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인분의 삶 - 내 몫 하나를 찾아가는 사람을 위한 정량 에세이
“저 오늘부터 혼자 삽니다.”
이게 바로 독립의 맛, 아.시.겠.어.요?
1인 가구, 1인 가전, 혼밥, 혼술, 원룸 인테리어. 최근 트렌드는 혼자 사는 개인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 아웃사이더라고 불리며 무시되던 사람들이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이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취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궁상맞은 1인의 삶이 아닌, 자신에게 중심을 두고 개인의 취향, 기호에 맞는 것들로 범벅된 삶을 산다. 《일 인분의 삶》의 저자도 독립을 선언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다. 월세를 내고 공과금을 내기에도 빠듯하지만, 굶어 죽지만 않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산다. 마음은 안정적인 회사를 다녔던 때보다, 생활에 찌들어도 바깥세상을 뛰어다니는 지금이 좋다. ‘혼자’가 주는 멋이 있다. 누군가는 비웃을지 모르지만 방에 난 창에 기대어 불이 하나둘 켜지는 동네를 보는 것도, 집밥 해 먹는 솜씨가 조금씩 느는 것도 혼삶의 매력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도 즐겁지만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 또한 색다른 즐거움이다. 누군가의 방해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방바닥에 물을 뚝뚝 흘리며 젖은 머리로 돌아다녀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내 취향에 맞춰 방을 꾸미고 좋아하는 음악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틀어놓으면 부러울 사람 없는 독립의 정점이다.
처음 겨울을 나고 몇 번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적당히 평범하게, 그럭저럭 살 만한 하루들을 모았다. 사는 곳은 집이 아닌 방, 혹은 고작 한 칸에 불과했지만 내 영혼의 둘레는 더 커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외로워도 슬퍼도 잘 울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의 동요가 시간이 갈수록 적어졌(던 적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 마음속에 언제나 낭만 한 되 정도는 가지고 혼자를 즐겨야지. 암요.
-19~20쪽 <독립이라고 쓰고 자취라고 읽는다> 중에서
흔히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고 부르는 상품들은 사람들의 기호를 겨냥한 것이 많다.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광고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없다고 큰일나는 것은 아니다. 혼자 생활을 꾸려나가면서 진짜 생필품에는 이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비의 폭을 줄이자니 소유하는 물건도 걸러진다. 어쩌면 한 사람의 스타일, 취향이라는 건 이렇게 선택의 폭이 줄었을 때 명확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56쪽 <줄어든 만큼 확실해진 것>중에서
설거지는 밥 혹은 요리를 해 먹고 난 후 그릇을 씻어 보관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릇이 너무 많이 쌓여 미관상 보기 싫은 마음에 하는 것도 아니고.
설거지는 오랜만에 집에서 밥을 먹을 결심을 했는데 그릇이 없을 때 하는 것이다.
-183쪽 ‘1인분 메뉴’ 중 <설거지>
혼자 할 수 있는 게 늘어난다는 건,
끊임없이 도전했다는 것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던 대한민국의 아주 평범한 청소년이었다. 그 청소년은 자라 평범한 어른이 되었고, 서른이 가까울 때까지 부모님 아래에서 주어진 대로 살기를 반복했다. 변함없는 일상은 누군가에게 ‘안정’이라 읽혔지만, 누군가에게는 도망치고 싶은 ‘지겨움’이라고 읽혔다. 《일 인분의 삶》의 저자에게는 후자에 속했다. 자신의 선택 없이 편하게 살아왔던 지난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퇴사에 독립의 삶이 따라왔다.
독립은 도전이었지만 가치가 있었다. 혼자서 산다는 것은 책임이 무거워지지만, 마음의 자유로움도 배가 된다. 안정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열정과 도전이 있다. 방 한 칸, 원룸에서 시작된 독립은 그를 성장시켰다. 스스로를 위해 밥벌이를 해야 하고, 기댈 곳이 없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히 얻는 것이 있다. 독립은 작은 도전들이 넘쳐났다. 생활하다 보면 마주하는 작은 살림들부터 큰 결정을 해야 하는 일들까지. 나 하나는 건사하며 살 수 있겠다는 마음이 붙었다.
혼자 산다는 것은 나와 사는 것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자신과 끊임없이 부딪치고 이야기를 나누면, 나다운 것이 무엇인가 명확해진다.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거나 독립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일 인분의 삶》은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살아내는 이들에게 건네는 ‘독립 동지’의 응원이자 위로다.
직장인의 옷을 벗어던지기로 했더니 독립이라는 삶이 덤으로 딸려왔다. 어떤 태도와 방향성을 가지고 준비할 것인가. 우선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했다. 이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노라 다짐했다. 어떻게 하면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지 고민했고 자립을 꿈꿨다. 남들이 재단하지 않은 나만의 행복을 갖고자 했다.
-5쪽 <작가의 말> 중에서
다시 한 번 처음 혼자 살기로 했던 때의 결심을 떠올린다. 출발점은 하고자 하는 걸 찾고, 하고, 살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럼으로써 사회가 인정하는 거창한 성공에서 점점 멀어졌다. 본질을 곱씹어 보면 남들이 말하는 행복의 기준은 내게 맞지 않았다. 누구나 자기만의 행복의 기준이 있다. 그걸 이해하고 나만의 것을 만들고 배워가며 그렇게 살아야지, 살아내야지 싶다. 무소의 뿔처럼 단지 그렇게 살면 좋겠다.
-120~121쪽 <무소의 뿔처럼> 중에서
도망치는 건 생존 본능인걸까. 힘들면 도망칠 궁리부터 하는 게 나라는 인간이다. 그런 내게도 계속 붙들고 싶은 어떤 것이 있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 글 쓰는 것과 가르치는 일이다. 궁지에 몰린 순간은 나에게 맞는 게 무엇인지 내게 알려주고, 예상치 못한 상황의 반전을 가져다 줬다. 나는 도망쳐 도착한 길 위에 살고 있다.
-187쪽 <도망쳐 도착한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