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평생 트랙 위를 쉼 없이 달려왔지만
우리는 늘 게으르고, 부족하고, 이기적인 애들이었다.”
★ 아마존 ‘최고의 논픽션’, <하퍼스 바자> ‘올해의 책’ 선정!
★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에스콰이어> 추천!
★ 《90년생이 온다》 작가 임홍택, 《아무튼 예능》 작가 복길, 《젊은 ADHD의 슬픔》 작가 정지음, 《사랑의 은어》 작가 서한나 추천!
부모처럼 살기 싫지만 부모만큼 되기도 어려운 세대, 밀레니얼Millennial. 그들은 ‘이번 생은 망했다’면서도 탈진 직전까지 일에 몰두하고, 필패하도록 설계된 체제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며 자조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번아웃Burnout’은 신드롬이 아니다. 무기력과 불안정은 그들 삶 전반에 깔린 배경음악이자, 그들이 평생을 지내며 살아온 온도다.
미국 유명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Buzzfeed>에서 7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국내 트위터상에서도 크게 회자한 칼럼 ‘밀레니얼은 어떻게 번아웃 세대가 되었는가’의 저자 앤 헬렌 피터슨Anne Helen Petersen은, 번아웃에 휩싸인 밀레니얼에게 결연히 선언한다. “반드시 이렇게 살 필요는 없다.” 더불어 그들이 겪은 실패와 좌절을 시대순으로 면밀히 살피며, 이 문제들이 사실은 예외주의와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아마존, 〈하퍼스 바자〉, 〈뉴욕 타임스〉, 〈에스콰이어〉에서 2020년 화제의 논픽션으로 손꼽힌 책 《요즘 애들Can’t Even》은 열정과 능력을 의심받으면서도 부단히 성실해야 하는 밀레니얼의 악전고투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
“망가지고 실패한 건 하나의 세대가 아닌, 체제 자체다.”
기대 속에 태어나 가난을 배우고 불안을 먹고 자란 세대, 밀레니얼의 ‘번아웃’
일은 왜 해도 해도 끝이 없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주말은 왜 이리 죄스러운가? 반복되는 야근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업무들. 회사의 기대치는 늘 내 능력치를 웃돌지만 올해도 내 연봉은 대한민국 평균치를 밑돈다. 이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학자금 대출은 언제 다 갚지? 가까스로 짜낸 시간을 자기계발로 채우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취미를 갖기엔 체력도 돈도 바닥이다. 세상 사람 다 봤다는 넷플릭스 드라마 정도는 봐야겠고, 트렌드에 빠삭하고 싶어 구독한 뉴스레터는 메일함에 차곡차곡 쌓여 가는데… 일단 미뤄놓은 빨래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뭘 잘못했기에 이 지경까지 온 걸까?
이 같은 불안에 혼자 떨고 있을 필요 없다. 밀레니얼이라면 모두가 느끼는 증상이니까. 하지만 사회는 다짜고짜 끈기와 노력 부족 때문이라며 이들에게 날카로운 비수를 꽂는다. 그런데 세대 전체가 겪는 이 불안이, 과연 개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요즘 애들》은 당돌하게 대답한다. 이 무력감은 밀레니얼의 잘못이 아니므로, 그에 대한 책임을 당당하게 사회에 요구하라고. <버즈피드> 수석 작가이자 <뉴욕 타임스> 기고가인 저자 앤 헬렌 피터슨은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기 전에 우리를 둘러싼 불안의 이력부터 명확하게 살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좋은 대학만 가면 성공할 수 있어: 베이비붐 세대의 집중 양육
밀레니얼의 부모뻘인 ‘베이비붐 세대’를 가리켜 저자는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자기가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는 세대”라고 표현한다. 70~80년대에 취업의 문턱에 서 있던 그들은, 때마침 찾아온 경제적 부흥의 혜택을 누리며 ‘아메리칸드림’의 꽃을 피웠다. 그들은 호황의 혜택을 개인의 자수성가로 받아들이며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키워나갔다. 또한 그들은 큰 실수 하나를 저질렀는데, 바로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당신들이 보호받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밀레니얼의 출생부터 지금까지 부모, 선생, 교수, 직장 선배이자 상사였다고 책은 설명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엘리트 중산층’ 지위를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설정한 뒤, 밀레니얼들에게 이 계급에 진입하기 위해, 이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이 계급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쳤다. 저자는 비뚤어진 집중 양육을 통해 자란 밀레니얼이 배운 건 단 하나였다고 말한다.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좋은 일자리를 얻어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어: 과업의 트레드밀
