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 5년 만의 신작
함께하는 시간은 행복하고 혼자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자유롭다!
1년에 3:3:6타임,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자신들만의 인생 공식을 만들어가는
자발적 장거리 부부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도전과 활력의 아이콘, 그간 여행기, 긴급구호 현장보고서, 유학기 등 아홉 권의 책을 통해 생생한 삶의 현장과 진솔한 내면의 이야기를 전해온 한비야 작가가 5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는 한비야와 남편 안톤이 함께 쓴 책으로, 결혼 3년 차를 맞이한 부부의 실험적 생활 이야기다. 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최적화된 생활 방식을 찾아가며 만든 기준과 얻은 값진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눈다.
한비야와 안톤은 2002년 아프가니스탄 북부 헤라트의 한 긴급구호 현장에서 동료로 만나 멘토, 친구, 연인 관계를 거쳐 만난 지 15년 만인 2017년에 결혼했다. 두 사람은 ‘336타임’이란 기준을 세우고 1년에 3개월은 한국,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함께 지낸다. 그리고 나머지 6개월은 각자 따로 지내는 ‘자발적 장거리 부부’다. 한 사람은 은퇴 후 네덜란드에 정착했고,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한국에서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LAT족(Living Apart Together,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생활하다가 일정 기간만 한집에서 함께 사는 커플) 등 독립과 자유의 가치를 중심에 둔 새로운 가족 형태가 나타나고 가족을 이루며 사는 방식 또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 이때 자기 분야에서 연륜을 쌓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할 때 만나 신혼생활을 즐기는 두 사람은 ‘따로 또 같이’의 생활 방식을 실험하고 실현하면서 부부간의 원칙을 세우고, 혼자 있는 힘을 키우는 동시에 함께하는 기쁨을 발견한다.
혼자로도 충분히, 함께라면 행복하게
그 어느 때보다도 나답게 살고 싶은 모든 사람을 위한 변주곡
두 사람은 긴급구호 요원답게 결혼 전부터 ‘우선순위’와 ‘최소 기준’을 정해 어떻게든 이 기준에 맞춰 1년에 한두 번씩은 만났고, 결혼 후에는 이른바 ‘336타임’을 지키며 살고 있다. 또한 비용도, 계획도, 집안일도 깔끔하게 모두 ‘반반씩’ 원칙을 지금까지 충실히 지키고 있다.
그 밖에도 한 공간에서 혼자 있는 시간 확보하기, 잔소리 방지법, 차이 나는 살림법과 시간 관리법, 오전 10시 전 부정적 대화 금지, 단계별 잔소리 방지법, 민망하지 않게 실수를 짚어주는 기술 등 서로의 시간과 공간을 지켜주기 위한 원칙, 싸우지 않기 위해 고안한 슬기로운 대처법도 매우 유용하다. 또한 커플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사소한 의견 충돌, 동료에서 부부가 되기까지 관계의 역사 등 한국, 네덜란드, 쿠바를 무대로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특히 ‘자가발전기를 부착한 에너자이저’ 한비야가 이끌어가는 빠른 템포의 글과 ‘무엇이든 미리 준비하는 원칙주의자’ 안톤이 이끌어가는 느긋한 템포의 글이 서로 교차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이 책은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하든 ‘혼자 있는 힘이 있어야 나답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혼자로도 충분하다는 자각, 혼자 서겠다는 각오, 혼자 버티고 견뎌내면서 마침내 혼자 해내는 힘이 있어야만 둘이 같이 있어도 좋은, 결혼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혼 상태든 결혼 상태든 자신만의 인생 공식을 가지면 대단하진 않아도 재미있게 살 수 있다고, 60대 신혼부부는 따뜻한 용기를 건넨다.
안톤과 나는 이 책을 가까운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먹으면서 해주는 얘기처럼 따뜻하고 솔직하게 쓰기로 했다. 우리가 어떻게 동료에서 친구, 연인을 거쳐 부부가 되었는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어떤 원칙들을 세웠는지, 상대방의 나라에서 ‘안 서방’과 ‘서울댁’으로 어떻게 사는지, 각자의 고유한 맛과 색깔은 어떻게 지키는지…….
