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저자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부윤아 옮김
출판사
지금이책
출판일
2019-04-24
등록일
2019-12-24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38MB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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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1세기 일본의 새로운 국민작가
오기와라 히로시의 첫 에세이집


쿨한 유머에서 따뜻한 드라마, 독특한 미스터리와 장엄한 역사극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견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의 소설가 오기와라 히로시. 다수의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른데다 2016년 나오키상 수상으로 문단의 찬사까지 거머쥐며 일본의 국민작가 반열에 오른 그의 첫 에세이집이 국내 독자들과 만난다.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라는 제목이 나타내는 대로, 소설가 오기와라 히로시의 취미는 바로 채소 농사! ‘가드닝’이라고 말할 정도로 세련되지는 않고, ‘베란다 텃밭’처럼 유행에 휩쓸린 것도 아니다. 운치보다는 수확 추구, 어째서 채소인가 하면 “먹을 수 있으니까”라고 답하는 실속파다. 그런데 말로는 “얻는 이득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어쩐지 그는 이 취미생활에 쓸데없는 열정과 불필요한 성실함을 쏟아붓고 있다.
한 평 남짓한 정원 텃밭에 채소를 기르며 고군분투하는 사계절을 담은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외에 일본 내 기차여행을 주제로 삼은 〈지극히 좁은 여행 노트〉, 생활 속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써내려간 〈지극히 사소한 일상 스케치〉를 한 권으로 엮었다. 이 에세이집 전반에는 무엇보다 오기와라 히로시 특유의 유머가 넘친다. 개성 넘치는 비유와 비딱한 풍자가 가득한 문장에서는 독창적이면서도 예리한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수록된 일러스트 역시 그가 직접 그린 것이다. 다만 “독자에게 수확한 채소나 채소밭의 상세한 모습을 더욱 리얼하고 생생하게 전해준다”는 애초의 취지보다는 웃음을 자아내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 같지만.

흉…… 흉년이라니 무슨 그런 말씀을!”
못생기고 보잘것없는 열매를 맺기까지 아마추어 농부의 고군분투


도쿄 변두리의 아주아주 작은, 겨울철에는 금세 볕이 들지 않게 되는 정원에, 겨우 몇 포기의 채소를 키우기 위해, 흙을 갈아엎어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거나 비료를 주거나, 그 외에 필요한 일, 특별히 하지 않아도 채소가 자라는 데 크게 상관없을 쓸데없는 일을 나는 매해 부지런히 반복하고 있다.

가족들은 탐탁해하지 않는 가정 텃밭이지만 오기와라 히로시의 결연한 마음은 프로 농부 못지않다.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기도 하고 괜한 일을 할 때도 있는 것이 풋내기 농장의 즐거움”이라면서 최소한의 땅에서 최대의 수확을 노리는 그의 허황한 노력이 시트콤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겨울철 혹한기를 나기 위해 소형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꿀벌 대신 직접 화분 수정에 나서거나, 누에콩을 진딧물로부터 지키기 위해 무려 일곱 가지 방법을 동원해봐도 농사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허를 찌르는 비유와 예측불허의 전개도 웃음을 유발한다. 캐내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무와 당근 같은 뿌리채소 재배의 도박 같은 즐거움을 논하는가 하면, 식물 간 간격을 얼마나 두어야 하는지 따지다가 지구의 인구문제를 염려한다. 중년 남성을 거부하는 듯 지나치게 아기자기한 꽃의 이름들을 성토하고, 솎아내기를 하면서 오디션장의 유명 프로듀서가 된 것 같은 느낌에 설레며, 채소 모종 구입을 앞두고는 유망 신인 발굴에 나선 프로야구 스카우터인 양 과도한 신중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욕심을 부려 수박이나 망고 같은 ‘대물’을 노리기도 하지만…… 과연 노력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저자와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봐주시길.

아이디어는 짜내는 것이 아니라‘내려오는’것
프로 소설가가 알려주는 글쓰기의 원칙과 비밀


소설가로 살다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찾는가?’
오히려 내게 누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그것만 안다면 빌려준 돈 받으러 다니는 사람처럼 가차 없이 발소리를 크게 울리며 가까워지는 마감에 비지땀을 흘리거나 머리를 싸매거나 도망갈까 반쯤 진심으로 생각하거나 연재호가 백지인 채로 세상에 나오는 꿈에 시달리거나 하지 않을 텐데.

마흔 살에 쓴 첫 소설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로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늦깎이데뷔, 2004년 청년성 알츠하이머를 주제로 한 장편 《내일의 기억》으로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 2016년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로 나오키상을 수상…… 데뷔 이후 20년간 수십 편의 소설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해온 그지만, 의외로 “퐁퐁 솟는 샘물처럼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두뇌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소설의 소재나 전개나 핵심이 되는 단어 등은 나올 때까지 오로지 기다린다”고 한다.
이처럼 이 에세이집 곳곳에서는 소설가로서의 치열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카피라이터였던 그가 갑자기 장편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진솔하면서도 극적이고,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고백은 뜻밖이지만 특이한 독서법을 알고 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터널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쓰기 위해 오로지 터널 수를 세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구상하며 몇 번이고 현장을 답사하는 모습이 소설 창작의 비밀을 한 겹 드러내기도 한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짓는 방법이나 육아를 통해 얻게 된 스토리텔링의 비밀,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 같은 실용적인 팁도 눈길을 끈다.

일상과 여행 속 사소한 이야기에 나타난
오기와라 히로시라는 사람


여행 갈 때 짐은 적은 편이 멋있어 보인다. 여행이 잦아 익숙하다는 느낌을 준다. 인생의 상급자라고도 할 만한 여유가 엿보인다. 그에 비해 짐이 많은 사람은 세상 물정에 밝지 못하고 어수룩하고 가방의 크기와는 정반대로 사람이 작아 보이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여행의 짐이 많은 나의 비뚤어진 마음 때문일까.

이 책에 실린 여행 관련 글들은 야간기차에서 바라본 밤하늘이나 벚꽃의 개화를 좇는 여행 등이 서정과 낭만을 전달하는 한편, 기차에서 먹는 도시락의 아리송한 맛, 여행지에서 어떤 선물을 살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은 특유의 위트로 여행을 둘러싼 많은 요소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끔 환기해준다.
그런가 하면 일상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오기와라 히로시라는 사람의 모습이 다각도로 드러난다. 결혼을 통해 ‘만담 콤비’로 거듭난 아내와 자신을 돌아보고, 공갈 젖꼭지를 물고 있던 아이들이 어느새 담배를 물고 있을 때 세월을 깨닫는다고 너스레를 떤다.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해 죽기에 너무 이른 나이가 아님을 실감하고, 아버지의 상을 치르며 생전 단 한 번뿐이었던 여행을 담담히 추억하기도 한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지켜본 소회부터 좋아하던 아이돌과 추억의 음악, 올림픽을 보며 느끼는 기분에 대한 에피소드 등은 ‘모두가 가는 길은 피해 가던’ 어린 시절부터 ‘성가신 아저씨’가 되었다고 자평하는 지금까지 그의 일관되게 비뚤어진(?) 삶의 궤적을 그려내고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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