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어스 드림 -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
“위험에 있을 때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
그때 새로운 문이 열립니다”
2020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팬데믹은 전 세계를 혼란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로 인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적 갈등 속에 많은 사람들이 삶의 희망을 잃어버렸다. 이른바 세계의 지도자를 자임하던 미국과 유럽의 정치가들도, 세계 경제를 좌우하던 기업가들도, 세계의 석학들마저도 코로나 사태 앞에서는 모두 방향을 잃은 채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혼돈에 휩싸여 있다. 인류는 이제 위기가 닥치기 전의 정치·경제 시스템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왔던 사회적 가치들이 송두리째 무너진 지금, 우리는 어떤 가치와 시대의식으로 미래를 다시 준비해야 할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우리 사회 주변부에서 외면받고 힘겨워하는 이들을 향한 시선을 거두어서는 안 되며, 그 안에 담긴 진실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듯이, 세상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세상의 주변부로 가야 하며, 그곳에서 새로운 미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박해받고 있는 로힝야족과 위구르족을 비롯해 레스보스 섬 난민촌과 아르헨티나 빈민촌 등, 세계 곳곳의 이민자 수용시설과 난민촌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 대해 언급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우리 주위에는 무관심이라는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 그들도 미래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행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촉구하는 운동과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내놓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우리가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볼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는 다른 어떤 것보다 뿌리부터 시작되는 변화, 사람들의 구체적인 요구로 시작되는 변화,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근간에 둔 변화와 같은 근원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우리 모두를 하나로 이어주는 끈, 즉 사랑과 공통된 소속감으로 지어진 방주에 도달할 수 있다면, 이 시대는 새로운 노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팬데믹이 드러낸 우리의 민낯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
코로나19는 우리 안의 나약한 모습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지구의 모습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류가 자연을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을 파멸로 몰아가는 자학을 막으려면 생태적 회심(ecological conversion)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통합 생태론(integral ecology)’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우리가 자연을 돌보는 수준을 뛰어넘어 자애로운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서로 돌봐야 한다는 생태론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의 위기는 이제 통합을 시도할 시간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으며, 우리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세워야 할 미래는 통합 생태론, 즉 생태적 위기만 아니라 문화와 윤리의 타락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생태론으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정말로 우리는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단하고 우리가 어떻게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하나의 백성이라는 것을 깨닫고 일체감과 존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위기의 순간에 더욱 생생하게 드러나는 무관심과 이기주의, 편안히 현실에 안주하는 문화는 바로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상실했다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이번의 팬데믹은 지금까지 우리를 지배하던 시장의 힘만으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목표를 성취할 수 없다는 사실과, 누구도 혼자서는 구원받지 못한다는 연대의 필요성을 다시 떠올려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대성이란 우리가 상호의존이란 끈으로 묶여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자는 부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식탁에서 빵부스러기를 나누는 것, 다시 말해 일시적인 박애 사업이나 재정적 지원이 아니라, 식탁에 모두가 앉을 공간을 만드는 것이며, 이와 같은 든든한 연대성을 기초로 할 때 우리는 다르지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우리를 지탱해오던 기술관료적 경영주의나 포퓰리즘으로는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국민에 뿌리를 두고, 국민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조직에 열린 마음을 갖는 정치만이 우리 미래를 바꿔갈 수 있다고 말한다. 국민에게 교육과 의료만이 아니라 3L, 즉 토지(land)와 주택(lodging)과 일자리(labor)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소명의식으로 불타는 정치인들, 국민이 스스로 조직화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땅과 주택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출 때, 우리는 세상과 건전한 관계를 되찾고 타인을 섬김으로써 성장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도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핵심 목표로 삼을 때, 만인의 존엄이 우리 행동을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멈춤의 순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
위기의 기본 법칙이 있다면, 누구에게도 위기의 전후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와 같은 위기 앞에 놓여 있다. 누구도 숨을 수 없고, 과거의 방식과 역할로 되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은 곧 멈춤의 시간이며, 변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멈춤’의 시간을 가져다주었고,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해주었다. 함께 모여 조직을 결성하고, 진정으로 인간적인 제안을 생각해낼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되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변화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할 때, 뜻밖의 가능성이 우리에게 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가능성을 ‘범람’이라 말한다. 그 새로운 가능성들이 우리 생각의 둑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겸손히 하느님 앞에 내려놓고 도움을 간구할 때 범람이 일어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위기 앞에서 새로운 용기와 연민을 보여준 이들,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 이웃의 고통을 씻어주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사람들을 보며 우리 사이에 자비의 물결이 넘쳐흐르는 ‘범람’의 순간을 보았다고 말한다. 또한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가 이번 위기를 겪고 나면 더 선해질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고 말하며, 이 책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서 하느님이 이사야 선지자에게 했던 “오너라, 이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대담하게 꿈을 꾸어보자!”라는 말씀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