-서문 중에서
“Shall we go Dutch?”
“오케이, 그럼 더치페이해요. 내가 바로 네덜란드 사람이잖아요”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우리의 ‘따로 또 같이’ 결혼생활〉은 두 사람의 결혼생활 방식과 커플로서 같이 살아가며 발견한 같은 점과 다른 점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핵심은 ‘같이 있는 시간과 혼자 있는 시간을 균형 있게 지키는 것’이다.
한편 ‘인생의 목표나 가치관이 비슷한 것과 조화롭고 원만한 일상생활을 꾸려가는 건 별개’인 법.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일상의 투닥임도 끊임없다. 식사습관, 수건 관리법, 장 보는 원칙, 청결의 기준도 다르다. 먹는 습관과 자는 습관, 그리고 시간 관리법은 극과 극이다. 이렇게 서로 기준이 다르다 보니 사소하게 다툼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두 사람은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같이 있을 때의 원칙을 정했다. ‘한국에서는 비야식, 네덜란드에서는 안톤식’으로 하기.
물론, 이 책의 두 저자가 합의하고 지켜온 생활 방식은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결혼생활 대원칙 중 하나인 ‘모든지 반반씩’이 잘 지켜지는 이유도 ‘내가 벌어 내가 쓴다’는 생활경제 원칙,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두 사람의 소비 성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모델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한 사례가 되길 바란다. 어떤 삶의 방식이든 정답은 없으며, 함께 합의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도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단 점을 말한다.
한마디로 내가 네덜란드에 가면 안톤식을, 안톤이 한국에 오면 내 식을 따르는 거다. 좋든 싫든,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못마땅한 내색 없이, 눈에 거슬리거나 불편해도 심지어 말이 안 돼도 무조건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렇게 안 하면? 허구한 날 다투게 될 거다. 다툼은 거창하고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 맞닥뜨리는 자잘하고 사소한 일에서 일어난다니 말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싸우기 싫다. 60세 넘어 만났으니 앞으로 같이 사는 동안 재밌고 사이좋게만 살아도 모자라는 시간 아닌가. -44쪽
우리가 이렇게 ‘반반 내기’를 지키며 살 수 있는 건 둘의 수입과 자산이 엇비슷하고, 공동 비용과 개인 비용을 투명하게 나누는 훈련이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원칙이 우리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시켜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돈을 대하는 태도가 비슷해서가 아닐까 한다. -55쪽
2장 〈오늘도 계획 중〉은 서로를 ‘플래닝닷컴 코리아’, ‘플래닝닷컴 네덜란드’라고 부르는 두 사람이 여러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더욱 돈독해지는 과정, 그리고 동료로서 서로 존경해온 두 사람이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기까지의 사랑의 역사를 담았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야심차게 떠난 신혼여행은 ‘스페인어 배우기 프로젝트’ 덕분에 신혼어학연수여행이 되었고, ‘살사 배우기 프로젝트’가 더해져 신혼어학연수·살사 여행이 되었다. 비록 살사 배우기 프로젝트 같이 실패할 때도 있지만, ‘절반의 실패든 완전한 실패든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며 성공하든 실패하든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면 완전히 손해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늘 계획이 있고, 오늘도 계획을 세우며 산다.