입시 전쟁에서 살아남은 밀레니얼은 엘리트 대학이 선사할 밝은 미래를 고대했지만, 사회에 진출하자마자 마주한 사상 최고의 실업률과 최악의 취업난은 그들을 제2의 전쟁으로 밀어 넣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희망 고문을 당한 밀레니얼은 대학 학위가 좋은 일자리와 중산층 지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들은 일에 대한 열정을 팔아 값싼 연봉의 일자리를 필사적으로 쟁취해야 했다. 번듯한 회사에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하며 고용 안정성과 충분한 연봉을 획득하기란, 밀레니얼에게는 지나친 허상이었다. 《요즘 애들》은 이 환멸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며 밀레니얼의 누명을 시원하게 벗겨준다. “부머들은 우리에게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고 약속한 것을, 우리가 직접 우리 손으로 얻기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어렵사리 들어간 일터가 얼마나 시궁창이었는지는, 책 곳곳을 가득 채운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구글 시트에 일분일초 자신이 수행한 작업 내용을 적어야 했던 사브리나는 인터뷰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근무 중엔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화장실’이라고 적어야 할까요? 그래서 저는 데이터를 어지럽히지 않고 질책을 피하려 화장실에서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5장과 6장에는 옆자리 직원부터 CCTV, 이메일 계정과 업무용 메신저까지, 일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밀레니얼의 모습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손목 밴드의 신호로 배달할 물건의 위치를 보고받는 아마존 직원, “정말 앱을 끄겠습니까? 당신 지역의 수요가 대단히 높습니다!” 같은 알림을 받는 우버 택시 기사까지. 밀레니얼 노동자는 고용 불안정과 불합리한 근무 조건을 수용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다. 바로 모든 피로와 불안의 원인을 ‘나’로 규정짓는 것이다.
일을 포기하지 않고도 멋진 삶을 살 수 있어: 워라밸 강박과 육아 번아웃
시간이 없어서, 역량이 부족해서, 환경이 여의치 않아서… 그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보다 더 답 없는 ‘노오오오력의 늪’에 빠진 채, 일하지 않는 시간마저도 탈탈 털어 역량 계발과 자기계발에 온 힘을 쏟는다. 그렇다면 쉬는 시간은? 7장에서는 이를 자연스레 채가는 범인으로 SNS를 지목한다. SNS는 선택적 노출과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통해 자극 중독으로 우리를 이끌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과 삶이 균형 있게 공존해야 한다는 보여주기식 ‘워라밸 강박으로 인해, 밀레니얼은 번아웃을 상쇄할 순간마저 빼앗긴다.
특히 SNS에 능통한 밀레니얼 워킹 맘에게 #육아 해시태그는 끝없는 비교 기준이 된다. 아이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기성세대의 양육 방식을 떠올리게 하고, 가부장적 사회는 남편의 가사를 여전히 ‘분담’ 아닌 ‘도움’으로 서술한다. 9장은 원치 않는 경력 단절, ‘올바른 육아’에 대한 강박, 불합리한 가사노동 분배 등이 한데 뒤얽혀, 현대 육아가 워킹 맘의 번아웃에 불을 지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힘을 합하면 이 불합리에 저항할 수 있어: 자책의 종말, 연대의 시작
저자는 솔직하게 고백한다. ‘밀레니얼 번아웃’을 고발하는 자기 자신조차도 번아웃을 극복하지 못했으며, 성인기의 지표로 꼽히는 것들을 최대한 미뤄왔다고. 하지만 마찬가지였을 독자에게 반문한다. 이것이 내가 원해서 피하고 미뤄왔던 일인가? 도망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 아닌가? 이토록 가여운 밀레니얼에게 사회는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다. 영양소가 가득한 식단, 자기돌봄 가이드, 비대면 홈트, 불렛저널을 쥐여주며 모든 것을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철면피한 격려를 건넨다.
번아웃을 만든 조건 중에 밀레니얼이 자초한 것은 없었다. 그들은 크게 성공하기 어려운 시기에 성공을 기대받으며 태어났다. 불평등한 경제시스템을 인지하기보다 가난이 주는 공포부터 배웠다. 불안정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 채 온몸으로 그 불안을 떠안으며 성장했다. 덕분에 밀레니얼은 사회로부터 얻은 것도, 그동안 쌓아온 것도 없다. 따라서 잃을 게 없으니 더더욱 뻔뻔스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 삶을 갈아 넣지 않아도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며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고. 이렇게 말할 힘조차도 없다고 느끼는가? 억울의 에너지를 모아 단 한 페이지라도 펼쳐보길 바란다. 잿더미처럼 쌓인 당신의 울분에, 《요즘 애들》이 연대의 불을 지펴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