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밖으로
이스라엘의 국민작가이자 평화운동가인 다비드 그로스만
십여 년 전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은 그가 문학으로 모색한
참척의 슬픔, 그리고 위로와 희망
이스라엘의 국민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다비드 그로스만.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온 작가인 그로스만은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 아모스 오즈와 A. B. 여호수아와 더불어 이스라엘 정부의 극단적인 대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쉼없이 내온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은 그의 버팀의 글쓰기가 오롯이 담겨있다. 그는 2003년부터 아들 유리에게 조언을 구하며 써오던 소설 《땅끝까지To the End of the Land》(2008)를 완성했다. 2011년에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시간 밖으로》를 발표했는데, 이 시적이고 아름다운 애가(哀歌)를 통해 그로스만은 잊혀지길 강요당하는 죽음들을 불러내 다 함께, 원없이 슬퍼하고 원없이 분노하고 원없이 미안해하는 데서 위로와 희망의 길을 모색한다.
이야기의 줄거리나 결말을 몇 줄의 문장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이 상징적인 작품은 형식 면에서도 문학의 하위양식 중 하나로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 등장인물의 대화나 독백으로 이루어진 큰 틀만 보면 희곡에 가깝다. 하지만 작품의 도입부만 보면 ‘마을의 기록자’가 전지적 관찰자인 소설 같다. 그런데 또 문장의 분절과 배열을 보면 운문으로 보이는 곳이 더 많다.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 곧 죽음을 넘어서는 것인 양 혼신의 힘을 쏟는다. 이에 대해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경주는 장르의 경계 안에 머물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임을 강조한다.