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저자
정혜진 지음
출판사
미래의창
출판일
2022-09-18
등록일
2023-02-0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2MB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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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장발장법’ 위헌 결정을 받아낸 국선전담변호사
정혜진이 전하는 세상과 사람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은 널찍한 공간을 만들어내 그 안에서 우리 사회의
‘불완전하고 조각난, 미완의’ 경계를 조금씩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향하게 할 수는 있을까? ‘장발장법’ 위헌 결정을 받아낸 정혜진 국선전담변호사는 국가가 배정해준 피고인들을 변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며 이 사회에 녹아들지 못 한 사람들의 풍경을 오랫동안 기억하길 택하며 그 질문에 답하는 듯하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에는 저자가 변론을 시작하고 만나왔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중증조현병으로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이와 그를 감당해야만 하는 부모, 목수인 아버지와 조폭이었던 아들, 신념 문제로 차라리 범죄자가 되길 택했던 어떤 20대, 국선변호사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 저자는 이 조각난 이야기들을 통해 “사건의 본질이 흐릿해질 즈음에 비로소 시작되는 아주 짧은 만남을 반복하면서 수면 아래 저 깊은 삶의 실체를 안다고 할 수는 없다”고 고백하지만 “그럼에도 썼다,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가 별로 전해지지 않아서였다”고도 말한다.
피고인들의 변론은 끝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가난을 탓하며 범죄자로서 삶을 반복하고 신념을 이유로 헌법에 의문을 제기하고, 또 누군가는 법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각난 이야기들은 지나간 누군가의 과거가 아니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창이자, 그동안 사회가 외면했던 자들을 형상하는 몽타주이다. 그는 책을 통해 한 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문제이지만 이야기의 힘을 빌린다면 더 넓은 공감으로 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낙관해본다. 그의 말처럼 한 건의 범죄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불완전하고 조각난, 미완의’ 경계를 넘어 그 안쓰러움을 어루만질 수 있는 공감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해당 에세이는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법정 에피소드 원작이다.

국선전담변호인, 빙산의 일각에서 풍경을 보다
“마음에 큰 병이 있는데도 수십 년 방치되고 치료받지 못해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들, 폭력이 일상인 환경을 견뎌내고 살아남아 폭력을 그토록 두려워하고 미워했으면서도 어느새 자신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발견하는 한때 피해자였던 가해자들, 돈이 너무 궁한 나머지 앞뒤 가리지 못하고 대출이나 취업의 미끼를 덥석 물었다가 부지불식간에 엄청난 범죄 조직의 하수인이 되고 만 이들, 절대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이를 지지해줄 사회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 순간의 유혹 앞에서 번번이 무너져버리는 무력한 이들, 어리숙하고 모자란 탓에 ‘진짜 나쁜 놈들’에게 이름을 빌려줬다가 범죄자가 되고 자신도 모르는 빚까지 떠안는 이들···.”
국선전담변호사인 저자는 사건이 벌어진 지 3~4개월, 대개 6개월이나 1년 후, 어떤 경우는 거의 10년이 지나서야 이들의 사연을 듣는다. 성범죄 및 마약범죄 전담 재판부에 배정돼 매달 살피는 25건 내외의 형사 사건에는 범죄 자체만이 아니라 국선변호인을 만날 자격을 갖춘 취약 계층이 맞닥뜨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현실이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사건을 적나라하게 분석할수록 이들의 사연은 개인의 잘못과 우리 사회의 문제가 만들어낸 잔혹한 현실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그는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빙산에서 본 이 사소한 이야기도 분명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 몇몇 이들이 내어준 눈물을 마신 덕에 나는 변호사로,
그 이전에 한 인간으로 조금씩 성장했다.”

피고인이면 무조건 극악무도할 거라는 편견과 다르게 그에게도 가족이 있었고 그들이 인간이기에 하고야 마는 나약한 선택과 잘못된 굴레 안에 갇히는 이면들도 있었다. 저자가 피고인을 변론하는 국선변호사로서 마음을 다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고 주제넘은 연민이 화를 불러올 때도 있었으며, 그의 잘못된 자만심으로 피고인을 범죄자로 만들 뻔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변론을 해오는 사이 저자도 연차가 쌓인 국선전담변호사가 돼 더 깊어진 눈으로 사건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변론을 시작하고 끝마치면서 스쳐 지나가는 피고인들의 사연을 통해 저자는 한 명의 변호사로, 그 이전에 한 인간으로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법과 사람 사이에서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현실이 흔하게 널려있었다. 저자는 이들의 눈물을 보려고 하지도 않거나 애써 외면하며 지나친 적이 훨씬 더 많았다고 실토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의 마음을 계속 두드리는 사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변호사로서 저자는 그러한 삶의 안팎을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불완전하고 조각난, 미완’ 경계를 넘어
범죄 안팎의 풍경은 너무나 작고 사소하고, 또 조각 나 있다. 아마 앞으로도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처럼 이야기의 힘을 믿어본다. 하나의 이야기가 모여 사회를 변화시킬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이들의 분절된 이야기들이 쌓여서 우리 사회의 ‘불완전하고 조각난, 미완’ 경계를 넓히는 시도하고자 한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 이 작고 분절된 이야기들이 가 닿길 바란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의 끝에 쓰인 말처럼 국선변호제도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법이든, 더 크고 구조적인 ‘악’에 대한 대책이든, 범죄에 취약한 계층의 자립을 돕는 방안이든, 그 무엇이든 실질적인 대책으로 우리 사회의 경계가 넓어질 수 있었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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