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딩크 여성 18명의 고민과 관계, 그리고 행복
나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면
엄마가 되지 않고도
‘무엇’이 되고 싶다
배우자와 어떻게 합의하느냐부터
시부모의 압력과 내 부모의 기대에 대응하기,
무례한 오지랖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까지
혼자만의 고민에서 시작된
‘딩크 여성 찾기 프로젝트’,
글쓴이와 17명의 무자녀 여성들이 들려주는
가족, 친구, 일, 사회에 관한 리얼 토크
“다른 딩크 부부들은 100% 확신해서 결정했을까?” “낳을지 말지 고민한다는 건 결국 낳고 싶다는 건가?” “남편과 어떻게 합의했을까?” “지금 생활에 만족하지만...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
결혼과 출산이 동의어로 여겨지는 때는 지났다고 하지만, 결혼한 자녀를 둔 부모와 주변인들은 출산을 약속된 일처럼 기대하고, 결혼한 당사자까지도 마음에 얼룩처럼 달라붙은 ‘아이’라는 단어를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배우자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건 아닐까 내심 불안하고, 결혼은 사방의 공격이라더니, 시부모의 압력과 내 부모의 기대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이런 혼자만의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같은 무자녀 여성들 17명을 만나 (무자녀 여성들에게 가장 쟁점적이고 중요한) 32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책이다. 여성으로서 대중문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해주고, 여성의 다양한 이야기를 써온 최지은 작가는 무자녀 기혼자이다. 앞으로도 아이가 없을 예정이지만, ‘앞으로도’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할 때는 늘 조금 망설이게 된다. 작가는 “100%의 확신보다 흔들림에 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를 포함해 각기 다른 상황과 이유로 딩크를 택한 18명의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은, 딩크 여성 개인의 에세이에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상황, 고민, 행복 들을 담고 있다. 1부는 흔들리는 내 마음과 모성 서사에 관한 이야기다. 딩크를 결심하게 된 계기, 결심했지만 여전히 고민되는 지점들은 무엇인지, ‘부모가 돼봐야 어른이 된다’는 말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아이에게 들이지 않는 시간과 돈을 저마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2부는 배우자와 부모, 친구들과의 관계와 ‘엄마 됨’에 대한 이야기다. 딩크 부부에게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바로 이 ‘관계’와 얽힌 문제다. ‘아이가 없으면 빨리 헤어진다’는 (저주 어린) 말부터 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어떻게 쳐내야 하는지, 시부모의 압력과 내 부모의 기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피임과 조카, 반려동물의 이야기까지 나눈다. 3부는 개인, 가족을 넘어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에서 딩크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지 커리어와 구직 측면에서 살펴보고, 반대로 한국에서 엄마로 사는 삶이란 어떤지도 이야기한다. 아이 없는 부부의 집안일 나누기부터 지방에서 무자녀로 살 땐 어떤 걸 ‘감수’해야 하는지, 무자녀 부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한지까지 이야기한다.
딱히 진지하게 들으려 하지 않아서, 또는 이해해줄 사람을 만나지 못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속 이야기들이 매우 사적인 영역과 맞닿은 질문과 대답으로 이어진다. 그 내밀한 대화를 듣다 보면 마치 조용한 참여자가 되어 인터뷰에 함께하는 느낌마저 든다. 같은 고민을 했던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며 문제의 답을 찾고, 나를 불안하게 하는 원인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이 책의 세부 구성
1부 아이 없이 살기, 모두 100% 확신해서 결정했을까?
: 내 마음과 모성 서사에 관한 토크
“차라리 병원에서 저더러 임신을 못 한다고 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엄마가 되지 않는 삶은 끝없는 노력의 연속이죠”
“내가 아이라는 거대한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가 없으니 더 의미 있게, 즐겁게 보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저만 느낄까요?”
저자를 포함해 18명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았다. “내 삶을 흔들어놓을 타인”을 받아들일 엄두가 나지 않아서,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부부만 있는 삶이 좋아서, 아이에게 투자하기보다 세상에 다른 방식으로 투자하고 싶어서 무자녀를 택했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무심한 듯 솔직한 저자의 질문 속에서 인터뷰 참여자들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본다.
