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 디지털 시대의 인간 광고판
그들은 슈퍼스타인가? 자본주의의 노예인가?
인플루언서 세계를 다룬 최초의 경제·사회·문화 보고서
자본주의의 꽃이 광고라면, 이제 광고의 꽃은 단연 인플루언서다. 과거 톱스타들이 꿰찼던 광고 모델 자리가 지금은 인플루언서들에게 줄줄이 넘어오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톱스타’로 군림하기까지 한다. 어린아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미래 직업이기도 하다. 과연 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탄생했을까? 어떻게 10대, 20대의 젊은이가 오로지 디지털 네트워크의 힘으로 수십,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들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되었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손에 의해 키워졌는가? 과거 길거리에서 마주치던 샌드위치맨이 디지털 페르소나를 내세우며 ‘인플루언서’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행세하는 것은 아닌가? 그들을 추종하는 수백만 팔로워들의 심리는 또 무엇인가?
출간되자마자 독일 아마존 및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오른 《인플루언서》는 진정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팔로워들의 ‘좋아요’와 구독으로 부를 쌓아가는 인플루언서의 이면을 펼쳐 보인다. 디지털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로 급부상한 인플루언서가 사회에 미치는 장점과 단점, 경제적 효과와 문화적 파장까지 다각도로 파헤친다. 그들이 어떻게 관심 경제 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이끌었고, 그 속에 가려진 그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한 번 들여다보자.
갓난아이부터 가상 인간까지
우리는 모두 인플루언서를 꿈꾼다
매일 같이 멋진 배경에서 멋진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일상 사진을 업로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주인은 딱히 직업이 없어 보인다. 평일 오후 시간을 이렇게 자유롭게 쓴다는 건 분명 백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람을 백수라 부르지 않는다. 그녀의 팔로워 수는 50만을 넘기 때문이다. 물론 팔로워 수나 구독자 수가 이를 대변하지는 않지만, 그곳에서는 그녀를 모두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게시글 ‘한 건’에 500만 원. 웬만한 직장인 월급을 웃도는 금액이다. 이 500만 원은 그녀가 인스타그램에 홍보 게시물을 ‘딱 한 번’ 올려주는 것으로 받는 광고비다. 업계에 따르면 팔로워 수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팔로워 10만 명을 기준으로 최소 10만 원에서 100만 명이 넘어가면 1천만 원을 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어린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아이돌에서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로 바뀐지 오래다.
심지어 버추얼 인플루언서까지 등장했다.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이 가상 인간은 처음부터 인플루언서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는 공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TV 광고까지 섭렵했다. 그녀의 팔로워는 10만을 넘은지 오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31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는 2020년 한 해에만 130억 원을 벌어들였다. 시장에서는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와 함께 MZ세대가 소비의 중심이 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허와 실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그런데 대체 인플루언서는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시장은 왜 그들을 이토록 원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 해도 모두가 인플루언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이들 모두를 인플루언서라 부른다면 특별히 인플루언서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며 그 범위를 명확히 알려준다. 2007년 무렵 마케팅 분야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인플루언서는 ‘자신만의 콘셉트로 각종 상품을 홍보하는 콘텐츠(사진, 동영상, 텍스트 등)를 만들어내는 SNS 스타’를 의미한다. 전 세계 인구 중 20억 명이 인스타그램을 29억 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이 두 SNS 사용자만 해도 거의 50억 명에 육박한다. 국내 인스타그램 월간 순이용자 수도 2,000만 명에 이른다. 그렇다 보니 기업뿐만 아니라 지자체, 정부까지도 SNS를 통해 소식을 알리고 제품을 홍보한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 발표한 조사에서도 국내 이용자의 92%가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접한 이후 구매 관련 행동을 취했다”라고 답변했고,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SNS 광고가 꼽히기도 했다. 올해 우리나라 대선전에서도 각 후보들의 SNS 광고가 연일 기사에 보도되는 것만 봐도 SNS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SNS 이용자가 많기 때문은 아니다. 저자는 인플루언서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로 “인플루언서는 광고 대상 제품과 자신을 어떻게든 연관시킨다”는 점을 꼽는다. 인플루언서는 제품을 단순히 광고하지 않는다. 그들은 제품을 매일 사용하고, 직접 경험해 보니 어떤 효과를 보았다는 등 소비자로 하여금 단순 제품 광고인지 실제 사용 후기인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다정하고 친근한 태도로 팔로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당신도 자신과 다를 바 없는 멋진 삶을 살고 있다고 속삭인다.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기만 했던 연예인과 달리 인플루언서는 스파이더맨처럼 팔로워들의 친절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이웃이다.
허나 이 무기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2019년 한 인플루언서의 호박즙 사건을 비롯해 ‘뒷’광고, 가짜 먹방 등 인플루언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논란도 많아졌다. 최근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짝퉁 논란’이다. 유튜버로 많은 사랑을 받은 한 뷰티 인플루언서가 넷플릭스라는 거대 채널에 등장하면서 그녀가 그동안 업로드한 일상 사진들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유튜브 채널에서 그녀가 착용한 제품들에 대해 가품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그녀는 이를 인정하며 사과문을 올렸다. 한 가지 웃긴 사실은 막상 찾아놓고 보니 소위 말하는 S급 짝퉁도 아닌 조금만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을 정도의 가품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에게 씌여진 ‘금수저’라는 프레임과 한강뷰 아파트, 화려한 외모, 친절한 태도에 가려 이를 보지 못했다.
이 책은 사람들의 환호와 열광 속에 가려진 인플루언서의 모습을 보다 객관적으로 조망한다. 매끈하게 보정되어 있고, 포토샵과 같은 필터링과 음향효과로 꾸며져 있는 인플루언서의 장밋빛 썸네일 뒤의 모습은 어떠한지, 친구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댓글로) 고민을 주고받고 (랜선) 집들이에 초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자신의 모든 일상을 공개하면서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 등 그동안 어느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경제·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최초로 분석했다. 그들이 사회에 미치는 장단점과 경제적 효과, 문화적 파장은 무엇인지 들여다보며 인플루언서에 대한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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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는 그들을 ‘아메리칸 드림의 마지막 주자’라고 표현하며, 인플루언서를 꿈꾸던 어느 청년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인플루언서 시장도 온라인 플랫폼 시장과 비슷한 과점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SNS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그 확률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일반 사람들에게 SNS는 벼락스타의 길로 여겨졌었다. 조금만 노력하면 엄청난 수익과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한때 많은 직장인들이 퇴사를 하고 크리에이터의 길로 걸어갔고, 개중에는 성공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도 결국에는 ‘자신만의 콘셉트로 각종 상품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광고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논리와 알고리즘 속에 발버둥 치는 그들의 모습을 목격함으로써 인플루언서가 이끄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우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인플루언서 현상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통찰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