또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한 한비야의 고군분투기, 논문 집필에 필요한 현장 조사와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조력하며 ‘응원단장’ 역할을 톡톡히 해낸 안톤의 에피소드를 통해 부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그후에도 우리는 2003년 이란, 2004년 이라크, 2005년 인도양 쓰나미 현장에서 안톤은 총책임자로 나는 파견 근무 요원으로 함께 일하면서 ‘전우애’를 다졌다. 그는 어떤 현장에서든 놀라운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어려운 상황을 정면돌파했다. 이 때문에 본부와 충돌도 잦았고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현장에 있던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려는 그가 존경스럽고 멋있었다. -138~139쪽
놀랍게도 이런 과정이 아니었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많은 것을 깨달았다. 동병상련이라고, 무엇보다 수많은 수험생, 재수생,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하루도 마음 편한 날 없이 조여드는 시험 압박감. 묵묵히 뒷바라지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죄송함. 하루라도 늦잠 자거나 슬렁슬렁 공부한 날에 몰려드는 자책감. 이렇게 한다고 되기는 할까 싶어서 생기는 자괴감……. 아, 이제는 특강을 들으러 온 친구들에게 무조건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지 않을 거다. 그렇게 말하는 건 폭력이다. 이들은 이런 엄청난 부담을 안고서 이미 죽을 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 거니까. - 179~180쪽
남 눈치가 아닌 내 눈치를 보며, 내 장단에 맞춰 춤추기
대단하진 않아도 즐거운 삶을 위해
3장 〈네덜란드 서울댁, 한국 안 서방〉은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알게 된 더 넓은 세계를 다룬다. 안톤이 은퇴 후 정착한 에인트호번 근처의 작은 마을 레인더는 마을자치와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물과 어떻게 사투를 벌여왔는지, 네덜란드 헌법은 우리나라 헌법과 어떻게 다른지, 마을 공동체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 우리가 잘 몰랐던 네덜란드 역사와 문화, 사람들 이야기 등 레인더의 ‘서울댁’ 한비야가 들려주는 네덜란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또한 안톤이 66세에 자발적으로 은퇴하고 네덜란드에 정착해 마을 공동체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네덜란드 노인 복지, 연금제도 등 네덜란드의 시스템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안톤이 늘 스스로에게 묻는 말이다.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은 여전히 헷갈리고, 한국어는 세계 어느 언어보다도 어렵다는 그가 한국을 보다 정확히,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 또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곳 사람들은 마을의 옛날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려고 애쓴다. 일단 우리 마을에서는 마음대로 집을 고칠 수 없다. 특히 거리에서 보이는 집 앞면을 고치려면 창문 하나라도 반드시 마을 미관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233~234쪽
네덜란드에서는 은퇴한 사람을 한물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은퇴자들은 각종 연금과 그동안 모아둔 자산을 아낌없이 쓰면서 지역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돈 쓰는 어르신이다. 그들은 대부분 자녀 및 가족에게 재산을 남겨주기보다 사는 동안 잘 쓰고 가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225쪽
4장 〈혼자 있는 힘, 함께하는 힘〉은 이 책의 ‘뿌리’에 해당한다. 혼자 있는 힘을 기르는 법, 60대인 두 사람이 두 손을 잡고 함께 한 발짝씩 내딛는 이야기들로 꾸몄다. 우리는 누구나 나답게 살고 싶어한다. 이 책은 ‘세상에서 믿을 건 스스로 서 있게 하는 자기 뿌리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기질과 천성을 가졌는지,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지’ 등을 끊임없이 물어야만 비로소 나답게 살 용기도 생겨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답게 살 용기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것은 바로 ‘혼자 있는 힘’이다.
결혼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뿌리 또한 바로 이 혼자 있는 힘이다. 두 사람이 각자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결혼생활, 함께할 때 오히려 각자의 고유함과 존재감이 빛나는 생활방식을 찾고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각자가 ‘혼자 있는 힘’을 오랫동안 쌓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책에서 처음 공개한 한비야의 유언장, 품위 있게 나이 들기 위한 두 사람의 행동 강령,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으로 내려올 수 있는 용기 등은 늙음과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좋은 참고가 된다.
혼자로도 충분하다는 자각, 혼자 서겠다는 각오, 혼자 버티고 견뎌내면서 마침내 혼자 해내는 힘이 있어야만 둘이 같이 있어도 좋은, 과일 칵테일식 결혼이 가능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니 비혼 상태든 결혼 상태든 관건은 ‘혼자 있는 힘’이고 그 힘을 길러야 한다. -269쪽
단단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나답게 살 용기가 있어야 한다. 도대체 나답게 산다는 건 뭘까? 나에겐 자기 장단에 맞게 춤추는 것이다. 남의 장단이 아무리 멋져 보여도 자기와 흥과 호흡이 맞지 않으면 춤추기가 힘들기만 하다. -275쪽
대신 우리 계획은 조금만 집중하고 서로 응원하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일들로 가득하다. 힘들지만 재미있는 일, 어렵지만 같이 하면 쉬워지는 일, 소소하지만 만족스러운 일,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그 자체가 즐거운 일들……. -3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