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시의성이 있는 책, 오래 사랑받은 고전 작품을 선정하여 출간하는 ‘문예 에디터스 컬렉션’에서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새로운 표지와 함께 다시 출간했다. 문예출판사에서는 전 세계 현대인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소설들을 박혜미 작가의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선보이고 있으며, 《마음》은 그 마지막 책이다. 박혜미 작가의 일러스트와 함께 한 문예출판사의 나쓰메 소세키 선집 총 4권으로, 세부 도서명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그 후》, 《마음》과 같다.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 문학의 백미!
누구나 품고 있는, 인간의 마음속 고백을 들여다 보다
“자유, 독립, 그리고 나 자신으로 가득 찬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가 이 외로움을 맛봐야겠지.”
세계의 한 귀퉁이에서 살아가는 외로운 이들과
위태롭게 흔들리는 연약한 마음들
나쓰메 소세키 문학의 백미라 평가받는 《마음》은 1914년 4월부터 8월까지 도쿄와 오사카의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이후, 이와나미문고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 《마음》은 신문에 연재했던 〈선생님의 유서〉 부분만을 실었으나, 이후에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총 3부로 구성해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된 것이 우리가 현재 읽는 《마음》이다.
메이지유신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근대 문명의 발흥과 더불어 문명으로 야기된 거대한 재해를 경험하며 살아왔던 나쓰메 소세키는 《마음》에서도 문명에 대한 비판과 인간을 향한 신뢰를 주장한다. 특히 자신의 지난 과거를 생각하며 순수하고 젊은 ‘나’에게 어렵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선생님의 고백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감동과 깨달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하며
죽음을 향해 나아간 사람들
《마음》은 가마쿠라의 한 해변에서 주인공 ‘나’와 선생님이 만나며 시작된다. 혼잡했던 바닷가에서 유독 선생님에게 시선을 빼앗긴 나는, 며칠간의 일정 속에서 선생님과 친해져 도쿄로 돌아온 후에도 교류를 이어간다. 선생님을 동경하면서도 선생님에게서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낀 나는, 그와 가까워지려 노력하며 선생님의 사상을 알기 위해 과거를 말해달라고 요청한다. 적당한 시기에 과거를 말하겠다는 선생님은 주인공이 아버지의 병환으로 고향에 내려가 있는 동안, 돌연 ‘유서’로 보이는 장문의 편지를 보낸다. 편지를 읽은 나는 위독한 아버지를 뒤로 한 채 급히 도쿄로 돌아간다.
‘죽음’은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테마다. 주인공과 선생님이 처음 만난 곳은 결핵 환자 요양소가 있는 걸로 알려진 유이가하마 해변이고, 선생님과 재회한 곳은 선생님의 친구 K의 묘지였다.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선생님은 사모님과의 대화에서도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주인공의 아버지도 병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독자들은 소설 말미에서 결국 아버지와 선생님이 죽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때 주목할 것은 선생님과 아버지의 죽음이 메이지 천황의 붕어와 노기 대장의 순사(殉死)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들이 죽은 이유는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한 시대의 종말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나아갔고, 자신의 죽음을 순사로 받아들인다. 이들의 죽음과 메이지 시대의 종언 이후, 더 이상 순사는 가능하지 않으며 개인의 죽음도 더 이상 의미를 가지거나 명명화되지 않는다. 개인이 자신의 고독과 죽음을 온전히 감당해내야 하는 또 다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시대와 세대가 변해도
여전히 흔들리는 우리의 마음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지 않던 선생님은 자결을 결심하고 ‘나’에게 유서로 보이는 편지를 남긴다. 선생님은 왜 ‘나’에게 자신의 마음속 고백을 전하려 한 걸까.
유서에는 선생님의 젊은 날 이야기가 담겨 있다. 타인에게 배신당하고, 내면의 고독에 힘들어하던 선생님과 친구 K는 서로를 의지하는 친구가 된다. 그러나 이 둘은 하숙집 주인의 딸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고, 질투의 감정에 휩싸인 선생님은 K를 배신하고 딸과의 결혼을 결심한다. 이후 K는 자살하는데, 선생님은 그에 대한 죄의식으로 평생을 괴로워하며 살아간다. 순수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독한 ‘나’를 보며 지난날의 자신을 떠올린 선생님은 ‘나’에게 과거의 일을 털어놓기로 결심한다. 새로운 시대 앞에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고독한 젊은 세대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윤리를 잃지 않기를, 그들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선생님은 ‘나’에게 편지를 남긴다.
그리고 ‘나’는 선생님이 그러했듯 또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한다. 문명과 시대의 변화로 더 외로워졌을 어떤 마음들에게, 윤리와 신뢰를 저버리고 견딜 수 없는 삶을 살아내야 했던 선생님의 마음, 친구의 연약한 마음을 조용히 품은 채 눈 감았던 K의 마음, 위독한 아버지를 뒤로한 채 선생님을 향해갈 수밖에 없던 자신의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
시대가 변화하고 세대가 바뀌었지만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일렁인다. 도리어 더 위태롭거나 연약해졌다. 어쩌면 나쓰메 소세키는 더욱 고독해질 현대인의 내면을 미리 꿰뚫어보고, 시대가 지나도 여전히 유효할 메시지를 남긴 것 아닐까.
“자유, 독립, 그리고 나 자신으로 가득 찬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가 이 외로움을 맛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