실존주의자가 아닙니다」라는 인터뷰다. 이 글에서 카뮈는 사르트르와 자신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부조리와 반항의 관계를 설명한다. 다른 하나는 『카뮈 전집』 제2권에 실린 『반항인』 해설에 수록된 글로 『디아리우』 신문에서 인터뷰한 글이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은 반항의 필요성에 관한 카뮈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옮긴이가 쓴 논문 「카뮈의 정치사상과 공산주의」를 요약하고 수정한 해제를 수록해 『반항인』의 핵심 주제를 소개한다. 세 편의 글이 독자로 하여금 ‘한계와 균형을 동반한 저항’이라는 카뮈의 지중해 사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반항인』은 카뮈의 저작 중 가장 길고 내용이 심오한 탓에 결코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만큼 카뮈의 사회·정치사상을 잘 드러낸 책도 없다. 모두가 검은 진실을 말하기 꺼렸던 시대, “임금님은 벌거벗었다”라고 부르짖은 카뮈의 양심적 외침을 통해 오늘날의 독자들이 부조리한 시대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