아이 없는 삶을 살기로 선택했지만 여전히 불안하게 하는 세상의 말과 요소는 넘친다. 모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내가 경험 못 할 세계’라는 묘한 아쉬움과 부담을 갖게 하고, ‘아이라는 연결고리가 없으면 부부가 오래 못 간다’, ‘나중에 애가 없으면 외로워’ 등의 예언(?)은 언어적 폭력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이런 불안과 질문들을 마주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의 많은 사람이 내가 모르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걸 느낄 때 왠지 조급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한다. 어차피 누구도 모든 이야기에 속할 수는 없듯,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겠다는 것 또한 내 치기 어린 바람이 아니었을까 하고. 나는 이 세계의 자유를 선택하면서 저 세계로 향하는 문을 닫았다. 내가 속한 이야기가 너무 적어 쓸쓸하다면, 내 자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수밖에.”
2부 출산은 내가 하는데, 왜 비출산은 모두와 합의해야 할까?
: 배우자, 부모, 친구들과의 관계와 ‘엄마 됨’에 대한 토크
“결혼 전부터 배우자와 합의했냐고요? 그보단 우리가 원하는 삶이 뭔지 충분히 대화했어요”
“결혼은 강화도 조약이에요. 사방에서 다 쳐들어와요~”
“제가 강아지 사진을 엄마한테 보내면, ‘네 애는 더 귀엽지~’ 그러세요. 그래서 이젠 전략을 바꿔서 ‘여기 엄마 손주 사진!’ 하고 보내요”
아이 없는 이들은 여러 편견에 맞서 분투하는데, 그중 가장 직접적인 곤란함은 가까운 사람에게서 온다. 아이가 있는 친구들과 관계가 묘하게 달라진다거나 배우자와 합의했어도 시부모의 기대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것, 형제자매가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나라도...?’라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마음이 무거운 것 등. 게다가 무자녀 부부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할 때는 ‘아이고, 차라리 애를 낳지 동물한테 정을 쏟네’ 하는 오지랖까지 더해진다. 2부에서는 무자녀 여성을 괴롭게 하는 이 같은 간섭과 관계뿐 아니라 여기서 비롯한 긴장과 복잡한 감정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자녀에 대한 결정은, 누군가와의 타협이나 합의가 아니라, 부부 둘이 어떤 삶을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지에 달려 있음을 말한다.
3부 한국에서 엄마가 되어도 괜찮을까?
: 무자녀 여성의 커리어, 구직, 사회 구조에 대한 토크
“경제적으로도, 일의 성취라는 측면에서도 둘이 충분히 잘 사는 상태가 예상돼야 낳을 수 있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를 돌려봤더니, 3억원이 훌쩍 넘게 나오더라고요. 근데 진짜 무서운 건 다음 문장이었어요. ‘물론, 이 명세표에는 집값이 제외됐습니다.”
“지방에선 아이 얘기가 일종의 통성명이에요. ‘결혼은 했고?’ ‘아이는 있고?’ 영고(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통)예요”
“면접 때 일어나는 일은 보통 두 가지예요. 출산 계획을 묻거나, 비출산이라고 하면 훈계하거나”
3부에선 여전히 많은 조사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 1위로 꼽히는 경제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주요하게는 딩크 부부의 가사 노동, 딩크 여성의 구직이 힘든 이유, 지방에서 무자녀로 산다는 것, 육아예능에 담긴 대한민국 사회의 정서 등을 다룬다. 무자녀 여성이든 유자녀 여성이든 어느 쪽도 삶이 쉽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사는 삶이 계속 취약하고, 돌봄 노동을 당연하게 요구받는 한 “어딘가에서 엄마가 될지 모르는 사람들도 한국에서는 출산과 멀어”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거나 확신이 서지 않아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이 책의 인터뷰 참여자들을 대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에는 이런 삶도 있고 우리는 이 삶이 마음에 든다”는 것을,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될까’ 하는 흔들림과, ‘아이를 키우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봐야 할까?’ 하는 소외에 대한 불안감이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이 책을 읽은 여성들은 삶에 훨씬 많은 선택이 있음에 충분한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안 낳고와 관계없이 나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는 삶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삶임을 깨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