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간 스파이
“대한민국에서 선생 노릇은 비밀 특수 훈련보다 힘들구나.”
감정 억제 훈련으로 단련된 북한 최정예 간첩,
‘인민군의 최대 강적’ 중학교 2학년의 선생이 되다!
어릴 때부터 전투 공작원으로 선발, 특수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 남파 공작원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바로 대한민국 서울의 중학교 교사로 잠입하는 것. 감정 억제 훈련을 받은 그에게는 감정이 없다. 사랑도, 그리움도, 애틋함도, 정도 모른다. 훈련도 임무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인민군도 이들이 무서워서 못 쳐들어온다는 중2를 상대하는 건 만만치 않다. 이상한 나라, 이상한 학교, 이상한 아새끼들이다. 시(詩)와 아이들과 한 사람을 만나면서 거세했던 감성과 감정이 깨어나고, 평생을 지배했던 사상과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는 임무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학교로 간 스파이』는 눈 밝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던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의 작가 이은소의 신작 소설이다. 전작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매년 1천여 편이 응모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수상작. “휴머니즘이면 휴머니즘, 로맨스면 로맨스, 유머면 유머 그 어느 하나 과함도 부족함도 없는 멋진 책.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란 ‘나만의 올해의 책’!” 같은 진심 어린 독자평을 많이 받았던 이 작품은 현재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와 맛깔스러운 대사, 구체적인 현실 묘사가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주어, 영상화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남한에서는 욕심 없는 사람이 가장 자유롭다.”
북한 간첩의 시선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을
유쾌하면서도 깊이 있게 담아낸 소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이기적 개인주의자들의 민주적 선생”이 된 간첩의 시선은 우리에게 한국 사회와 교육 현장의 실체를 제대로 보게 만든다. 그의 눈에 “남한의 얼굴”은 “스물네 시간 꺼지지 않는 불빛, 돈밖에 모르는 자본주의자, 도덕 없는 이기적 개인주의자”이다. 제멋대로인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질서도 규칙도 예의도 본분도 협동도 모르는 아새끼들”이고. 고향 북한의 까만 밤과 달리 불빛이 꺼지지 않는 남한의 환한 밤. 옥수수시래기죽과 염장무에도 감사해하는 북한 아이들과 달리 급식을 버리는 남한의 아이들. 그는 “남한의 민주주의도, 자본주의도, 자본주의에 정신이 병든 사람도 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감정 무적 요원’이었던 그는 철벽같은 자신에게 자꾸 다정하게 다가오는 ‘얼뜨기’ 선생 앞에서, 자신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 앞에서, 제멋대로 엉망진창이지만 자신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 아이들 앞에서 점점 흔들린다. “남한의 민주주의는 착하지만 약하지도 하찮지도 않았다.” 생각하게 되고, “무질서하고 시끄럽다. 야단법석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예쁘다.” 되뇌게 된다.
북한과 남한을 균형감 있게 다루면서, 인물을 생생하게 만들고 장소를 현장감 있게 그려낸 것은 작가의 깊은 취재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독자는 북한 간첩의 슬기로운 학교생활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나갈 테지만, 그 이야기의 끝에선 남과 북이라는 분단 상황에 대해, 진짜 교사와 진짜 어른에 대해, 인간다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