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을 부탁해 - 소방관 테마소설
고요한ㆍ권제훈ㆍ김강ㆍ도재경ㆍ박지음ㆍ유희란ㆍ이준희ㆍ장성욱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여덟 소설가들이 전하는 소방관들의 피 땀 눈물
소방관들의 일과 삶을 담아보자는 기획으로 소설가 8인의 작품을 모았다. 가장 위험한 순간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분투하는 소방관들에게 보내는 존경의 메시지이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갑작스레 닥친 비극을 극복하고 애도하려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을 기획한 박지음 소설가는 “한 사람의 노고와 땀과 삶의 의미가 담겨 있는 물건”처럼 “이야기에도 그런 힘”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기획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자료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재구성된 이번 소설들에는 우리 이웃들의 일상이 훼손되지 않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 또한 오랫동안 계속 무사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담겨 있다. 늘 위험이 도사리는 일에 내몰리는 직업인 만큼 그들의 이야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그러나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좀더 단단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기쁨과 슬픔이 녹아 있는 이 이야기들이 많은 이들에게도 가닿길 바란다”는 박용주 나주소방서장의 추천의 말을 곱씹다 보면 슬픔을 온전히 통과하는 일 역시 비극을 극복하는 한 방식임을 깨닫게 된다.
“그냥 살았을 뿐이잖아, 남들처럼. 모두 그렇지 않나?”
평범한 일상을 지켜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표제작인 박지음의 소설가의 「소방관을 부탁해」에는 방화 범죄자와 싸우는 여성 소방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특출나게 컸던 키와 체구는 소방관이라는 역할을 위해서는 부족함이 없다. 자신의 특장과 한계를 알고 그것을 잘 활용하는 우리 곁의 영웅 이야기를 선보인다.
도재경, 이준희 소설가는 트라우마와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도재경 소설가의 「마인드 컨트롤」에서는 ‘마음에 난 불’을 다스리는 이야기를, 이준희 소설가는 「루디」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개발된 AI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권제훈 소설가의 작품에서도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권제훈 소설가의 「우리 동네 소방관은 마동석」에서는 구조 활동 중 얻은 트라우마로 복귀하지 못하던 소방관이 회복되는 과정을 그렸다. 김강 소설가의 「그는 집으로 돌아와 발을 씻는다」에서는 큰 사건사고 없이도 생기고 마는 갈등상황들과 화해하려는 노력들을 담았다.
고요한, 유희란, 장성욱 소설가는 갑작스레 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나름의 방식을 찾아보려고 한다. 고요한 소설가의 「당신의 하늘에 족구공을 뻥 차올렸어」에서는 소방 활동 중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잃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희란 소설가의 「어제의 눈물, 그로부터」에서는 아끼던 사람을 잃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장성욱 소설가의 「밤에게」에서는 서로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픔을 공유하고 기대며 치유되는 과정을 조금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려낸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해도 금세 좋아할 수 있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회복의 과정을 돕는 사람들.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만나볼 수 있는 우리의 이웃들이고 각자의 방식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탈해 보이던 그들의 삶은 한순간에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로 인해 생긴 슬픔과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은 더디게 흘러가지만 결국 회복에 성공한 사람들의 곁에는 늘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이미 서로를 잘 아는 가까운 가족이기도 하지만 전에는 만난 적이 없던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기도 하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회복의 과정을 돕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영웅만이 아니라 힘든 순간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독자들에게도 이 소설집에 담긴 이야기들이 가닿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