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일 -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독자이자 작가인 우리들의 문장을 위하여
우리는 매일 문장을 읽고 쓴다. 보고서, 기획안, 소설, 기사부터 SNS 게시물, 메일, 개인 톡까지. 어떻게 하면 한 문장이라도 나답게 잘 쓸 수 있을까?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 비평가이자 법대 교수 스탠리 피시는 ‘문장은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문장은 생각을 담은 최소 단위이며 가장 핵심 단위이므로, ‘문장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암담하다.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에 충격을 받은 그는 ‘문장 읽는 법’부터 ‘문장 쓰는 법’까지 문장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 책이 그 땀의 결과물이다.
책은 2011년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현재까지도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널리 읽히고 있다. 스탠리 피시의 방법론은 간단명료하다. 뛰어난 문장을 많이 읽고, 왜 뛰어난지 알아내고, 그런 문장을 쓰기 위한 모방 훈련을 지속하라는 것.
밝은 눈을 지닌 문장 관찰자이자 문장 감식가인 그는 제인 오스틴, 피츠제럴드, 존 업다이크, 허먼 멜빌, J.D. 샐린저, 버지니아 울프, 헤밍웨이 등 형식미를 갖춘 거장들의 문장을 분석하고, 첫 문장, 마지막 문장, 종속과 병렬 문장, 풍자 문장을 쓰는 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실용적인 글쓰기 지침서이자 아름다운 문장들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서이며 ‘텍스트 생산자’로서 독자를 위한 독서법 책이다.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고 싶은가? 자기만의 문장을 쓰고 싶은가? 스탠리 피시의 문장 수업에 그 답이 있다.
모든 것은 문장에 달려 있다
글이 넘쳐나는 시대다. 문장 또한 세상을 떠다닌다. 문장이 문장을 공격하고, 예기치 못한 문장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생각을 한 편의 글로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미덕을 실천하는 일이 되었다. 페이크나 가짜가 만연한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팩트’를 넘어 ‘진실’을 담은 글을 쓰는 일은 모두의 욕망이기도 하다. 읽는 일도 마찬가지다.
문학이론가이자 비평가이며 법률학자이기도 한 스탠리 피시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좋은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담론이건 담론이 표현하는 것은 전부 한 문장 안에 담겨 있다”고 한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문장이 ‘많은 일’을 해낸다. 문장에 애정이 없는 사람은 글쟁이가 될 수 없다. 그는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묻는다. “문장을 좋아하나요?”
책에는 문장의 개념부터 각종 문장 형식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쓰는 법까지, 글쓰기 방법이 단계별로 나와 있다. 다만, 스탠리 피시의 문장 강의는 그 효과가 확실한 요령이나 팁을 제시하는 가이드북이나 매뉴얼이 아니다. 위대한 작가들이 쓴 문장들을 실례로 들며 왜 그 문장이 인상적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문장을 읽는 안목’을 키워주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스타일로 문장 쓰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피시 교수에 따르면, 글을 잘 쓰려면 훌륭한 문장을 많이 읽어야 한다. 원론적으로 들리지만, 그게 시작이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생각하면 그 원론적 주장의 실천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선정적이고 말초적이며 담론 없이 그럴듯한 문장만 나열하는 글이 널렸으니까. 피시 교수가 엄선한 문장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글쓰기 공부’가 되는 이유다.
형식과 내용, 무엇이 우선인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는 “언어는 단순한 의미 전달 도구의 이상”이라고 말한다. 언어와 형식을 동시에 파괴하는 독특한 실험정신의 소유자인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 ‘글의 내용과 형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끄덕여지는 지점이 있다. 우리 삶이 논리나 상식, 이성이 통하지 않으니 그 삶을 담은 소설도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UC 버클리, 존스홉킨스, 컬럼비아, 듀크 등 유수의 대학교에서 문학과 비평론을 가르쳤으며 법률학자이기도 한 저자 또한 ‘형식 또한 내용의 일부’임을 강조한다. 수많은 글쓰기 지침서들이 내용의 중요성을 설파하다 보니 형식을 간과하지만, 형식미를 갖추려 노력할 때 오히려 좋은 글이 탄생한다는 것. 책에서는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넓은 범위의 3가지 기본 형식, 즉 종속과 병렬과 풍자 형식의 문장들을 예로 들며 그 문장들의 기법을 꼼꼼히 해설한 후 그 기법을 모방해보라고 제안한다. 종속, 병렬, 풍자는 문장을 쓸 때 좋은 글쓰기 형식 도구가 된다.
어린 시절부터 배관공인 아버지를 보고 자란 피시는 꽉 막힌 글을 보면 어떻게 시원하게 뚫을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왔다고 한다. 대학 입학생들의 글쓰기에 실질적인 안내서 역할을 하면서도 향후의 문학 공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쓴 그는 ‘형식이 내용에 우선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물론 책의 후반부로 가면 ‘결국은 내용’임을 시인하지만, 글쓰기를 배우려는 사람에게 무조건 내용만 강조하는 것은 가혹하지 않은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일정한 형식의 글’로 표현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정신은 더욱 단단해진다. 글쓰기에는 훈련이 필요하고 훈련의 시작은 ‘글의 형식’을 이해하는 것에 있다.
거장에게 배우는 매혹적인 문장 강의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문장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 선택하기는 쉽지만, 그 문장이 왜 좋은 문장인지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를 더 나은 독자이자 작가로 만들어주는 핵심이다. 과연 좋은 문장이란 무엇이고 왜 좋은 문장인가?
많은 교사와 글쓰기 지침서들은 예시보다는 규칙에 의존한 글쓰기를 강조한다. 하지만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읽어야 한다. 좋은 문장을 많이 읽고, 그 문장이 왜 좋은지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된 다음 꾸준히 써보며 실력을 쌓아나가야 한다.
『문장의 일』에서는 주요 형식의 문장, 첫 문장, 마지막 문장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작품들을 다룬다. 꾸준한 논리 훈련이 좋은 문장을 만들고 좋은 글을 낳는다는 신념으로, 제인 오스틴,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허먼 멜빌 등 형식미를 갖춘 거장들의 문장을 예로 들며 아름다운 문장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우리는 그저 문장을 뜯고 맛보고 즐겼을 뿐인데, 위대한 문학 작품을 읽었을 때의 황홀감을 느낄 수 있다.
건조하고 투명하여 ‘간단해’ 보이는 우화의 대가 헤밍웨이, 느슨하지만 세밀한 통제를 거친 문체의 대가 버지니아 울프, 첫 문장 하나로 전체를 끝장내버린 제인 오스틴, 끝까지 신비로운 인물 개츠비를 묘사한 피츠제럴드의 마지막 문장... 그들이 보여주는 문장은 그 자체로 훌륭한 글쓰기 가이드다.
독자이자 작가인 당신의 더 나은 문장을 위한, 완벽하게 황홀한 문장 강의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